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 규탄 성명 발표
주요 기능 정상인 ‘살아 있는 인간’ 대상
회생 불가능한 무의미 치료 중단과 달라
인간이 자의적으로 생명 종결시키는 행위
‘존엄’, 고통에도 삶을 포기 않을 때 써야
국민 82% 찬성한다는 조사, 오해서 비롯
지난 국회에서 등장했다 논란 끝에 폐기됐던 일명 ‘조력존엄사법’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되자, 의료계와 생명윤리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상임대표 이상원, 이하 협회)는 24일 성명을 내고 이에 대해 “인간의 생명을 자의적으로 종결시키는 반생명적인 위험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등 10인의 국회의원은 7월 5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이하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앞선 2022년 6월 연명의료결정법 일부를 개정 발의해 존엄사 허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종교계와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협회는 “이 법안이 말하는 말기 환자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신진대사가 유지되고 있으며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환자이므로 살아 있는 인간”이라며, 회생 불가능한 상태의 무의미한 연명치료와는 다르다고 했다.
이어 “소위 ‘조력존엄사’라는 말로 우회하여 표현한 행위는 정직하게 말하면 ‘의사에 의한 살인’이자 ‘자살 방조’”라며 “존엄이라는 용어는 고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행 ‘연명의료법’이 허용하는 무의미한 진료의 중단은 인간이 취한 조치가 환자의 생명을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신체의 상태가 환자의 생명을 종결하는 것”이라며 “조력존엄사는 인간이 자의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이므로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82%가 입법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조력존엄사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만일 조력존엄사에서 안락사를 뜻하는 의사조력자살로 바꾸어 질문한다면 결과는 현저히 다르게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안락사를 명백한 비윤리적인 행위로 금지하고 있는 의사윤리지침(제36조①, ②)과 의사전문직 윤리와 직업적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 의사조력자살(PAS, Physician-Assisted Suicide)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입장을 외면하고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해당 성명 전문.
안규백 의원의 “조력 존엄사” 법안에 대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의 입장
안규백 의원 등 10인의 국회의원은 2024년 7월 5일 현행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법”)이 임종과정에서 치료효과 없이 단순히 임종과정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차원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말기환자로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제11조, ⓶) 소위 “조력존엄사”를 요청할 때 담당의사는 이를 도울 수 있다(제13조, ⓵)고 규정함으로써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이하 “동 법안”)을 발의하였다.
동 법안은 그 근거로서 국민의 약 82%가 조력존엄사 입법에 찬성하고, 국회의원 100명 중 87명이 조력존엄사법에 찬성하고 있어서 조력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 조력존엄사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조치라는 것, 그리고 조력존엄사가 환자로 하여금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동 법안이 인간의 생명을 자의적으로 종결시키는 반생명적인 위험한 법안임을 다음과 같은 이유들에 근거하여 밝힌다.
1. “동 법안”이 말하는 말기 환자는 심장과 폐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신진대사가 유지되고 있으며 자기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환자이므로 살아 있는 인간이다.
2. “동 법안”이 소위 “조력존엄사”라는 말로 우회하여 표현한 행위는 정직하게 말하면 “의사에 의한 살인”이자 “자살 방조”다. 사탄이 천사를 가장하는 것 같이 “존엄사”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사람들을 혼란케 하는 이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존엄이라는 용어는 고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3. 현행 “연명의료법”이 허용하는 무의미한 진료의 중단은 인간이 취한 조치가 환자의 생명을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신체의 상태가 환자의 생명을 종결하는 것이므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동 법안”이 말하는 소위 조력존엄사(안락사)는 인간이 자의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행위이므로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4.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욥 1:21)는 말씀과 “모든 생물의 생명과 모든 사람의 육신의 목숨이 다 그의 손에 있느니라”(욥 12:10)는 말씀이 명백히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의 생명의 종결권은 하나님께 있다. 따라서 환자가 자기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있다는 주장은 하나님의 생명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5. 이 법안은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 82%가 “조력존엄사” 입법에 찬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조력존엄사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조력존엄사에서 안락사를 뜻하는 의사조력자살로 바꾸어 질문한다면 결과는 현저히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이렇게 설문을 바꾸어서 조사를 하여 다수가 찬성한다 해도 인간의 생명의 가치는 절대적인 가치이므로 설문조사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도덕률과 성경의 도덕법 등에 근거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6. 인간의 생명을 자의적으로 종결시키는 문제는 의료인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조치가 필요한 문제이며, 이 지식과 조치는 대한의사윤리지침에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입법가들이 이 문제에 관련된 법안을 만들 때는 대한의사윤리지침의 규정을 무겁게 참고해야 한다. 안락사를 명백한 비윤리적인 행위로 금지하고 있는 의사윤리지침(제36조⓵, ⓶)과 의사전문직 윤리와 직업적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 의사조력자살(PAS, Physician-Assisted Suicide)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입장을 외면하고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7.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자의적으로 종결시키는 반생명적 행위를 법제화함으로써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근시안적인 방향으로 입법과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되고 말기 환자에 대한 돌봄을 강화하여 생명의 존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입법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2024년 7월 24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 상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