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요한, 예수님 어머니 마리아 집에 모신 후 에베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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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20] 제3차 전도여행(7) 에베소(6)

에베소에는 사도 요한 기념교회
39-48년 마리아와 에베소 거주?
요한, 도미티아누스 사망 후 유배
풀려 에베소에서 요한복음 집필

▲사도 요한 기념교회.
▲사도 요한 기념교회.

오늘날 옛 에베소 성 근처는 일부 지역만 언덕일 뿐, 대부분이 평지로서 목화밭과 오렌지밭이 이어져 있다.

에베소 유적 인근에는 사도 요한 기념교회(Church of St. John)가 있다. 요한은 노구를 이끌고 오늘날 튀르키예 버가모, 서머나 등지에서 선교를 하다 로마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도데카니사 제도에 있는 밧모(Pathmos)섬으로 유배를 당해 그곳에서 요한계시록을 썼다.

밧모섬이 있는 도데카니사 제도는 그리스 영토로 튀르키예 해안 가까이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 사이의 격전지로 유명하다.

1960년대에 나온 ‘나바론’이라는 전쟁 영화는 도데카니사 제도 가운데 한 섬인 나바론(가상의 섬)에 독일군이 인근 해상을 제압하기 위해 설치한 거대한 대포 2문을 영국군 특공대가 파괴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제도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에서 독일군이 일방적으로 승리하였다.

▲추적의 문. 이 문을 지나서 들어가면 사도 요한 기념교회가 나온다. 사진에 보이는 문 앞의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면 주차장이 있다.
▲추적의 문. 이 문을 지나서 들어가면 사도 요한 기념교회가 나온다. 사진에 보이는 문 앞의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면 주차장이 있다.

도데카니사 전투에서 체면을 구긴 영국군은 전쟁이 끝난 뒤 실추된 체면을 세워 영국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이라고(물론 영화로써 수익도 만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야기가 잠시 빗나가지만, 필자는 도데카니사 전투에 관련한 그리스어 책을 2024년 2월 아테네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구입한 뒤 기뻐서 하루종일 기분 좋게 보낸 적이 있다.

서기 81년 경 로마 11대 황제가 된 도미티아누스는 기독교를 박해하는 한편, 살아있는 동안에도 신으로 추앙받기 원했으나 부하들에 의해 서기 96년경 황궁에서 암살됐다. 그 후 요한은 밧모섬 유배에서 풀려나 에베소로 돌아와 요한복음을 썼다.

요한복음 19장 25-27절에는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육신의 모친 마리아에게 요한을 가리키며 “보소서 아들이니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요한에게는 “보라 네 어머니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요한이 마리아를 그의 집에 모셨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구전에 의하면 요한의 형제와 예수님 (육신의) 삼촌의 아들이 살해당하자, 예수님 부활 4년 또는 6년 후 요한은 마리아를 모시고 예루살렘을 떠나 서기 39년부터 서기 48년까지 에베소에 거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교회 유적 바닥에 있는 요한의 무덤 표식판.
▲교회 유적 바닥에 있는 요한의 무덤 표식판.

이렇게 사도 요한은 예수님 육신의 모친 마리아를 모시고 함께 에베소에 와서 살다가, 두 명 모두 에베소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사도 요한이 세상을 떠난 지 300여 년 후 에베소 기독교인들은 요한의 무덤 위에 목조 교회를 세웠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그 후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 시절인 서기 6세기 초 그의 명령에 따라 소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교회를 다시 세웠다. 참고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재임 시절 비잔티움 제국은 로마법을 집대성했고, 제국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가졌다.

아야술룩(Ayasuluk) 언덕 기슭에 세워진 이 교회는 길이 110m의 2층 건물로 본당(Nave), 안마당(Atrium), 현관(Exonarthex), 세례방(Baptistry), 지하 예배당(Crypt)으로 구성되었으나, 서기 557년 지진으로 일부가 부서지고 그 뒤 654년부터 655년 사이 이곳을 침공한 아랍인에 의해 파괴되었다.

사도 요한 기념교회는 건물 자체도 크지만 교회를 중심으로 주위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성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3개 있었는데 오늘날은 ‘추적의 문(Pursuit Gate)’만 제대로 된 형상을 갖고 남아 있다. 서기 7-8세기 아랍인들이 에베소를 공격해 오자, 기독교인들은 이 교회를 방어하려 주위에 성벽을 쌓았으며, 오늘날도 벽의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영국군 특공대가 파괴한 나바론섬 절벽 동굴 속 독일군 거포(영화 속 장면).
▲영국군 특공대가 파괴한 나바론섬 절벽 동굴 속 독일군 거포(영화 속 장면).

추적의 문으로 한참 걸어가야 사도 요한 기념교회에 도착할 정도로 교회를 둘러싼 성벽은 규모가 크다. 교회를 방어하기 위해 교회 주위에 20개의 망대를 설치한 대규모 성벽을 쌓아놓은 것은 필자가 알기로는 이 교회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스탄불에 있는 톱카프 궁전은 요한의 두개골과 손을 전시하고 있으나, 진위 여부는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 14세기 아랍인 (모로코 출신) 세계 여행가 이븐 바투타(Ibni Batuta)에 의하면, 14세기 이 교회는 이슬람 모스크로 사용됐으며, 14세기 말 일어난 지진으로 무너졌다.

오늘날은 기둥과 골조만이 을씨년스럽게 남아있으나, 유적의 바닥을 보면 앞에 설명한 바와 같이 교회의 크기가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21년에 시작한 발굴 작업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사도 요한은 100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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