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유신진화론 비판: 개혁주의 창조론은 사이비과학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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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개혁신학적 평가(I)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명예교수). ⓒ한국개혁신학회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명예교수). ⓒ한국개혁신학회

포스트모더니즘 물결 속에서 오늘날 창조론자들 가운데 성경을 과학적 데이트에 맞추고자 하는 타협주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유신론적 진화론 내지 점진적 창조론이 그 대표적이다. 그런데 정통개혁 전통에 의하면 성경이 증언하는 창조론은 진화론과 조화될 수 없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봉직하는 기독교학술원은 창조 사실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지지하며, 학문적으로 서로 다른 견해에 대하여 존중하는 포용적 입장을 갖되, 성경과 과학 사이 갈등이 야기할 때 성경의 가르침을 우선하는 계시의존 사유를 지지한다.

필자는 “창조론의 과학성”과 “유신진화론의 성경적 비적합성”에 관하여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성경은 일차적으로 영생에 관한 책이긴 하나 하나님의 창조사역에 관하여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창조론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과학적 지식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설명해주고자 한다. 따라서 창조론은 과학적 지식을 결코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창조론은 창조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시도하지 않는다. 창조 사실은 하나님의 초자연적 행위로서 실험실에서 되풀이하여 입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조론은 과학적 자료를 고려한 창조에 대해 성찰하는 입장이지 창조 사상으로 인기몰이하는 사이비과학이 아니다.

진정한 과학은 사실의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니 만큼 창조론 역시 이러한 과학적 진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화하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창조론은 과학성을 결단코 무시하지 않는다. 단지 창조론은 과학적 지식과의 대화에 있어서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 말씀 정합성에서 탈피해서는 안된다. 과학은 시대에 따라서 변하고 진보하나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시대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과학과 성경이 갈등을 일으킬 때 신학은 성경의 증언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창조론은 교회와 기독교 신앙에 기여할 수 있다.

I. 창조과학과 창조론

1. 창조과학의 학문성: 하나님 창조에 대한 과학적 설명

하나님은 창조는 어느누구도 보지 않은 그리고 인간의 미역한 지성으로 다 밝혀낼 수 없는 신주권적인 초자연적 사건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불가사의한 술법인 마법(魔法)으로 세상을 창조하시지 않고 로고스라는 질서 정연한 정합성으로 우주를 설계하시고 그의 권능으로 무로부터 지으셨다. 그러므로 기독교 과학자요 신학자들은 하나님의 창조의 오묘한 불가사이한 사실을 과학적으로도 밝히고자 한다: 신명기는 다음같이 증언하고 있다: “오묘한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구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이는 우리로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게 하심이니라” (신 29:29)

창조론은 입증될 수 없는 초자연적 창조 사실을 과학 언어로 설명하는 방식에 있어서 과학성을 지닌다. 창조과학은 “하나님 창조의 과학성”에 관하여 변증하고자 하지만 창조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시도하지 않는다. 창조 사실은 하나님의 초자연적 행위로서 실험실에서 되풀이하여 입증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창조론은 과학적 지식과의 대화에 있어서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 말씀 정합성에서 탈피해서는 안된다. 창조론은 이런 의미에서 창조 신학과 함께 신앙이라는 전제를 갖는다.

창조과학은 창조 신앙에 근거하면서 다양한 이론이 공존하는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창조사실을 자연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변증성격의 학술 활동이다. 생명의학자들에 의하면 세포의 자연사를 말하면서 하나의 세포가 자라나 한 인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모든 세포가 다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죽는 세포가 있어야 우리의 몸의 생명이 유지된다. 세포가 죽지 않으면 암에 걸리게 된다. “적혈구의 경우 몸 속에서 120일 살고 죽게 되어 있다.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메꾸게 된다. 우리 몸의 피는 죽기 전까지 3-4개월에 걸쳐 늘 새로운 피로 바뀐다.” 이처럼 우리 몸 안에는 죽어가는 세포와 새롭게 형성되는 세포가 공존한다고 한다. 이스라엘 연구소가 한 개의 세포가 임신되어 출산하기까지 사람을 구성하는 세포수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는 약 30-40조 개 정도이다. 산술적으로 수정되어 약 40조 개의 세포가 되는 임신 기간에 한 개의 세포가 인간 전체를 구성하는 40조 개 정도의 세포를 일으켜 내려면 1초에 10만 개 내지 15만 개의 세포가 생겨나야만 한다. 너무나도 놀라운 사실”이다. 신앙을 가진 자는 이러한 인간 생체의 신비로운 사실이 스스로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오묘한 창조로 되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시편 저자는 이 사실을 다음같이 칭종한다: “13.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14.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시 139: 13-14)

창조과학은 “현대문명을 이룬 과학법칙과 관찰되는 자연의 질서를 온전히 인정한다. 다만 생명이 우연히 발생, 진화되었고, 우주와 지구의 복잡하고도 정교한 질서가 저절로 만들어졌다는 진화론의 핵심 가설이 과학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적시함으로 진화론을 비판한다.”

