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 바울도 섰을 에베소 연극장 올라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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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21] 제3차 전도여행(8) 에베소(7)

로마 시대 반원형 극장 남아 있어
사도행전 19장에 관련 사건 등장
높은 좌석 올라가니 에베소 항구
도로와 평야까지 한눈에 들어와
배에서 내린 바울 친구들과 담소
도로 따라 극장 들어오는 상상도

▲에베소의 대규모 반원형 극장. 멀리 가운데 보이는 산 오른쪽이 고대의 항구 지역.

▲에베소의 대규모 반원형 극장. 멀리 가운데 보이는 산 오른쪽이 고대의 항구 지역.
“온 성이 요란하여 바울과 같이 다니는 마게도냐 사람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잡아가지고 일제히 연극장으로 달려들어 가는지라(사도행전 19장 29절)”.

오늘날 에베소 유적지를 가 보면 고대에 건설한 반원형 극장 2곳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입장료를 내고 유적지 입구를 들어가면, 에베소 중심도로인 쿠레테스 도로가 시작하는 오른편에 오데온(Odeon)이라 부르는 작은 반원형 극장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에베소 유적지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큰 반원형 극장이다.

오데온은 서기 150년경 에베소 부자인 안토니우스(Vedius Antonius)와 그의 아내 파피아나(Flavia Papiana)가 세운 것으로, 관람객 1,500명이 입장할 수 있다. 고린도식으로 장식돼 있는 오데온은 사도 바울이 세상을 떠나고 약 80년 이후 세워진 것이므로 바울은 이 극장은 볼 수 없었으나, 시내 중심에 있는 큰 극장은 바울이 직접 이곳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본 곳이다.

사도행전 19장 24절에는 데메드리오(Demetrius)라는 은장색(은세공업자)이 바울 때문에 자기들이 섬기는 아데미(Artemis) 여신의 위엄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며(사실은 우상을 만들어 파는 자기 장사가 안되므로), 에베소 주민들을 연극장으로 모으고 소란을 주동하는 내용이 나온다.

▲에베소의 대규모 반원형 극장. 이곳에서 데메드리오가 소란을 일으켰다.

▲에베소의 대규모 반원형 극장. 이곳에서 데메드리오가 소란을 일으켰다.
아데미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신의 딸로서 아폴로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다이아나(Diana)라고 부르는 우상 중 하나다. 데메드리오와 그에 동조하는 주민은 바울의 동역자인 마케도니아 사람 가이오(Gaios)와 아리스다고(Aristarchos)를 잡아서 야외 극장으로 끌고 갔다.

데메드리오 일당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에베소에 전하는 바울을 도와 전도 사역을 하는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잡은 것이다.

동역자 두 명이 야외극장 속으로 잡혀 들어간 것을 알게 된 바울은 극장에 들어가려고 하였으나, 바울의 제자들과 현지 공무원 가운데 예수 믿어 바울의 친구가 된 자들이 바울을 제지하였다.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에베소시의 서기장이 나타나 이 소란스런 집회는 불법이라고 공표하고 군중을 해산시켰다. 이 극장은 에베소 항구의 부두(현재는 항구가 없어졌음)에 내리면 직선 도로를 따라 막 바로 보이는 산 언덕 밑에 있는 대규모 반원형 극장이다.

▲에베소의 사도 요한 묘지.

▲에베소의 사도 요한 묘지.
이 야외 반원형 극장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사망한 이후 대왕의 부하 장군 가운데 한 명으로서 대왕의 뒤를 이은 리시마코스(Lysimachus) 왕이 기원전 3세기에 마케도니아, 그리스 본토, 소아시아를 통치할 때 에베소 시내에 있는 언덕의 경사진 밑부분에 만들어졌다. 이 극장은 그 후 로마 제국 클라우디우스 황제(재임기간 서기 41-54) 등에 의해 여러 차례 구조가 변경되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 극장은 무대 건물(극장 외부에서 보면 우뚝 솟은 건물), 공연장 바닥(배우들이 연기하는), 객석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극장은 무대 건물의 높이는 18m, 객석의 지름은 154m로서 2만 5천 명의 관객이 입장 가능한 상당히 큰 규모다. 극장은 연극, 음악회뿐 아니라 에베소 시민이 모여 회의를 하는 장소로서도 사용됐다.

이렇게 극장에 모든 시민이 모여서 하는 회의를 당시 그리스어로 ‘데모스(Demos)’라고 불렀다. 이런 회의도 열리므로 은장색 데메드리오가 에베소 주민을 선동하여 바울의 동역자인 가이오와 아리스다고를 이곳에 끌고 가서 소란을 일으키면서 자기들 나름의 ‘데모스’ 회의를 한 것이다.

대리석을 깔아 놓은 공연장 바닥은 로마식이 그리스식보다 넓다. 그러므로 오늘날 남아있는 극장의 공연장 바닥은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 놓은 것을 로마 시대에 더 넓혀 놓은 것이다.

▲에베소의 사도 요한 기념교회 기둥들. 교회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에베소의 사도 요한 기념교회 기둥들. 교회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공연장 바닥에서 배우들이 연극을 하거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 귀빈들은 경사진 언덕에 만들어진 객석에 올라가지 않고 공연장 바닥에 자리를 만들어 배우들을 가까이 보면서 관람했다.

필자는 이 반원형 극장에 가장 높은 좌석에 올라가 주위를 살펴보니 멀리 고대 에베소 항구가 있던 곳과 그곳에서 극장까지 연결된 도로도 보이고, 항구가 있던 방향으로는 넓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배에서 내린 바울이 환영 나온 친구들과 담소하면서 도로를 따라 극장 방향으로 걸어오는 장면을 혼자 상상해 보았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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