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의 신앙 본질에서 본 한국교회 구원 신앙의 반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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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웅 칼럼] 코메니우스의 구원론에 따른 한국교회 구원 신앙 되돌아보기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학교 총장, 현 한국 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학교 총장, 현 한국 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문제 제기]

이 글의 주제는 “믿음, 소망, 사랑의 신앙 본질에서 본 한국교회의 구원 신앙의 반성”에 관한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의 ‘이신칭의 구원 신앙’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의식하였고, 한국교회 구원 신앙의 실제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그 신앙 실제 문제 극복의 대안으로써 믿음, 소망, 사랑이 서로 깊이 연관된 기독교 구원 신앙의 본질(구원론)을 새롭게 하도록 도우려고 한다. 역시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가?”란 질문을 전제하여 이 글을 정독하면 더 큰 도전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최근에 출판된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한국교회”란 책은 한국교회 이신칭의 구원 신앙의 실제에 나타난 여러 문제를 고발하고 지적하면서, 기독교 구원 신앙의 실제를 되돌아보게 해 주고 있으며, 한국교회 이신칭의 구원 신앙 실제의 문제들에 큰 도전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지난 2017년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둔 시점인 2015년에 출판된 것으로, 한국교회의 의식 있는 신학자들 14명이 기고한 논문집이었다. 필자는 이 책에서 이 글을 준비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를 얻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구원론 주제와 연관된 연구에 도전을 준 것은, 지난 90년대부터 한국교회에 알려진 ‘바울의 새 관점’ 연구자들이 주장하는 ‘유대교 율법 준수의 구원론’도 큰 동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필자는 이 책(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한국교회)에서 지적한 한국교회 구원 신앙의 문제들에 깊이 공감하면서, 동시에 한국교회 이신칭의 구원론이 큰 위기에 처한 모습임을 강하게 도전받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의 논자들은 문제 제기뿐만 아니라, 나름의 극복 대안을 제시해 놓았다는 점에서 공신력이 돋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대안 제시들이 과연 문제 해결의 충분한 대답인지는 역시 필자에게도 질문이었다. 특히 이 책의 편집 책임자(임태수 박사)는 두 편의 논문에서 한국교회 신앙은 믿기는 잘하지만 정작 행동하지 않는 신앙 실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그 원인은 ”오직 믿음으로“(sola fide)란 이신칭의 명제의 지나친 강조에 있음을 또한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믿음이 구원 얻음의 필수조건인 것처럼, 역시 행함도 필수조건이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필자는 그분의 주장에 매우 공감하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근본 문제 해결의 충분한 대답인지는 역시 질문되었다. 이 책에서 지적된 이신칭의 신앙 실제의 주된 문제는 특히 지금까지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서 나타난 신앙의 비윤리성에 관한 것이 중심이었다. 그 원인은 한국교회가 급성장하던 지난 70-80년대 이래로, 우리 목회자들 대부분이 이웃 교회와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오직 개교회 성장만을 감행했던 목회적 태도에 놓여 있으며, 그러한 태도가 목회 성공을 거두는 비결로 착각한 결과 오늘날 주로 대형교회들에서 나타난 목회 세습의 비윤리적 행위가 지금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로부터 불신받는 주된 원인이 되었음도 잘 지적해 놓았다.

물론 이뿐만은 아니다. 근년에 급격히 나타나고 있는 한국교회 교인 수 감소 현상도 그간 코로나가 주된 원인으로 이해했었으나, 그 사태가 종결된 후에도 여전히 가나안 성도가 날로 증가한다는 소식은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지향해 온 구원 신앙이 우리 사회에 별다른 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한계를 확인하게 해주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한국교회에 대한 불신 역시 오늘의 당면한 이신칭의 구원 신앙의 실제 문제와 관련하여 신앙의 별다른 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한국교회의 지도자 우리 모두의 반성이 요구됨은 결단코 외면할 수 없는 반성의 주제임이 분명하다 할 수 있다.

