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성적지향과 젠더’ 통해 비판적 입장 밝혀
궁극적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
성혁명 영향으로 난잡한 성행위
출산 저하, 포르노·성매매 퍼져
죄악된 성적 충동 억제하는 건
억압이 아닌 고결한 성품 형성
자멸해가는 사회, 교회가 늦춰야
국제로잔위원회가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발표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에 ‘젠더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로잔운동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성혁명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과 관련, 로잔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첫 공식 문서이기도 하다.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는 전 세계 복음주의권을 대변하기를 자처하는 150명의 선교 전문가들이 2050년을 내다보며 교회와 선교에 미칠 주제를 10개의 주요 항목에 담아낸 문서다. 전 세계 12개 권역과 23개 이슈 네트워크, 청년 그룹 YLG 등 35개 그룹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최근 발간했다.
한국 로잔 측 관계자들은 젠더 이슈에 적극 대처해 왔다. 제4차 대회 한국준비위원장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원로)도 평소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 입장을 보여 왔으며, 로잔대회에서 이 문제를 다룰지에 대한 질문에 “피해갈 수 없는 주제”라고 답한 바 있다. 제4차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이자 한국로잔위 이사장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역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의 선두에 서곤 했다. 다만 로잔 차원에서의 공식 입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는 10개의 주제로 이뤄지며 7번째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카테고리 내에서 ‘인공지능’, ‘트랜스휴머니즘’과 함께 세 번째 하위 세션에 ‘섹슈얼리티(성적지향, sexuality)와 젠더(gender)’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성경은 모든 문화와 인간 삶의 모든 측면에 도전한다. 섹슈얼리티와 젠더 이슈도 예외는 아니”라며 “다른 모든 현상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러한 이슈들을 평가할 때 우리의 궁극적인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했다. 이어 “서구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현재의 사고를 이해하려면, 궁극적으로 과거에 유지하던 규범을 무너뜨린 성과 젠더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초래한 1960~1970년대 성혁명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임과 낙태는 모두 성적 친밀감을 재생산에서 분리하므로 가족에 대한 전통적이고 성경적인 이해에서 성을 분리한다”며 “피임과 낙태에 대한 이러한 의료 기술과 이와 관련된 관용적 태도는 오늘날 서구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가족계획 프로그램을 약화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혁명의 가장 중요한 주장은, 만일 개인에게 성적 표현에 있어서 무제한의 자유가 주어지게 되면 개인과 가족과 사회의 복지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가족과 사회에 대한 전통적인 의무는 개인이 자기만족을 ‘억압’(repressing)하는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보는 개인적인 자기 만족적 문화의 성장을 촉진했다. 권위 있는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났고, 이는 권위의 원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기관의 성 추문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오늘날의 이상(ideal)은 가족의 기대, 사회적 규범, 생물학, 신적 권위 등 모든 외부적 제약으로부터의 ‘자유’다. 성(sex)은 우상들의 신전에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는 개인의 권위와 만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성의 유일한 가치를 자기실현으로 간주하므로 성을 평가절하했다. 초월적인 목적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으면 남은 것은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즉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경고한 자기 사랑뿐(딤후 3:2)”이라며 이 시대 풍조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성혁명의 영향은 광범위하고 깊으며 파괴적”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로 ▲결혼율과 출산율은 서구 전역에서 급락하고 있고 ▲난잡한 성행위(일상적 섹스 문화, ‘유혹 문화’, 다자간 연애 등)는 많은 도시 및/또는 청소년 문화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포르노와 그에 따른 성매매, 외설스러운 성에 대한 기대 역시 널리 퍼져 있다고 경고했다.
‘동성애’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지적했다. 보고서는 ▲동성 간 성행위는 서구의 많은 도시 및/또는 청소년 문화에서 주류가 되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을 양성애자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들이 관계적으로 ‘모든 문을 열어 두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들 대부분은 이성애 관계로 돌아간다고 했다.
또 ▲젠더와 관련하여 인간의 신체를 다루는 생물학(embodied biology)은 더 이상 자신에 관한 어떤 절대적인 지식의 원천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개인의 감정과 욕구에 맞는 장신구다. 성전환(transsexuality)이라는 드문 의학적 상태로 시작된 것이 이런 식으로 트랜스젠더 현상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성혁명, 성경적 섹슈얼리티에 어긋나
젊은 세대에 자유 대신 공허함 제공
성적인 온전함에 대한 성경적 태도,
복음의 확신 강화하고 힘 북돋아 줘
‘비이성애자 소외’ 잘못은 인식해야
이들은 “이 모든 현대 사회의 경향은 인간의 번영을 촉진하는 신실하고 성경적인 섹슈얼리티에 어긋난다”라며 현대 사회에 섹슈얼리티와 젠더 이데올로기의 예상된 흐름으로 세 가지를 분석했다.
