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시대 항구 있어 배로 가던 에베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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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17] 제3차 전도여행(4) 에베소 (3)

바울, 에베소에서 많은 사람 전도
완전히 내륙 쪽에 있어 육로로만
부유한 도시, 거대한 공중목욕탕
길이 500m 포장 도로 다녔을 것

▲에베소 공중 목욕탕 유적.
▲에베소 공중 목욕탕 유적.

“바울이 회당에 들어가 석 달 동안을 담대히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강론하며 권면하되 어떤 사람들은 마음이 굳어 순종치 않고 무리 앞에서 이 도를 비방하거늘 바울이 그들을 떠나 제자들을 따로 세우고 두란노 서원에서 날마다 강론하여 이같이 두 해 동안을 하매 아시아에 사는 자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주의 말씀을 듣더라(사도행전 19장 8-10절)”.

“이와 같이 주의 말씀이 힘이 있어 흥왕하여 세력을 얻으니라(사도행전 19장 20절)”.

바울은 에베소에 서기 55년경부터 3년 동안 머물면서 주의 복음을 모르던 에베소 사람들에게 두란노(Tyrannus) 서원과 회당(유대교 교회) 등에서 기독교를 전파하고 교회를 세웠다. 사도행전 19장에는 바울이 2년 동안 에베소의 두란노 서원에서 매일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강론하니 아시아(Asia, 로마 통치 시대 주 이름, 즉 요한계시록 일곱 교회가 있던 튀르키예 서남부 지역)에 사는 자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모두 주의 말씀을 듣고 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믿어 구원을 받고, 주의 말씀이 힘이 있어 이곳에서 흥왕하게 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바울 당시, 에베소는 지난 회에 언급한 대로 상업, 무역, 학문, 과학, 문화, 예술이 발달된 곳이었다. 세상에서 자기 스스로 지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혜, 과학, 기술, 처세술 등을 앞세우는 바람에 하나님 말씀을 잘 믿지 않으나, 당시 세상에서 내로라하던 수많은 유력한 사람들이 바울의 말을 듣고 예수를 믿어 참 영생의 도리를 알게 된 것이다.

▲고대 에베소 해안도로와 도로주변 건물 상상도(출처 Ephesus-Ruins & Museum).
▲고대 에베소 해안도로와 도로주변 건물 상상도(출처 Ephesus-Ruins & Museum).

바울 당시 에베소는 내륙 쪽이 성으로 둘러싸이고 해안은 항구였으므로 배를 타고 갈 수 있었으나, 오늘날은 완전히 내륙 속에 위치하고 있어 배를 타고 갈 수 없다.

바울 당시 에베소의 야외 극장과 항구 사이는 길이 500m, 폭은 약 20m의 암석 조각으로 포장이 잘 된 도로가 있었다. 원래 이 도로는 바울이 에베소에 도착하기 훨씬 전인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졌으며 아나톨리아 고원에서 내려오는 도로는 이곳에서 끝났다.

이 도로 양쪽에는 높은 돌기둥과 석조 건물들이 서 있었으므로,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고급스럽고 무게가 있어 보이는 도로로서 로마 황제들과 총독들이 에베소에 배를 타고 올 때는 모두 이 도로를 통과해 시내로 들어갔다.

4세기 말부터 5세기 초에 걸쳐 비잔티움 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의 아들인 아르카디우스(Arcadius)가 원래 있던 도로를 크게 보수했으므로 ‘아르카디아나 도로’ 또는 ‘아르카디아나 항구 도로’라고 불렀다. 당시에 도로 양편에 세워진 돌기둥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도로 양쪽에는 가로등이 50개나 설치돼 있었는데, 당시 로마 제국의 도시에서 가로등이 있는 도시는 로마, 에베소, 안디옥밖에 없었을 정도로 에베소는 큰 도시이자 문화 도시였다. 부두 인근에는 온천을 이용해 가로·세로 170·160m에 높이 28m의 거대한 공중목욕탕이 2세기에 건설됐다. 냉탕과 온탕은 물론 냉탕 속에는 길이 30m의 수영장도 별도로 있었고, 목욕탕 내부는 사치스럽게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고대 에베소의 해안도로.
▲고대 에베소의 해안도로.

이 목욕탕은 4세기에 다시 수리, 개조됐으며,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필자는 이 목욕탕 유적지를 돌아보다 수많은 모기떼에 기습을 당했는데, 모기 한 마리 한 마리가 아주 깊은 침을 놓아 순식간에 물린 곳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경험했다.

목재회사에서 34년 동안 일하면서 필자는 젊은 시절이던 1980년대 초 동부 말레이시아(보르네오섬 서부지역)에서 수입하는 원목을 검목하느라 현지 강변에 선적을 위해 쌓아놓고 원목을 검목하는 일을 자주하였는 바, 당시 모기에 엄청나게 많이 물렸다.

그 후 20년 이상,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 군도의 정글 속에서도 회사 일을 하면서 많은 모기에게 물려 말라리아에 두 번이나 걸린 적이 있다. 그런데 날씨가 온화한 지중해 기후대에 속한 에베소에 와서 이렇게 많은 모기에게 물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고대 에베소의 목욕탕이 있었던 곳이 이제 낮아져 습지가 되었으므로 모기떼가 이렇게 설치는 것이다. 하여간 이렇게 거대한 공중목욕탕이 있었다는 사실은 당시 에베소가 부유한 도시였다는 증거의 하나이다.

▲거대한 공중목욕탕 건물 잔해.
▲거대한 공중목욕탕 건물 잔해.

부두에 도착해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극장 앞을 지나야 에베소 시내의 다른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오랜 여행 끝에 에베소에 도착한 바울이 배에서 내려 마중 나온 친구들과 담소하며 극장 쪽을 향해 천천히 이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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