존경하는 복음의 동역자 여러분, 그러면 한국교회의 구원 신앙의 비윤리성 문제를 극복하고, 그간 상실한 우리 사회의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성을 다시 회복하며, 또한 상실한 듯한 구원 신앙의 원동력과 역동성을 다시 회복하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역시 심각한 성찰이 필요되는 구원론에 관한 질문이 아닐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극복은 앞서 소개한 책의 편집 책임자가 제시한 대안에서처럼, 루터가 강조한 “오직 믿음으로”(sola fide)란 말에서 “오직”(sola)이란 글자를 빼면 문제가 해결될지는 역시 질문이다. 아마도 지금부터 한국교회가 단결하여 믿음만이 구원의 필수조건이 아니라, 행함도 필수조건임을 가르치고 깨우치면 이신칭의 구원 신앙이 그간 한국교회에 초래한 행함 결핍의 문제가 극복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질문이다. 그 이유는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충분조건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어떤 이들은 믿음이 올바르지 않기 때문에, 행함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루터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문제 극복은 단순히 믿음과 행함(사랑)의 연결에서만이 아니라, 믿음, 소망, 사랑을 연결한 통전 적인 구원 신앙의 통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것이 사도바울이 성경에서 밝혀준 구원 신앙의 본질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며, 바울은 그의 서신들(신약)에서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이신칭의를 말하면서도(율법 행위 우선권의 강조 때문에), 그러나 구원 신앙의 실제 모습을 말할 때는 항상 믿음, 소망, 사랑이 연결된 그리고 칭의와 성화와도 연결된 구원 신앙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살전 1:3, 살전 5:8, 고전 13:13, 갈 5:5-6, 골 1:4-5). 그 중에서 “믿음, 소망, 사랑, 이 3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라고 말해 준 고전 13:13 말씀은 그러한 사실을 더욱 생각하게 해 준다.

그리고 교회 역사적으로도 초대교회의 복음 전파에서뿐 아니라, 교부 시대에 이르러서도 대신학자 어거스틴은 믿음, 소망, 사랑을 교회 신앙교육(요리문답)과 예배의 중심 주제가 되게 하였으며, 중세가톨릭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것을 신적인 덕성들(Tugenden)로 해석하여 구원 신앙 본질의 폭넓은 의미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종교개혁 이전 15세기 중엽 보헤미아-모라비아(Bohemnia-Moravia) 지역에서 유럽 최초의 개혁교회로 출발한 형제 연합교회(Unitas fratrum,1457)가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 교회사역의 중심 주제로 삼았던 구원론이었으며, 종교개혁 이후, 17세기에 코메니우스는 형제 연합교회 구원 신앙의 전통을 따랐을 뿐 아니라, 그것을 기독교 구원 신앙의 본질로 삼아 성경 계시 전체에 근거한 구원 신학의 체계로 자리 잡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종교개혁 당시 루터는 중세가톨릭교회의 선행 구원론에 대항하여, “오직 믿음으로”(sola fide)란 이신 칭의 구원론을 주장하면서, 믿음, 소망, 사랑을 구원 신앙의 본질로 이해하고 수용하기를 거절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14세기 초엽, 유명론자요, 스콜라주의 신학자인 오캄(W.Okam)이 믿음, 소망, 사랑은 구원을 얻기 위한 인간이 힘써야 하는 노력(공로)으로 해석해 준 논문에서 루터가 이미 큰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신인 협동적 관계로 이해함). 생각하면 루터가 믿음, 소망, 사랑을 거절한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 개신교회(한국교회) 구원론의 가르침에서 믿음, 소망, 사랑의 기독교 신앙 본질로서의 의미는 전적으로 외면된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 소망, 사랑을 연결하지 못한 구원 신앙 본질에 관한 루터의 외면이 오늘날에 이르러 한국교회의 이신칭의 구원론에 믿음과 행함을 분리하는 모순을 초래하게 된 것이 아닌가 질문된다.

그러면 루터가 외면하고, 한국의 개신교회 구원론에서도 전혀 취급하지 않은 이러한 믿음, 소망, 사랑을 왜 오늘 필자는 다시 주목하게 되는가? 그 이유는 이신칭의 구원 신앙의 실제가 안고 있는 믿음과 행함의 분리 문제의 극복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구원 신앙 본질 이해의 근본 문제해결의 대안을 우리는 믿음, 소망, 사랑의 기독교 신앙 본질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메니우스가 말해 준 믿음, 소망, 사랑의 신앙 본질에 대한 이해는 결정적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의 본론과 결론에서 특히 코메니우스가 밝혀준 믿음, 소망, 사랑이 얼마나 성경적 근거를 가진 구원 신앙의 실제를 보여주는 신학인지를 소개하며, 또한 믿음, 소망, 사랑의 관점에서 칭의(구원)와 성화를 이해한 그의 생각이 얼마나 합당한 것인지를 밝혀보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전제하고 싶은 것은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란 말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본질(本質)은 비본질(非本質)적인 것과의 대조에서 우리는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할 수 있다. 그간의 교회 역사를 돌아보면,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기보다 비본질적인 것들에 매여 서로 대립하며 논쟁하고 분열했던 모습이 그간의 교회 역사로 여겨진다(한국교회 역시 그렇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복음과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더 주목하기를 바라며, 특히 이러한 기독교 신앙 본질 이해에서 미래 기독교(한국교회)의 통일과 연합가능성의 근본토대가 더욱 성찰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본론]

1. 그러면 코메니우스가 보여준 믿음 소망, 사랑의 구원 기독교 신앙 본질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4가지 관점에서 그의 믿음, 소망, 사랑을 전제한 기독교 신앙 본질의 의미를 소개해 본다.

