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북한’ 에리트레아, 야간 급습으로 기독교인 30명 체포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수감자들은 고문으로 죽거나 영구 장애 갖게 돼

▲에리트레아.

▲에리트레아.

지난 4월 24일 에리트레아 당국이 아고르데트와 바렌투와 테세네이 등 중서부 도시의 기독교 가정들을 급습해 성도 30명 이상을 체포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에 따르면, 에리트레아 정부가 기독교인을 대규모로 체포한 것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이번 야간 급습은 당국자들이 지난 1월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 교외 게헤레트에서 열린 어린이 생일 파티에서 기독교인 30명을 체포한 사건과 지난 3월 아스마라 출신 기독교인 세 가정을 악명 높은 마이세르와 교도소에 구금한 사건에 뒤이어 일어난 것이다.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올해 발생한 이 세 건의 체포 사례는 지난 22년 동안 에리트레아 기독교인의 상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며 “2002년 5월 22일 에리트레아 당국은 이슬람교와 정교회, 가톨릭과 루터교를 제외한 모든 교회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그 이후, 금지된 교회의 기독교인들은 정식 기소나 재판도 없이 체포·투옥됐다. 가족이나 변호사와의 접촉도 불가능하고 형량에도 제한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에리트레아가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며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손꼽히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지난해 8월 13명의 기독교인이 10년간의 수감 생활 끝에 석방됐을 때, 일각에서는 에리트레아 정부의 기독교 핍박 정책이 변화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2018년 에리트레아 당국이 35명의 기독교인을 석방했을 때도 일부 사람들은 비슷한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기독교인 수감자들이 석방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이 전 세계 15개국의 순교자의소리를 사용하셔서 이 수감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시고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수감자 편지 쓰기 캠페인을 통해 에리트레아 당국을 압박하도록 하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그렇기 때문에 올해 에리트레아에서 기독교인들을 위해서도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최근 급증하는 박해에 더 많은 편지를 쓰는 것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VOM은 최근 구금된 기독교인 수감자들의 명단과 교도소 주소를 확보하기 위해 현지 사역자들과 협력 중이며, 이번 주 특별히 시간을 할애해 이미 공식 웹사이트에 이름과 교도소 주소가 게시돼 있는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수감자들에게 편지를 쓸 것을 기독교인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현재 한국 VOM 웹사이트에는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수감자 5명의 정보가 게시돼 있는데, 한국교회 성도 누구나 이분들께 즉시 편지를 보낼 수 있다. 무지 에자즈(Mussie Ezaz) 형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키다네 웰두(Kidane Weldou) 형제와 하일레 나즈기(Haile Nayzgi) 목사, 키플루 게브레메스켈(Kiflu Gebremeskel) 박사와 메론 게브레셀라지(Meron Gebreselasie) 목사는 모두 2004년부터 수감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리트레아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신실한 기독교인들.  ⓒ한국 VOM 제공

▲에리트레아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신실한 기독교인들. ⓒ한국 VOM 제공

현숙 폴리 대표는 “교도관들이 해당 수감자에게 편지를 전달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보낸 편지가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특정 기독교인 수감자에 오는 편지가 급증할 때 교도관들은 전 세계 교회가 그 수감자를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주님께서 때로 이러한 편지 쓰기 캠페인을 이용하여 기독교인 수감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투옥된 에리트레아 기독교인의 생존을 ‘매일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많은 기독교인 수감자들이 사막 한가운데 있는 선박용 철제 컨테이너에 갇혀 있다. 이 철제 컨테이너는 낮에는 매우 뜨겁게 가열되고 밤에는 얼어붙을 정도로 추워진다. 각각의 컨테이너는 작은 크기인데, 때로는 20명에서 30명의 수감자가 한 컨테이너에 꽉 차 있다. 컨테니어 구석에는 분뇨를 담는 양동이가 딱 하나 있고, 수감자들은 하루에 두 번만 밖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수감자들이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정말 잔혹하게 고문당하기 때문에, 석방될 때 마비와 같은 영구 장애를 갖게 된다. 어떤 사람은 고문의 상처로 죽고,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처형을 당한다”고 덧붙였다. 

▲에리트레아 사막에 있는 선박용 컨테이너. 하일레 나즈기 목사와 키플루 게브레메스켈 박사 같은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10년 이상 이러한 컨테이너에 투옥돼 있다.

▲에리트레아 사막에 있는 선박용 컨테이너. 하일레 나즈기 목사와 키플루 게브레메스켈 박사 같은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10년 이상 이러한 컨테이너에 투옥돼 있다.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리트레아 교회는 계속 부흥하고 있다. 모든 에리트레아 기독교인 수감자들은 ‘전도도 중단하고 정부에 등록되지 않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도 중단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면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에리트레아 기독교인이 감옥에서 그리스도의 신실한 증인으로 남아 있기로 결단한다. 그 신실한 성도들 가운데는 14년 이상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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