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 너무 잘 살게 되니 죄악이 더욱 관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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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19] 제3차 전도여행(6) 에베소(5)

해상 무역으로 엄청난 富 쌓아
향락 빠져 퇴폐 문화 생기기도
바울 전도했을 거리 많은 유적
목욕탕, 공중 화장실, 유곽 등

▲도미티아누스 신전.
▲도미티아누스 신전.

지난 회에 로마 제국 14대 황제 하드리아누스(Hadrianus)가 배를 타고 에베소를 방문한 것에 대해 한 줄 언급하였다. 그는 서기 123년 여름에 로도스섬으로 가는 도중 에베소에 방문하였다. 그가 129년 다시 에베소를 방문하였을 때, 에베소 항구 시설을 포함해 도시 전체를 향상시켜 주었다.

로마 제국 5현제(賢帝) 가운데 한 명으로 추앙받던 그는 제국의 변방 각지를 다니면서 제국 전체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현실적인 판단으로 로마 제국의 변경 지역을 안정시켰다. 참고로 5현제는 네르바(서기 96-98), 트리야누스(98-117), 하드리아누스(117-138), 안토니우스 피우스(138-16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61-180) 등이다.

이러한 하드리아누스의 치적을 기념하기 위해, 서기 138년 에베소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신전이 세워졌다. 필자는 1990년대 초부터 여태까지 20회에 걸쳐 동부 지중해를 여행하면서, 튀르키예 앗달리아(안탈리아) 항구와 그리스 아테네에서 그를 기념하여 세운 거대한 문을 본 적이 있다.

이 문들 각각에 대해서는 이미 69회와 101회에 필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에베소에는 하드리아누스 신전 외에 부하에게 암살당한 로마 도미티아누스 황제를 기념하는 신전도 있다.

▲중심가 분수 옆에 있는 ‘날아가는 나이키(Nike) 여신’ 조각.
▲중심가 분수 옆에 있는 ‘날아가는 나이키(Nike) 여신’ 조각.

유적지를 자세히 볼수록, 에베소는 당시 해상 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쌓았음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의 생활과 학문 수준도 아주 높았고, 일부 주민은 향락에 빠져 퇴폐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곳에서 바울은 3년간 머물며 이들에게 주의 복음을 전파했다. 에베소 경제는 크게 번영해 항구 부근에 엄청나게 큰 공중 목욕탕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지난 117회에 이야기하였다.

이 목욕탕은 부두 인근에 있었으므로 배를 타고 오는 선원들이나 또는 에베소 항구를 통해 다른 곳으로 가는 여행객들도 이용했을 것이다. 이런 대규모 공중목욕탕 외에도 에베소 중심가에는 별도로 여러 개의 공중목욕탕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차를 타고 에베소 유적지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입장권을 구입한 뒤, 에베소의 중심가를 지나는 ‘쿠레테스 거리(Curetes Street)’를 따라 야외 극장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쿠레타스 도로. 도로 끝에 셀수스 도서관(2층 건물)이 보인다.
▲쿠레타스 도로. 도로 끝에 셀수스 도서관(2층 건물)이 보인다.

야외 극장에 이르는 도로 양옆에는 폐허가 된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는데, 이곳이 에베소의 중심지이다. 지난 회에 설명한 셀수스 도서관도 이곳에 있으며, 주위에는 대규모 공공시장(Agora)도 있었다.

기원전 1세기에 가로, 세로 각각 160m, 56m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지어진 이 사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것 외에 정치적·종교적 행사도 열렸다. 시장 건물은 계속 보강되어 4세기 말에 완공되었다. 약 5백 년에 걸쳐서 완공되었을 정도로 이 시장의 건물은 사실상 예술품이었다.

사도행전 17장 17절(회당에서는 유대인과 경건한 사람들과 또 저자에서는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과 변론하니)에는 사도 바울이 아테네의 저자(시장) 거리에서 매일 전도했다는 말씀이 있다.

그러므로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곳 시장(저자)에 와서 전도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장에서 당당하게 주의 복음을 외치는 바울의 모습이 2천년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쿠레테스 거리에는 부유층이 이용하는 ‘학자의 목욕탕(Scholastikia Baths)’도 있고 유곽(遊廓)도 있었다. 당시 에베소인들의 생활 수준이 아주 높아, 대리석이 깔려 있는 쿠레테스 거리 일부 구간에는 모자이크 타일 그림이 있는 바닥이 아직도 남아 있을 정도다.

에베소의 부자들은 오후에는 대개 목욕탕(온탕, 냉탕, 수영장이 있음)에 와서 목욕과 수영을 한 뒤 마사지를 받으며 정치, 사업, 철학 이야기 등을 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생활이었다.

▲에베소 유적지. 고대에 사용된 상수도관.
▲에베소 유적지. 고대에 사용된 상수도관.

셀수스 도서관은 이 목욕탕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이 목욕탕, 공중 화장실 그리고 유곽은 건물은 다르나 같은 콤플렉스(연결된 건물)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쿠레테스 거리에 면한 유곽은 사도 바울이 순교한 이후 서기 98년부터 117년까지 약 20년에 걸쳐 2층으로 지어졌고, 4세기에 개축되었으나 지금은 1층 흔적만 남아 있다. 시가 중심지에 20여년에 걸쳐 잘 지은 유곽 건물 내부는 화려하여 벽에는 벽화가 그려졌고, 공간이 넓은 1층에는 식당도 있었는데 식당 바닥은 4계절을 그린 모자이크 타일로 되어 있었다.

유곽에는 고객들을 위한 이 식당뿐 아니라 식당 옆에 냉온 목욕탕과 수영장도 있었고, 목욕탕 바닥은 술 마시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모자이크 타일로 되어 있어 당시 극에 달한 사치스럽고 퇴폐적인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유곽에는 지금도 물이 나오는 우물이 있는데, 이 속에서 엄청나게 큰 성기를 가진 남성 조각상이 발견돼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너무 잘 살게 되면, 죄악이 더욱 관영(貫盈·가득 참)하게 되는 사실을 에베소는 증언하고 있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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