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날’ 넘어 ‘통일의 날’ 제정되길”

LA=토마스 맹 기자  dwlee@chtoday.co.kr   |  

‘탈북민의 날’ 맞아 ‘미주 탈북민 대회’ 개최

첫 탈북은 17세, 정치범수용소
여러 차례 다녀오며 다시 탈북
3만 4천 탈북민, 자유의 용사
영국에서 시의원 도전 정치인

▲미주 탈북민 대회에서 강연자 티모시 조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LA=토마스 맹 기자

▲미주 탈북민 대회에서 강연자 티모시 조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LA=토마스 맹 기자

“저는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자유의 용사라고 생각합니다. 그 많은 고통을 이기고 세계 각지에 정착해 비즈니스맨으로, 정치인으로, 교육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곧 열릴 것입니다. 지금도 하나님이 역사하고 계셔서 북한 땅에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기념 ‘미주 탈북민 대회’가 7월 12일 오후 3시(이하 현지시간) 미국 LA 가든스위트호텔에서 AKUS 한미연합회, 오렌지카운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주최, AKUS 한미연합회 LA 남북통일분과위원회, NKIA 탈북민선교회, 미주북한인권 통일연대 등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날 강연한 탈북민 티모시 조는 앞서 워싱턴D.C.에서 있었던 ‘제21차 북한자유주간’ 중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보았던 문구 ‘프리덤 이즈 낫 프리(Freedom is not free)’가 매우 감명 깊었다면서 “영국 맨체스터까지 와서 자유를 선물로 얻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티모시 조는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시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오늘도 2천 5백만 북한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다”며 “오늘 이 행사가 그분들을 생각하는 의미가 있어, 이 자리에 서니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조는 “북한에서 어린 시절, 부모님이 탈북했다는 이유로 ‘반역자의 아들’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래서 학교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자유의 땅에 와서 제일 좋았던 것은 ‘펜’이었다”며 “펜 수집이 취미가 됐다. 펜과 책들을 모아 북한에 보내고 싶다. 아직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 못한 채 북한에서 세뇌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 펜과 책을 보내주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티모시 조는 “탈북 후 영국에서 공부하며 받은 많은 질문들 중 하나가 ‘어떻게 탈북했느냐’는 것이었다. 탈북할 때 17세였고, 강제북송 후 여러 차례 끔찍한 수용소 생활을 했다”며 “한번은 중국에서 18명과 함께 북송당했는데, 감방에 탈북민들이 가득 차 누울 곳이 없어 서로 등을 지고 자게 됐다. 아침에 등이 너무 무거워 뒤를 돌아보았는데, 제 등에 의지했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죽었다. 밖으로 시체를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함께 잤던 17명 중 저만 살아남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재탈북 후 중국 외국인 감옥에 갇히면서 두 번째 북송 위기를 맞았다. 감방 안에 죄수 7명이 있었는데, 한국인 죄수도 있었다. 건달같은 그가 제게 작은 성경책을 줘서 읽는데,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기도해 보라’고 권유하더라”며 “미친 사람이라 여겼지만, 죽음 앞에 남은 선택지는 기도뿐이었다. 당시 제가 자살할까 봐 칫솔을 주지 않아, 손으로 양치를 하고 있었다. 하나님께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아멘’ 하면 된다고 해서 ‘하나님 저는 죽고 싶지 않아요, 북한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나서, 영화처럼 거인 같은 사람이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저를 구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풀려났다. 제가 붙잡힌 것을 알고 많은 외국인들이 울고 있었는데, 그들 중 10세 아이 등이 기자들에게 저를 살려 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영국 BBC와 미국 CNN 등 세계 유명 언론에 보도가 되는 일들이 이어졌다”며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이 전 세계 중국 대사관에서 시위를 하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필리핀으로 추방당해 풀려나는 놀라운 일들이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티모시 조는 “16년 동안 자유의 땅 영국에서 사는 동안 힘들었던 것은 북한에서 보았던 각종 인권 유린이 꿈에서 보이는 등 여러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는 것이었다”며 “아직도 많은 탈북민들이 조국 땅에 잡혀 포로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하고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도 하나님께 살려달라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저는 3만 4천 탈북민들이 자유의 용사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곧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탈북민들은 북한 2천 5백만 주민들을 대표한다. 계속해서 북에 남겨진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북한 인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그들의 호소는 오늘날 미국과 유엔에 인권 대사를 불렀다. 우리 활동은 계속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하나다. 앞으로 통일 대한민국에서 ‘탈북민의 날’이 아니라 ‘대한민국 통일의 날’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개회사를 한 김영길 장로(AKUS 한미연합회 총회장)는 “북한이 닫힌 마음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를 억압해도,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은 막을 수 없다. 그 증거가 탈북민들”이라며 “우리는 탈북민들을 포용하고 권익 향상에 힘쓰면서, 한국과 북한의 통일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알래스카, 유타, 텍사스, 워싱턴 주 시애틀과 워싱턴D.C. 거주 40여 명의 탈북민이 함께했으며, 탈북민 자녀 장학위원회(이사장 조선환)가 탈북 자녀들에게 준비한 장학금 수여식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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