첫째는 “가족, 우정, 공동체의 유대보다 자기만족이 더 중요한 급진적인 개인주의”로 “외모에 중점을 두고 일상적이고 상품화된 성을 촉진할 것이다. 이성애자(heterosexual), 동성애자(homosexual), 범성애자(pansexual) 혹은 다성애자(polysexual) 등 모든 수단을 통해 점점 더 쾌락 추구를 증대시키는 특징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필연적으로 불안, 우울증, 자살 충동 및 안락사에 대한 관심, 출산율 감소 등 개인과 가족과 사회 전반에 재앙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젠더 이데올로기와 트랜스젠더 운동이 가속화될 것도 우려했다. 이들은 “이미 사용되는 의료 기술은 점점 더 쉽게 접근하게 되어, 한 세대 전에는 믿기 어려웠던 방식의 성형수술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둘째 이와는 반대로 성경적 규범을 기쁘고 은혜롭게 받아들이기보다 (전통적이고 엄격한 규범 위에서) 비판 없이 공유되는 ‘도덕적인 종교성’이, ‘진정성 있지만, 원치 않는 비이성애적(non-heterosextual) 욕구가 있으며 사회의 성 역할을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불안, 우울증, 자살 충동을 증가시킬 것도 우려했다.
셋째로, 그럼에도 이들은 “성혁명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젊은 세대는 자유와 성취 대신 강렬한 깨어짐과 공허함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이어 “(일부 서구 문화에서 진행되듯) 자신의 동성애 경험이나 불일치하는 성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탐색하고 하나님의 섭리로써 성행위에 대한 성경적 표준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의 일을 충실하게 증언하는 공동체는 성적 자아실현의 메시지에 대해 대항문화적으로 계속하여 살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교회가 나아갈 길’로 첫째 “최소한 사회가 자멸로 쇠퇴하는 것을 늦춰야 한다”고 했으며, 둘째로 “하나님께서 주신 권위 있는 질서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기독교 복음에 중요하다. 성적인 온전함(sexual wholeness)에 대한 성경적이고 기독교적 태도에 대한 확신은 복음에 대한 확신을 강화하고 기독교인들이 섹슈얼리티를 포함하여 복음의 요구에 합당하게 살아가도록 힘을 북돋아 준다”고 밝혔다.
교회 지도자들에게 “세속적 주장을 반박하고 자신의 신자들을 자신 있게 성경에 서 말하는 견해로 이끌기 위해 섹슈얼리티에 대한 성경적 견해에 충분한 확신이 필요하다”며 “신학 대학들은 성경 전체에 걸쳐 제시된 성경적 성 윤리의 선함과 아름다움을 소재로 하여 성경적 윤리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 및 생생한 경험과 통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비이성애자들을 소외시키고 거부하는 데 기여했던 과거의 잘못을 인식하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는 그들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향해 나아가도록 부름 받았다”고 했다.
이들은 ▲신실한 교회는 세상의 수용을 선호하여 성경적 성도덕을 거부하고 배교하는 ‘진보적’(progressive) 기독교와 구별하라 ▲죄악된 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것은 ‘억압적’인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고결한 성품을 형성하는 것이다 ▲구원은 행위가 아닌 은혜에 의한 것이며, 우리의 섹슈얼리티의 성화는 성령의 선물이다 ▲성적 방임이라는 우상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성적 순결을 추구하라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체화된 섹슈얼리티(embodied sexuality)의 법칙에 어긋난 죄를 지은 사람들까지도 회복시키신다 ▲우리는 (순결 혹은 이성애만이 아닌) 오직 은혜로 구원받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룩한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신실한 삶을 살아간다 ▲진정한 구도자와 진심으로 회개하는 성적인 죄인(동성애자, 성전환자를 포함해)을 환영하라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때때로 우리는 섹슈얼리티와 젠더와 관련된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덜 말하고 복음의 핵심 진리에 더 초점을 두라는 권고를 받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님의 온전한 뜻, 즉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모든 것을 가르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기독교인들은 성적인 존재이며 젠더를 가진 존재로서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올로프 에드싱어(Olof Edsinger) 스웨덴 복음주의 연합(Swedish Evangelical Alliance) 사무총장, 의사이자 학자인 패트리샤 위라쿤(Patricia Weerakoon, 시드니 대학교 성 보건 대학원 프로그램 전 책임자), 마크 야하우스(Mark Yarhouse) 휘튼대학교(Wheaton College) 심리학 석좌교수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한편 4차 대회 한국준비위 공동부위원장 최성은 목사(지구촌교회)는 지난 17일 한국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대회에서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해 다룰 예정이라며 “의장들과 신학위원회가 세심하고 성경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