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의협, 비판 성명 발표
의사가 치사량의 약물 처방해 죽음 앞당겨
회생불가능 상태서 생명 연장 거부와 달라
국민 바람은 ‘연명의료결정’이지 자살 아냐
‘존엄사’ ‘의사조력 임종’… 결국 자살일 뿐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7월 초 발의한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한국복음주의의료인협회(대표 신명섭 원장, 이하 한복의협)가 “존엄하게 살 권리를 훼손하고 국민을 끝까지 인간답게 돌볼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당시인 지난 2022년 6월 국내 처음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으며, 종교계와 의료계의 반대에 논의가 중단됐다.
재발의된 조력존엄사법에서는 ‘조력존엄사’ 희망자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대상자 결정을 신청하고, 이를 심의·결정할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심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대상자는 대상자 결정일 1개월 후 자신이 담당의사 및 전문의 2명에게 존엄사 희망 의사표시 후 이행할 수 있으며, 담당 의사는 처벌받지 않는다.
한복의협은 24일 논평에서 “이 법안에서 말하는 ‘조력존엄사’란 정확히 표현하면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다. 죽음을 앞당기기 원하는 말기 환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소정의 절차를 따라 의사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처방받아 죽음을 앞당기게 한다는 것”이라며 “자살이 존엄한 것이라면 힘든 상황에서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존엄하지 않은 것인가”라고 했다.
이들은 “(국민들이 ‘존엄사’로 생각하는)‘연명의료결정’이란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을 통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존엄사는) 인위적인 연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말기의사결정으로 가장 원하는 것은 ‘연명의료결정’이지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은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의사조력자살’을 ‘존엄사’라는 용어로 포장하고 있다. 이는 ‘자살’이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을 무마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존엄사’, ‘의사조력 임종’ 등 그 어떤 용어를 써도 자살은 자살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태부족해 암 환자의 사망 전 이용률이 33%에 그치고 있다. 말기 암 환자가 완화의료 전문기관 대기를 하다가 응급실이나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가 허다한 현실에서 고통에 대한 완화는 제공하지 않고 치사량의 약물을 제공해 죽게 만드는 것이 ‘존엄사’인가”라고 했다.
이들은 “만약 ‘의사조력자살’이 ‘존엄사’라는 가면을 쓰고 합법화되면 사람을 살리는 의사라는 본업이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의료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기독 의료인들을 대표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의사조력자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국민을 오도하고 자살을 방조하는 ‘조력존엄사법’ 제정에 반대한다.
지난 7월 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이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이하 조력존엄사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의사단체와 종교계의 반대로 무산된 ‘연명의료결정법’의 연장선으로 인위적인 생명 단축을 ‘존엄사’로 위장한 정치적 법제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
이 법안에서 말하는 “조력존엄사”란 정확히 표현하면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이다. 죽음을 앞당기기 원하는 말기 환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소정의 절차를 따라 의사에게 치사량의 약물을 처방받아 죽음을 앞당기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언제 자살을 존엄하다고 합의한 바 있나. 자살이 존엄한 것이라면 힘든 상황에서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존엄하지 않은 것인가?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존엄사’라는 용어를 ‘의사조력자살’이 아닌 ‘연명의료결정’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이란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을 통해 생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을 권리는 이와는 전혀 방향이 다르다. 인위적인 연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위적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말기의사결정으로 가장 원하는 것은 ‘연명의료결정’이지 ‘안락사’나 ‘의사조력자살’이 아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의사조력자살’을 ‘존엄사’라는 용어로 포장하고 있다. 이는 ‘자살’이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을 무마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존엄사’, ‘의사조력 임종’ 등 그 어떤 용어를 써도 자살은 자살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에 대해 죽음의 의도와 동기를 인식하면서 자신에게 손상을 입히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말기 질환이든 심한 우울증이든 죽음을 앞당기려는 의도와 동기를 가지고 의사에게 처방받은 치사량의 약물을 복용해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는 것은 명백한 자살이다.
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고 편안하게 삶을 마감하도록 돕는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호스피스완화의료’라고 한다. 이런 의료 돌봄을 통해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존재론적 고통이 완화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태부족해 암 환자의 사망 전 이용률이 33%에 그치고 있는 점이다. 말기 암 환자가 완화의료 전문기관 대기를 하다가 응급실이나 요양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가 허다한 현실에서 고통에 대한 완화는 제공하지 않고 치사량의 약물을 제공해 죽게 만드는 것이 ‘존엄사’인가? 효과 없는 연명의료로 소모하는 비용을 완화의료에 투자하지 않고, 값싼 약으로 환자의 생명을 끝내는 것이 어찌 ‘의사조력 임종’이란 말인가?
의료인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치유 사역을 위임받은 자들이다. 즉 살리고 돌보는 사람들이지 죽으라고 돕는 사람이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도 “나는 요청을 받는다 하더라도 극약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며 복중 태아를 가진 임신부에게도 그러할 것이다.”라고 나와 있다.
만약 ‘의사조력자살’이 ‘존엄사’라는 가면을 쓰고 합법화되면 사람을 살리는 의사라는 본업이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의료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 실제로 이미 ‘의사조력자살’이나 ‘안락사’가 합법화된 국가들에서는 이를 둘러싼 의료진의 부담감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 국가이며 그중 노인자살률이 매우 높은 나라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가족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노인들과 장애인, 극빈자 등 취약계층에게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의사조력자살’이 합법화된 나라에서 일반 자살도 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이 나이가 많든, 병들었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존엄하게 살 권리이지 죽음에 내몰릴 권리가 아니다.
우리는 국회에 발의된 ‘조력존엄사법’이 국민의 존엄하게 살 권리를 훼손하고 국민을 끝까지 인간답게 돌볼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악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에 대한민국의 기독 의료인들을 대표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시키는 ‘의사조력자살’에 단호히 반대하는 바다.
2024.7.24
한국복음주의의료인협회 대표 신명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