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적 제재 논란과 기독교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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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사적 제재’(private retribution)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이는 극악 범죄자들의 악행 정도에 비해 그들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해, 올바른 정의 구현이 어려울 뿐더러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보복범죄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돼 해당 사건이 약 20년 만에 재조명됐다. 이는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남고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포함해 미성년자 5명을 1년간 저지른 끔찍한 성범죄 사건이다.

그러나 직접적 가해자 44명, 간접적 가해자 119명에 달하는 이 엄청난 사건에서, 결과적으로 집단 성범죄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황당하게도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소년부로 송치되거나 피해자의 아버지가 돈을 받아 합의하면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얼마 되지 않는 합의금조차 피해자의 피해 회복엔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가 끔찍한 범죄 충격와 트라우마로 지옥과 같은 삶을 사는 동안, 가해자들은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아무런 전과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버젓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엽기적인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던 조두순 씨가 만기 출소하면서 엄청난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그가 이전부터 상습절도와 강간치상 등의 범죄를 십수 차례나 저질렀던 흉악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12년 만에 출소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점 때문이었다. 조 씨가 자신을 검거한 안산단원경찰서 강력팀장에게 “교도소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나올 테니 그(출소할) 때 봅시다”라고 이야기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보복범죄 우려도 강하게 제기됐다.

조 씨의 출소를 앞두고 수많은 유튜버들이 그를 응징하겠다고 예고하고, 이에 관심을 갖고 몰려든 인파들로 인해 출소 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특히 혼란을 방지하려던 경찰들은 “왜 범죄자를 보호하느냐”는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몇 달 전에는 아예 디즈니+에서 ‘비질란테’(자경단)라는 드라마가 흥행하기도 했다. 이는 범죄 사실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도,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지도 않는 흉악범죄자들에게 주인공이 ‘사적 제재’를 가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대부분 “우리의 현실에 비질란테가 정말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그만큼 현재 우리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제대로 된 사법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사적으로 행해지는 ‘응징’은 결국 절제되지 않는 폭력과 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 특정 개인이나 사적 집단이 사법 시스템 이상의 철저한 정의감과 공평무사함과 인내심을 가지고 제재를 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성경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롬 12:19),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고 용서와 사랑을 말한다. 초대교회 교부인 아우구스티누스도 “인간이 복수하려는 시도는 하나님의 공의와 질서에 반하는 것이며, 참된 정의는 오직 하나님에게서 온다”고, 종교개혁자 칼빈도 “인간의 타락된 본성이 사적 복수를 통해 정의를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다만 기독교계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도 굳게 붙들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 제도를 바로잡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범죄자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피해자는 불안과 분노, 트라우마라는 ‘2차 피해’를 당하게 될 수 있으며, 이는 또한 이미 언급했듯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해 사회 혼란까지 야기한다. 이에 수사, 사법, 입법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 있는 기독교 지도자들은 먼저는 이 사법 시스템을 바로잡고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

교정과 교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범죄자에 대한 형벌의 목적은 형벌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또한 중요한 것은 그 범죄자를 근본적으로 교정·교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혹자는 교정과 교화를 회의적으로 보거나 폄하하기도 하지만, 악질 범죄자들이 거듭나 새로운 삶을 사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며, 또한 범죄자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강력 처벌하고 새 삶을 살 기회를 막아버린다면 절망에 빠진 그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인면수심의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가해자들에게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당장은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더 큰 피해를 낳게 된다. 기독교인들은 이 땅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바로 설 수 있게 하기 위해 각자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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