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독교인 대상 증오 범죄 급증… 연간 1천 건 달해
지난해 프랑스 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 건수가 거의 1,000건에 달했다는 보고가 나온 지 두 달 만에, 프랑스 베레프트 교구의 성당에 있는 마리아 동상이 참수되고 의자가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매체 ‘라누벨 리푸블리크’(La Nouvelle République)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각) “지역 소방관들이 푸아티에의 ‘생 테레즈 로마가톨릭 교회’(Roman Catholic Church of Sainte-Thérèse in Poitiers)에서 화재를 진압한 후 불에 탄 의자를 제거했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화재로 벽, 바닥, 유물에도 그을음이 생겼고, 전문적인 청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는 7월 사제직을 맡은 지 50년이 되는 알베르 자도(Albert Jadaud) 신부는 라누벨 리푸블리크와의 인터뷰에서 “오전 11시에 화재 안전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는 성찬실을 문을 열었다. 난 합창단석에 가고 싶었으나, 그가 오지 말라고 했다. 교회는 연기로 가득 차 있었고, 전직 파리 소방관이었던 그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교회는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프랑스에서 교회 건물을 표적으로 한 공격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도 교회 관계자가 목이 잘린 조각상들을 발견한 바 있다.
이번 기물 파손 행위는 2023년 프랑스에서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가 거의 1,000건에 달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데 이어 발생했다.
프랑스 내무부 및 해외부는 지난 3월 20일 인종 차별, 외국인 혐오, 반종교 범죄가 2023년에 32% 증가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중 반기독교 증오 범죄 건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내무부 및 해외부 카밀 차이제(Camille Chaize) 대변인은 프랑스 기독교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거의 1,000건에 달하는 반기독교 증오 범죄를 확인했다”며 “기독교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 중 90%가 교회 건물이나 묘지와 같은 건물을 표적으로 삼았다. 나머지 10%는 84명의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과 관련이 있으나, 그 공격이 언어적인지 신체적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보고서를 발행한 내무부는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보안 기관에 기록된 이러한 범죄와 위법 행위 및 벌금의 대부분은 모욕, 도발 또는 명예훼손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23년 프랑스 경찰과 헌병대에는 총 15,000건의 반종교적·인종차별적·외국인 혐오 범죄가 기록됐다. 이에 따라 당국은 부활절 주간을 맞아 전국적으로 10,000명의 보안군을 동원했다.
‘유럽 기독교인에 대한 불관용과 증오 관측소’(OIDACE)의 안자 호프만(Anja Hoffmann) 전무이사는 “프랑스 정부가 반기독교 증오 범죄의 성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최근 수십 년 동안 그러한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호프만은 “이 나라 기독교인들은 다양한 이유로폭력과 압력을 받았다. 프랑스의 라이시테는 공공 영역과 직업에서 종교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급진적인 세속주의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면 급진적인 이슬람의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분류된 특정 지역에서는 기독교인이 종종 위협, 차별, 폭력을 당한다”고 했다.
이어 “OIDACE는 올해 초부터 프랑스에서의 매우 우려스러운 반기독교 증오 범죄 사례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5건의 방화, 여러 차례의 심각한 기물 파손, 공공 십자가 훼손 등이 포함된다. 심지어 묘지에 ‘오늘은 이교도의 땅, 내일은 이슬람의 땅’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일도 있었다”고 했다.
호프만은 “프랑스 내에서 교회 건물과 기념 행사가 테러와 폭력의 대상이 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프랑스 경찰은 부활절과 같은 기독교 축일에 주변 보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몇 년간 프랑스 경찰의 자료에 따르면, 반기독교 증오 범죄는 하루에 거의 3건, 매년 약 1,000건에 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