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화 교수의 <권력과 신앙>, 학습만화로 출간
‘나치 정권과 기독교’ 청소년 눈높이로 풀어내
종교개혁의 나라 독일에서 100년 전 전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나치정권의 등장이다. 히틀러와 나치는 권력 장악을 위해 기독교를 이용했고, 한쪽에서는 회유와 선동, 다른 한쪽에서는 탄압과 신앙 왜곡을 감행했다.
당시 나치가 기독교를 어떻게 정치에 이용했고,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신앙을 지켜냈는지를 통찰한 이레문화연구소 추태화 교수(기독교문화학, 안양대 전 부총장)의 저서 <권력과 신앙(Macht und Glaube)>이 만화로 출간됐다.
추 교수는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독일 문예학, 기독교문학, 철학, 사회학(M.A.), 아우그스부르크대학교에서 독일 문예학과 신학(Dr.phil.)을 공부한 독일 문화·정치 정통파다. 잘못된 메시아적 사상이 어떻게 나치 정권과 접목돼 히틀러라는 ‘악마’를 탄생시켰는지 만화 <권력과 신앙> 그대로 담아냈다.
만화 <권력과 신앙>은 1, 2권으로 이뤄져 있으며, 본서의 핵심 내용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초·중·고 청소년들도 이해하기 쉬운 학습만화 형태로 출간됐다. 유명 삽화가 ‘위성’이 참여해 트렌디한 일러스트를 담아, 내용이 상당한 수준의 역사서임에도 보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나치시대를 향해 추 교수는 “독일인들이 독일인들에 의해 탄압당했고,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인들에 의해 탄압당했던 시대”라고 말한다. 종교개혁 이후 400여 년간 계몽주의와 고전주의·낭만주의를 거친 ‘교양 있는 나라’ 독일을, 어떻게 반인류적인 정권이 들어서 철저하게 유린하게 됐을까.
추 교수는 “이 현상을 큰 시각에서 본다면 ‘잘못된 만남’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과 신앙의 치명적 악수(握手) 때문이라는 것. 히틀러와 독일 개신교 총회장 뮐러 목사는 정치와 종교의 최고점에서 각자의 이들을 챙기기 위해 악수했다. 결국 이는 독일 역사의 악수(惡獸)가 됐다.
히틀러는 교회를 공산주의로부터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기독교의 지지를 받아내고, 기독교는 히틀러 정권을 인정해 줬다. 이로서 나치라는 괴물은 세계를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몰아넣게 됐다.
히틀러 본인도 기독교 신자인 척하며 정치에 기독교를 이용했지만, 그의 행보는 철저히 반기독교적이었다. 나치에게 기독교는 궁극적으로 제거의 대상이었고, 나치 추종자들은 기독교와 유대교를 몰아내고 ‘게르만 신앙’이라는 새로운 종교를 세우려 했다.
이 과정에서 ‘나치의 신학화’가 진행됐다. 나치와 제국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조작하려 했고, 구약의 종말 사상을 차용해 히틀러를 독일 민족을 일으킬 정치적 메시아로 합리화시켰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히틀러와 동료에 대한 사랑으로 둔갑했다. 추 교수는 “마치 어느 한 사람이 구원을 가져다 줄 것처럼 영웅화하고 교주화하는 실수는 이 시대의 이단들과 교회들에게서도 발견되는 점”이라며 경종을 울렸다.
만화 <권력과 신앙>에서는 나치시대의 기독교를 연구하기 위해 몇 가지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첫째, 나치는 기독교를 정치에 어떻게 이용했는가. 둘째, 교회는 나치의 사이비 기독교 정책을 어떻게 오해했는가. 셋째, 민족신앙의 토착화는 기독교를 어떻게 왜곡했는가. 넷째, ‘독일적 사상’을 가진 자들은 독일 기독교인들을 어떻게 탄압했는가.
다섯째, 독일 기독교인들이 어떤 이유로 또 다른 독일 기독교인들을 탄압했는가. 여섯째, 기독교는 정치를 이용해 어떻게 민족종교·국가교회가 되려고 했는가. 일곱째,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교회와 신앙을 지켜냈는가. 여덟째, 교회의 정치세력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아홉째, 한국교회는 역사적 교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이다.
한편 추 교수는 만화 <권력과 신앙>으로 전국 학생 독후감대회와 학생 웅변대회, 콘텐츠 콘테스트를 기획하고 있다. <권력과 신앙>은 독일어, 일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됐으며, 영문 출판이 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