이스라엘과 우호적 관계에 따른 안보 이익 등 때문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아랍권에서 전례없이 친팔레스타인·반이스라엘 시위를 탄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4월 2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집트는 지난해 10월 가자전쟁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난했으나, 이달 초 수백 명이 카이로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을 때 시위대 14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NYT는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시위가 자유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확대돼 각국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고, 이스라엘과의 우호적인 관계에 따른 안보 이익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변호사들은 “이집트 정부가 지난해 10월에 자체적으로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조직했으나, 그곳에서 시위대가 정부 비판 구호를 외치자 수십 명을 구금했고, 50명 이상은 현재까지 감옥에 갇혀 있다”고 했다.
모로코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에서 체포되거나 자국과 이스라엘의 화해를 비판하는 SNS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 수십 명을 기소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팔레스타인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요르단은 지난 3월 암만의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500명을 체포했으며, 작년 10월 이후 체포한 사람만 최소 1,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정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체포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정부가 반이스라엘 의견에 매우 예민한 모습을 보이면서 언급 자체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아랍권이 과거와 달리 반이스라엘 시위와 의견을 단속하는 것은 그것이 향후 반정부 투쟁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는 각국 정부의 전망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점에 주목하는 분석가들도 있다. 이러한 이점들 때문에 이들이 이스라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랍 세계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먼저 수교한 이집트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이스라엘과 시나이반도 북부 무장세력에 공동으로 대응해 왔고,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는 하마스를 봉쇄하는 데도 협력하고 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스라엘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만의 국가들도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에 직면해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안보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