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흰색 웨딩 드레스도 선글라스도 ‘처벌’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강화된 정보 통제 드러나

남한 노래·영화 보고 유포했다고 공개처형
결혼 때 흰 드레스 입으면 ‘반동’으로 처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적용 사례 처음 수록
휴대전화와 한국식 말투 및 표현까지 단속
여성 인권 침해와 종교에 대한 탄압도 여전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및 요약보고서. ⓒ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및 요약보고서. ⓒ통일부

통일부가 6월 27일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발간된 ‘북한인권보고서’는 지난해 보고서의 근간이 된 탈북민 508명의 증언에, 2023년 조사한 141명의 증언을 추가해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보고서는 특히 북한 인권 관련 국내외 주요 관심사인 정보 통제, 탈북민 강제북송, 해외 파견 노동자 등 인권 침해 이슈들을 심층 분석했고, 정치범수용소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도 다루고 있다. 특별히 이 보고서는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적용 이후 주민들을 공개처형한 사례를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 보고서에 수록한 것이다.

보고서는 다수 탈북민 증언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근거로 적극적으로 주민 통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 외부 정보로부터 주민들, 특히 청년층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3대 악법’을 내세워 교양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동향도 드러났다. 2022년 황해남도에서 22세 청년은 남한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시청하고 이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에 의해 공개처형됐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가택수색 빈도가 잦아졌다는 증언이 있었고, 2023년 3, 4월에도 살인 등 강력 범죄자와 함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자를 처형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조사에 응한 한 탈북민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제정)을 근거로 22세 농장원을 처형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법 시행 이후로는 (남한 드라마·영화를) 시청만 해도 교화소에 가고 이를 최초로 들여온 사람은 무조건 총살”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탈북민은 “(북한의) 방송 같은 곳에서도 불순 녹화물 유포, 괴뢰말 찌꺼기(남한 말), (청바지 등) 괴뢰 문화 옷차림, 정치적 발언 등 사유로 적발돼 총살형, 노동교화형 등에 처한다고 공개한다”고 했다.

또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휴대전화기를 수시로 검열해, 주민들이 주소록에 ‘아빠’, ‘쌤’, ‘님’ 등 한국식 말투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 단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는 행위,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는 행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행위 등도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 북한인권보고서 요약보고서 내용 中. ⓒ통일부
▲2024 북한인권보고서 요약보고서 내용 中. ⓒ통일부

보고서는 또한 지속적으로 자행돼 온 강제북송 과정에서 고문, 가혹행위, 알몸검사, 성폭력, 강제 낙태 등의 인권 침해, 특히 북한 여성들이 겪는 여성 인권 침해 사례를 다수 수록했으며,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 종교에 대한 탄압과 북한 주민의 일상화된 마약 사용 실태 관련 증언들도 수록했다.

한 탈북민은 “(2017년에는) ‘함흥에는 코 달린 사람은 얼음(빙두: 필로폰의 은어)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에서는 마약을 많이 한다”고, 또 다른 탈북민은 “(2017년에는) 치료 약을 구하기 어려워서 모든 병 치료에 아편이나 빙두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소책자(리플릿) 형태의 ‘요약보고서’와 ‘영상보고서’로도 제작했다. 요약보고서에는 북한 인권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표 증언들을 담았으며, 영상보고서는 이를 보다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설(내레이션 북한인권홍보대사 배우 유지태)과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요약보고서와 영상보고서는 통일부 누리집을 통해 공개(QR코드 연계)되며, 전자책 형태로 게재되는 종합보고서도 누구나 볼 수 있다.

통일부는 “2024 북한인권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2024 북한인권 국제대화, 주한 외교관 대상 설명회 등 국내외 후속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양한 홍보 캠페인을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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