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원2동 ‘교회 강탈’ 사태에 교계·지역 주요 단체들도 우려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법 사각지대 악용해 종교시설 제대로 보상 않아”

교회 자산은 저평가, 이전할 종교부지는 고평가
성남시의 중재도 무시한 채 조합이 일방적 탄압
제2의 용산 사태 발생 않도록 상황 파악과 중재를
재개발 협상 시 초기대응·법적대처·협상력 중요

▲16일 성안교회, 상대원침례교회, 성광교회 성도들이 재개발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성남시기독교총연합회, 기독교한국침례회 성남지방회 등 지역교계 및 교단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송경호 기자

▲16일 성안교회, 상대원침례교회, 성광교회 성도들이 재개발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성남시기독교총연합회, 기독교한국침례회 성남지방회 등 지역교계 및 교단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송경호 기자

세 개의 교회가 동시에 재개발사업 조합으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하는 등 내쫓길 위험에 처한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 2구역 재개발사업 사태를 두고,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 등 교계 및 교단·지역교회 연합단체들도 우려를 표명하며 조합과 인허가 기관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성안교회(담임 김재일 목사)는 지난 4월 22일 새벽기도 직후, 300여 명의 용역을 동원한 재개발사업조합 측으로부터 기습 강제집행을 당해 성전을 빼앗겼다. 1971년 설립돼 50년 넘게 지역사회를 섬겨 왔지만 순식간에 거리로 내몰렸고, 그 과정에서 교회 시설과 집기들이 파손됐다.

인근 상대원침례교회(담임 신선진 목사) 역시 3일 뒤인 25일 조합으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했지만, 앞선 성안교회의 소식에 생업을 제쳐두고 교회로 나온 성도들이 평화적 시위로 가까스로 막아냈다. 성광교회(담임 박동규 목사)도 조합의 터무니없는 보상으로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40~50년 된 교회 세 곳이 재개발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빚더미에 앉을 상황에 처한 것이다.

평화로운 신앙생활을 이어오던 성도들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건, 재개발조합이 교회 규모에 현저히 못 미치는 보상을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집행으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자산과 부지의 가치를 터무니없이 낮게 평가하고, 이전할 종교용지의 가치는 말도 안 되게 부풀려 이전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한교총은 강제집행 이전인 13일 성남시청(시장 신상진)에 이미 한 차례 명도강제집행 중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이 같은 상황을 탄원했다. 한교총은 “상원침례교회는 지역 재개발로 교회 이전과 신축을 위해 원만한 협상을 원하나, 상대원 2구역 주택 조합은 협상 대신 법적 소송을 통해 건물을 강제 명도를 집행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교회와 조합 간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기 바라며, 성남시에서는 제2의 용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양측이 합의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성남시기독교총연합회(회장 윤승호 목사)는 “조합은 무리한 강제집행으로 교회에 대한 종교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성남시에서도 교회에 대한 조합의 무리한 강제집행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조합은 관내 교회들과 원만히 합의하라는 성남시의 중재도 무시로 일관한 채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일방적으로 교회에 대한 종교 탄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재개발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진행되는데, 관련 법령에는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사각지대로 누락돼 있다. 이로 인해 조합이 관련 법령을 악용해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 사각지대에 놓인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한 처리방안과 보상 등에 대한 법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법 사각지대를 상대원2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최악의 상황으로 악용했다. 기존 교회들이 소유한 토지보다 약 50% 적게 종교부지를 배정하고, 배정한 종교부지도 인근 지역 시세보다 2~3배 높게 평가해, 교회들은 구역 내에서 40~50년 동안 종교활동 해온 토지와 성전건물을 빼앗기고, 오히려 추가 부담금을 내고 조합이 배정한 종교부지만 받는 심각한 불이익에 처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또 “타 재개발구역의 종교시설 합의 사례와 같이 ‘차액정산 없는 1대 1 대토, 새성전 건축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회를 아무런 보상 없이 강제로 몰아내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교회와 협의를 진행한다면서 실제로 무수히 많은 소송과 고발/고소를 남용해 왔다. ‘관리처분취소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명도단행가처분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고 했다.

이어 “명도단행가처분은 일반적으로 1심, 2심, 3심 등 모든 재판이 끝난 상황에서 명도에 불응하고 불법점거하고 있을 때 진행되는 긴급을 요하는 가처분임에도 조합은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가 상대원2구역의 현실적 상황을 도외시한 채 인용함으로, 구역 내 3개 교회는 진행 중인 소송과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권리 침해, 성소 침탈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지방회는 “재판부는 ‘어차피 조합에 언젠가는 교회 부동산을 명도해 줘야 하는데, 지금 명도하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려, 교회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였다. 바꿔 말하면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데 지금 죽어라’는 판결과 같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조합 측에는 조속히 교회들과 합의할 것을, 성남시에는 인허권자로서 강력한 행정지도와 함께 조합과 3개 교회가 합의에 이르도록 중재할 것을, 국회와 국토교통부에는 사각지대에 놓인 종교시설에 대한 처리방안과 보상의 내용을 담아 조합이 일방적으로 탄압하지 못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상대원침례교회가 속한 기독교한국침례회 성남지방회(소속 28개 교회)도 5월 16일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일방적 강압적 강제집행은 상대원침례교회가 지난 40년간 상대원 2동에서 성도들과 함께 신앙생활 해 온 종교시설에 대한 심각한 종교탄압이자, 나아가 성남시 전 교회, 전체 기독교에 대한 종교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지방회는 “조합은 성남시청과 조합원들에게는 구역 내 교회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거짓된 정보로 안내를 했지만, 상대원침례교회와 진지한 협상을 한 사실이 없으며 현재와 같이 강제집행만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조합을 향해 “조합원들에게 안내한 대로 상대원침례교회를 재개발 사업에서 제외하라”며 “강제집행을 시도할 시 모든 관공서가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처럼 100% 사고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라. 이런 사실을 알렸음에도 강제집행 시도 시 인명사고 등이 발생한다면, 모든 사업은 즉시 중단되고 2,300명 조합원들은 피해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시를 향해선 “재개발 사업 인허권자로서 조합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강력한 행정지도와 함께 교회와 합의할 수 있도록 중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봉석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장은 “원주민과 상가는 분양권과 영업손실 보상, 상가분양권 등이 제대로 보상되지만 교회는 비영리단체라는 이유로 부지는 50% 낮게 평가받고, 이전할 종교부지는 턱없이 비싸 빚만 지고 울음을 삼키며 내몰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해다. 초기대응, 법적대응, 협상의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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