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톨릭 신부, ‘동성 커플 축복’ 논란 되자 사과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참여 커플 중 한 명은 감리교 목사

▲세인트 빈센트 드 폴 가톨릭 교회의 조셉 윌리엄스 신부(가운데)가 켈리 나이트(오른쪽) 목사와 마이아에게 결혼 서약을 받고 있다.  ⓒ켈리 나이트 인스타그램

▲세인트 빈센트 드 폴 가톨릭 교회의 조셉 윌리엄스 신부(가운데)가 켈리 나이트(오른쪽) 목사와 마이아에게 결혼 서약을 받고 있다. ⓒ켈리 나이트 인스타그램

미국의 한 가톨릭 신부가 동성 커플을 축복한 뒤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이날 참여한 커플 중 한 명은 감리교 목사였다.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세인트 빈센트 드 폴(St. Vincent de Paul) 가톨릭교회의 조셉 윌리엄스(Joseph Williams) 신부는 2주 전 자신이 동성커플을 축복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받자 최근 이와 관련된 성명을 냈다.

자칭 ‘퀴어 감리교 목사’인 켈리 나이트(Kelli Knight)가 지난 4월 22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영상에는 윌리엄스 신부가 나이트와 그녀의 동성 파트너 마이아(Myah)에게 “거룩한 배우자로서 서로 사랑하며 평화롭고 조화롭게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다시 서약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담겼다.

동성 파트너가 ‘네’라고 답한 후 윌리엄스 신부는 “켈리와 마이아가 서로를 향한 사랑을 더욱 키워가며 서로에게 헌신하게 해 달라. 두 사람이 교환한 반지는 그들의 충성과 헌신의 표시다. 이들이 당신의 은혜와 축복 속에서 계속 번성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윌리엄스 신부는 성명에서 “영상 속 축복의 형태는 그들에게 하느님의 은혜가 있는 의미 있는 순간을 제공하려는 나의 노력으로 인한 것이며, 잘하고 싶었다”며 “1주일쯤 지나 영상을 봤다. 영상 속의 말을 들으며 내가 아주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 이로 인해 특히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혼란과 분노를 일으킨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윌리엄스는 성 빈센트 드 폴 소속 신부로서 봉사하는 것 외에도, 서부 관구 수도회 빈첸시안의 일원으로서 매년 수십 개의 본당 선교부를 이끌면서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원목으로서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전국 신학교에서 미래의 신부 양성을 돕고 있다. 

선교부는 윌리엄스 신부의 사과를 발표하고, 그 맥락을 자세히 설명했다. 선교부는 성명에서 “윌리엄스 신부가 축복의 언어와 예복 사용, 그리고 교회 자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교회가 승인한 규범을 위반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2월 변칙적인 상황에 있는 부부와 동성 커플의 축복을 공식적으로 승인했으나, 이 같은 축복은 결혼식과 다르며 결혼식에 수반되는 복장을 입거나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며 “윌리엄스 신부는 부부가 다가온 후 그들에게 축복을 집행했다고 말했으며, 당시에는 결혼식 자체가 아니라 단지 축복일 뿐이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그러나 나이트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그녀가 이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녀는 “마이아는 항상 자신이 속한 예배당에서 결혼하기를 원했기에, 난 우리의 결혼을 축복받음으로써 그녀를 놀라게 했다. 신부님의 열린 마음과 의지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성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이모티콘과 #동성결혼과 #동성결혼식이라는 해시태그가 포함됐다.

이번 축복식은 바티칸 신앙교리성이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한 지 4개월 만에 이뤄졌다.

바티칸은 이 선언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그들의 지위를 확인하거나 결혼에 대한 교회의 영원한 가르침을 바꾸지 않고도, 변칙적인 상황에 있는 부부와 동성 커플을 축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혼인성사와 혼동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교회 권위에 의해 의례적으로 정해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바티칸은 결혼을 남녀 간의 불가분의 결합이라는 입장을 갖고 오랫동안 동성결혼을 반대해 왔다. 2021년 바티칸 신앙교리성은 “하느님은 죄를 축복할 수 없으시기 때문에, 두 남자 혹은 두 여자의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문서에서는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변칙적인 조합의 사람들은 죄악의 상태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들에게서 하느님의 사랑이나 자비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성경에 나오는 ‘축복’(blessing)이라는 용어를 광범위하게 정의함으로써, “하느님과 초월적 관계를 추구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찾는 이들이 축복을 요청할 때, 이를 부여하는 전제조건으로 철저한 도덕적 분석을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바티칸은 그러면서 “이 선언문이 동성 결합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남성과 여성 간 결혼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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