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원2 재개발 강제집행… 50년 된 교회, 한순간에 거리로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성일교회 등 3곳 존폐 위기

새벽기도 후 300여 용역 동원해 성전 장악
터무니없는 보상안 제시 후 강제집행 위협
법의 사각지대 악용해 종교시설들 내쫓아

▲성남시 상대원 2구역 재개발사업조합으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하거나 내쫓길 위기에 처한 성안교회, 상대원침례교회, 성광교회 성도들이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송경호 기자
▲성남시 상대원 2구역 재개발사업조합으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하거나 내쫓길 위기에 처한 성안교회, 상대원침례교회, 성광교회 성도들이 규탄 시위를 열고 있다. ⓒ송경호 기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교회 등의 종교시설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틈을 악용해 턱없이 낮은 보상가로 거리에 내몰리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2동 재개발지역에서는 40~50년간 지역사회를 섬긴 교회 3곳이 용역의 강제집행을 당하거나 벼랑 끝에 내몰리는 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상대원 2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4월 22일 용역 300여 명을 동원, 존치 혹은 합리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성안교회(담임 김재일 목사)를 기습적으로 강제집행했다. 이들은 성도들이 새벽기도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간 사이 성전을 장악했고, 담임목사는 물론 교육관 사택에 머물던 가족들도 내쫓았다. 성도들이 급히 되돌아왔을 때 교회는 용역업체에 장악된 상태였다.

성안교회를 비롯한 3곳의 교회들이 조합과 관리처분취소소송을 벌이고 있었지만, 조합은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명도단행가처분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재판부는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 아님에도 상대원 2구역의 현실적 상황을 도외시한 채 가처분을 인용했고, 이로 인해 성소 침탈 상황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이 교회는 1971년 황무지 같은 이 지역에 건물을 세워 50년 넘게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을 섬겨 왔다. 본당과 교육관을 포함, 대지 327평을 보유하고 있으나, 조합은 절반 수준인 대지 174평만 종교부지로 보상했다. 사실상 현재와 같은 교회 시설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 재개발 진행 시 종교시설이 ‘존치’를 요청하면 대부분 교회가 보유한 토지만큼 1대 1 대토를 종교부지로 제공하지만, 조합 측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대처가 사태를 키운 것이다.

47년 전인 1977년 이곳에 교회를 세운 성광교회(담임 박동규 목사)가 처한 상황도 다르지 않다. ‘더나눔회’라는 비영리법인으로 코로나 전까지 지역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100여 가정을 섬겨왔으나, 재개발로 존폐 위기에 처했다. 예배당 부지 80여 평, 주차장 20여 평, 교육관 20여 평, 주택 20여 평 140여 평을 소유하고 있으나, 조합이 제시한 종교용지는 77.8평에 불과했다. 그나마 건물 건축이 가능한 건 38평 가량으로, 교회를 도저히 세울 수 없는 면적이다.

교회 측은 “교회가 소유한 부지를 이 지역 주택 평균 매매가로 환산하면 63억 원에 이르나,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인 22억 1천만 원으로 감정평가됐다”고 주장했다. 박동규 목사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140평의 땅에 교회를 지어주든지, 비슷한 조건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비용을 책정해 달라는 것”이라며 “47년간 존치된 교회가 재개발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빚더미에 앉을 상황이다. 지역을 위해 봉사해 온 교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인근 상대원침례교회(담임 신선진 목사)는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 첫 모임을 이 교회에서 가졌을 정도로 재개발 사업 성공을 위해 협조해 왔다. 하지만 4월 25일 조합이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앞서 성안교회에 대한 기습적인 침탈 소식을 들었던 성도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교회로 나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막아냈다.

신선진 목사는 “조합집행부는 그동안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보상 없이 강제집행으로 예배처소를 빼앗으려 했다”고 성토했다. 조합은 4월 27일 상대원 2구역 전 조합원들에게 ‘상대원침례교회를 개발사업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안내했다. 신 목사는 “안내대로 본 교회를 제외하거나, 제외가 안 될 경우 이주하는 안으로 집행부와 협상해 원만하게 해결하길 원한다”고 했다.

▲재개발사업조합 측으로부터 지난 4월 22일 기습 강제집행을 당한 성안교회 담임 김재일 목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경호 기자
▲재개발사업조합 측으로부터 지난 4월 22일 기습 강제집행을 당한 성안교회 담임 김재일 목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경호 기자

1984년 개척한 상대원침례교회 역시 40년간 결손과정과 소외된 이웃을 섬겨 왔다. 신 목사는 “집행부 몇몇 관계자들이 거짓말과 유언비어로 사실관계를 왜곡해 조합원들을 충동해 선동을 일삼고, SNS로 교회를 비난하고 현수막을 걸어 협상의 길을 막고 있다”며 “서울시 및 타 지역에서는 보상의 기준을 서울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 등으로 협상을 하고 있고, 조합과 교회가 원만한 보상으로 사업이 잘 진행되는 곳이 많다는 것도 참고해 달라”고 했다.

재개발사업 때마다 조합과 교회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합 측이 빌라나 상가와는 달리 교회에는 그 규모에 현저히 못 미치는 터무니없는 보상을 제시해놓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나서겠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의 차별적이고 부당한 조치에 강제집행 위기에 처한 세 교회들은 16일 성안교회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무자비한 강제집행과 종교탄압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교회 연합회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개발조합과 성남시, 국토교통부에 합리적인 사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성남시 기독교총연합회는 이날 결의문을 발표하고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성남시에서도 조합의 교회에 대한 무리한 강제집행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교회들과 원만하게 합의하라는 중재에도, 무시로 일관한 채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일방적으로 교회에 대한 종교탄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광교회, 성안교회, 상대원침례교회 목회자들이 16일 기자회견 이후 성남시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성광교회, 성안교회, 상대원침례교회 목회자들이 16일 기자회견 이후 성남시청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어 “현행 재개발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진행되는데 관련 법령에는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사각지대로 누락돼 있다”며 “조합은 법의 사각지대를 최악의 상황으로 악용해, 기존 교회들이 소유한 토지보다 50% 적게 종교부지를 배정하고 배정한 종교부지도 인근지역 시세보다 2~3배 높게 평가했다. 40~50년간 종교활동을 해 온 교회들은 토지와 성전건물을 빼앗기고 오히려 추가부담금을 내고 조합이 배정한 종교부지만 받는 심각한 불이익에 처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상대원침례교회가 속한 기독교한국침례회 성남지방회는 “40년간 성도들과 신앙생활 해 온 종교시설에 대한 심각한 종교탄압이자, 성남시 전 교회와 나아가 전체 기독교에 대한 종교탄압”이라며 상대원침례교회를 재개발 사업에서 제외할 것과, 사고 위험 예고에도 강제집행 시도 시 사고가 인명사고 등이 발생한다면 모든 사업은 즉시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남시를 향해서도 “인허권자로서 조합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강력한 행정지도를 펼쳐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장 이봉석 목사는 “현행법은 재개발 시 허름한 집을 갖고만 있어도 분양권을 주고, 상가에는 영업손실을 보상하고 상가분양권을 주지면, 교회는 비영리단체라는 이유로 벽돌가격도 안 되는 건물 보상을 받곤 한다. 교회 부지는 50% 낮게 평가받고 이전할 종교부지는 턱없이 높게 책정되기도 한다”며 “초기대응과 법적인 대응, 협상 기술이 절실한 이유”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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