2. 창조론은 하나의 신앙적 지성의 노력이지 사이비 과학의 주장이 아니다

창조론은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과학적 지식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설명해주고자 한다.
하나님은 지혜, 즉 로고스로 만물을 창조하셨다. 잠언 저자는 창조주께서 로고스(지혜)로 만물을 지으셨음을 증언하고 있다: “22. 여호와께서 그 조화의 시작 곧 태초에 일하시기 전에 나를 가지셨으며...27. 그가 하늘을 지으시며 궁창을 해면에 두르실 때에 내가 거기 있었고
28. 그가 위로 구름 하늘을 견고하게 하시며 바다의 샘들을 힘 있게 하시며
29. 바다의 한계를 정하여 물이 명령을 거스르지 못하게 하시며 또 땅의 기초를 정하실 때에 30. 내가 그 곁에 있어서 창조자가 되어 날마다 그의 기뻐하신 바가 되었으며 항상 그 앞에서 즐거워하였으며 31. 사람이 거처할 땅에서 즐거워하며 인자들을 기뻐하였느니라”(잠 8:22-31). 여기서 “나”란 하나님의 로고스요 인격으로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가르친다.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가 태초에 계신 로고스(ο λογος, 말씀 the Word)이며, 만물이 로고스에 의하여 지으졌다고 증언한다: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 1:3). 하나님은 만물을 마법에 의하여 지으시지 않고 지혜인 로고스에 의하여 지으셨기 때문에 창조과학이 가능한 것이다. 창조과학은 자연이 나타난 하나님의 창조 로고스를 과학자의 눈으로 탐구해내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창조는 그 안에 법칙성과 규칙성, 조율성과 조화를 가지고 있어서 과학자들은 경이로운 눈으로 이러한 창조의 오묘한 이치를 드러낸다. 창조론은 과학적 지식을 결코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창조론은 사이비과학이 아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영국의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1992-1994)는 과학과 사이비과학을 구분하여 과학은 본질적으로 반증(反證) 가능성(falsifiability)을 가지나 사이비과학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포퍼는 거짓임이 드러나도 선동가들은 임시 방편(ad hoc)의 보조 가설을 도입하여 논박을 피한다고 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반증될 수 있으니 과학인 반면, 점성술은 불리한 증거들이 나오면 반증을 피해버리니 사이비과학이다. 포퍼가 최초의 저서 《탐구의 논리》(1934)에서 밝히는 바같이 과학(지식)은 합리적인 가설의 제기와 그 반증(비판)을 통하여 시행착오적(試行錯誤的)으로 성장한다. 창조론 탐구도 ‘실수로부터 배움’으로써 진리에 접근한다는 ‘비판적 합리주의’의 인식론을 수용해야 한다.

진정한 과학은 사실의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니 만큼 창조론 역시 이러한 과학적 진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화하여야 한다. 현대 미국 창조론자 가운데 석사 학위 없는 클리포드 버딕(Clifford L. Burdick) 등이 확인되지 않은 공룡 발자국 옆의 사람 발자국 화석 공식발표(1945년) 한 것 등은 창조과학회의 위상을 실추시킨 사건이었다. 창조과학은 성경에 기반하되 과학성을 결단코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창조과학은 현대문명을 이룬 과학 법칙과 그 방법론을 존중하나, 진화론은 과학적인 검증을 거친 사실인양 선전되고 있지만, 실상 그 핵심 논거는 엄밀한 과학적 근거가 크게 부족한 편향된 이론에 불과하다. 포퍼는 진화론에 대하여 반증(경험에 의해 반박)될 수 없으니 과학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형이상학적 연구프로그램“(metaphysical research programme)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창조과학이 사이비 혹은,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거나 왜곡한다는 주장은 극소수의 창조론자들의 과학성 없는 화석 주장에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창조과학은 진지한 과학적 조사를 통해서 창조 사실에 대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3. 개혁주의 창조론은 프라이스의 『홍수지질학』과 모리스의 『창세기의 홍수』의 근본주의 엄격한 창조론을 넘어선다

주류 미국보수교회 미국 장로교회(PCA)와 정통장로교회(OPC)의 폭넓은 창조론 입장은 안식교인 맥크리디 프라이스((George McCready Price, 1870-1963)와 남침례교인 헨리 모리스(Henry Morris, 1918–2006)의 근본주의적 엄격한 창조론을 넘어선다. 창조론은 제7일안식일 재림교의를 넘어선다. 모리스의 창조론은 문자적인 6일 창조와 전지구적 홍수를 주장하고 화석, 빙하, 그랜드캐년이 대홍수의 전지구적 대격변에 의하여 형성되었다고 하며, 아담 창조 이전에는 생명이 없는 지구, 주전 4천년-8천년 형성된 젊은 지구론을 주장한다.

이에 반해서 주류 장로교 창조론은 1일 24시간 관점(the 24-hour view)에 머물지 않고, 매우 오래 전 우주가 창조되었고, 먼저 물질 창조, 다음 생명 창조, 화석 형성, 인간 창조로 이어지는 날–시대 관점(the day-era view)을 받아들이는 오랜 지구론도 수용하고 노아 홍수 이전에 화석이 형성되었고, 노아 홍수의 지역성에 대해서도 열어 놓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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