1)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인간의 인격적인 응답의 관계로 이해한 코메니우스의 믿음, 소망, 사랑

코메니우스는 먼저 성경 전체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를 3가지 종류로 구분하여 이해하였다. 그것은 구원의 계시와 명령의 계시, 언약 계시로서, 믿음, 소망, 사랑은 그 계시 각각에 대한 인간의 전인적인 신앙의 응답으로 이해하였다. 이것들은 종교(신앙)의 근본 토대로서 하나님이 모든 성경 말씀 가운데 스스로 요약해 주었으며, 동시에 기독 신앙의 본질(Essens)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이해는 코메니우스의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형제 연합교회가 처음부터 수용하고, 목양 사역의 본질적인 과제와 목표로 삼아 실천했던 구원론이었다. 그는 이러한 전통을 잘 따르면서도, 성경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확인하면서, 믿음, 소망, 사랑을 구원 신학의 핵심 주제로 발전시켰다.

코메니우스의 이러한 이해는 그가 일찍 출판한 성경핸드북(Manualnik)의 서문에서 확인된다. “먼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믿음, 소망, 사랑에 관한 것들이 엮어져 있으며, 사람에게는 믿도록 계시하고, 행하도록 요구하며, 기대하도록 약속한 것들의 모든 총체를 분명하고 완전하게 포함한다. 그리고 성경은 새로운 촛불을 대신하여 아직도 황량한 모습으로 어두움에 처한 체코교회의 남은 자들에게 이것들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책의 ‘독자들에게 주는 인사말’에서도 ”하나님은 인간을 그의 형상대로 만든 후에 그를 창조물 전체의 신적 대리인으로 세우시고, 그에게 창조주가 자신임을 계시하였다. 하나님은 인간이 창조주요 보존자이신 그를 생각하고, 먼저 믿어야 할 것을 가르쳐 주었으며, 두 번째로 하나님의 기쁨을 위하여 행동할 것을 가르쳤으며, 세 번째는 인간이 다시금 하나님의 자비로부터 순종의 대가로서 현세와 영원을 기대하고 소망할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이 3가지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그를 향한 사랑과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소망의 근거요, 인간의 품위 자체이며, 왕관이며 장식품이며, 역시 모든 종교의 총합이다“란 말에서도 확인된다.

여기서 우리는 코메니우스가 믿음, 소망, 사랑으로 연결된 신앙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품위와 인격과 관계된 신앙의 본질적인 가치들로 이해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코메니우스는 역시 이러한 3가지 계시들(구원, 언약, 계명)에 대한 믿음, 소망, 사랑의 응답 관계는 하나님 백성의 대표로 선택된 아브라함과 맺은 구원 언약의 체결 가운데 놓여 있음을 밝혀 준다. 그것은 즉 창 17:1과 창 15:1인데, 먼저 “나는 강하고 전능하신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는 말씀(창 17:1)에서 한 분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그의 계명 순종으로 사랑 실천이 요구된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리고 “두려워 말라 나는 너의 방패요,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창 15:1)고 한 말씀에서 영원한 자비의 소망을 제시하여 아브라함의 소망이 되게 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이 3가지를 코메니우스는 모든 종교와 하나님의 모든 영광과 모든 구원을 이루는 토대로 이해하였고, 신앙의 주춧돌로서 하나님을 기쁨으로 경배하며, 그분에게서 자비와 구원을 기대하는 곳 어디서 언제나 인간이 하나님을 따르게 된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코메니우스는 이제 이러한 믿음, 소망, 사랑의 구원 신앙의 본질은 새 언약의 창시자이며, 인류 구원의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난 신약 복음의 은혜(계시)에 근거하고 있음을 밝혀 준다. 특별히 요 14:1-3, 그리고 15절 말씀에서 첫째, ‘너희는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1절: 믿음), 둘째,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켜라.’(15절: 사랑), 셋째,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2-3절: 소망)고 약속한 말씀 등에서였다. 그는 역시 이것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에게 분부한 복음 전파의 핵심 주제로서(마 28:19-20), 초대교회에 사도들이 전파한 복음으로, 믿음, 소망, 사랑은 복음 전파의 결실로 이해하였다(고전 13:13, 골 1:4 이하, 벧전 1:3 이하, 7절 이하, 갈 5:5-6, 행 24:14-16, 히 10:22-25). 그리고 교부시대의 대신학자 어거스틴(im Enchridion ad Laurentum)에 의하여 이것들은 그대로 계승되었으며, 특히 15세기 코메니우스의 조상들인 형제 연합교회(Unitas fratrum)에서도 계승된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일웅 교수(전 총신대학교 총장, 현 한국 코메니우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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