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185
칼빈은 중생한 자의 삶이 반드시 금욕이라는 회개의 소극적 측면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비록 신자가 이 땅에서 계속 죄인으로 머물러 있고 저 세상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성화를 완성한다 할지라도,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하게 될 때 우리는 결국 승리의 확신을 갖게 된다고 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선택하신 사람들에게 선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을 소생시키시고 의롭게 여기신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주시는 선택의 은사는 불가항력(irresistible)인 것이며, 이 은사는 또한 그들로 하여금 죄와 효과적으로 싸우고 거룩한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견인(堅忍)의 은사를 수반한다. 하나님께서는 성령을 통하여 우리의 심령을 단련하시고 설득하시고 온건하게 하시며 자신의 기업으로 주관하신다(Calvin, 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III 3:10). 또한 에스겔에 의하면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자신의 가르침을 좇아 행하도록 자신의 선택에 새로운 심령을 부여하시기로 약속하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그 가르침 안에서 행하도록 약속하신다.
“맑은 물로 너희에게 뿌려서 너희로 정결케 하되 곧 너희 모든 더러운 것에서와 모든 우상을 섬김에서 너희를 정결케 할 것이며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겔 36:25-26)
그러면 웨슬리신학의 경우는 어떠한가? 웨슬리의 성결론에는 점진적인 면과 순간적인 면이 있는데, 그 강조점은 순간적인 면에 있다. 그리스도인의 완전은 하나님의 창조 행위에 견줄 만한 일로서, 은총에 의하여 순간적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순간적 성결 전후의 성장을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혜에 응답하는 인간의 자세와 태도, 즉 헌신, 복종, 선행, 은혜의 수단들을 활용하는 등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지속적 성화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만이나 영적 태만이 내게 젖어들지 못하도록 늘 깨어서 ‘쉬지 않고 기도’(살전 5:17)해야 한다. “우리 자신을 유혹으로부터 지켜내는 가장 좋은 길은 말씀과 기도로 거룩한 습관을 키우는 일이다.”(David Jeremiah) 그리고 ‘육체의 소욕을 따르지 말고’(롬 6:12)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삶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성령을 소멸하지 말며”(살전 5:19)
거룩한 영적 생활을 방해하는 죄악과 정욕된 생각이나 감정이 마음속에 자리잡으려 할 때, 우리는 십자가에서 이루신 주님의 희생의 공로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의 옛사람을 십자가에 못 박아 온전히 죄를 멸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찬양한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갈 5:24)
이때 우리의 영혼은 갑자기 죄의 유혹으로부터 맑아져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제대로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죄짓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죄를 자꾸 바라보면 죄에 매이게 되고, 예수님의 승리를 바라볼 때에는 죄로부터 승리하게 된다.”(Joyce Meyer)
이런 경건의 훈련을 나날의 최대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자는 충분히 ‘성령의 능력을 통하여 육체의 소욕을 이기며 율법의 요구를 이루는 삶’(롬 8:1-4)을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주님의 승리를 즐거워하고 있는 동안, 죄의 유혹과 그릇된 정욕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배본철 성령의삶 코스 대표(성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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