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가 해외에서 망명을 요청하는 시민들의 여권 발급 재개 결정을 내리자, 박해로 나라를 떠났던 파키스탄 기독교인들이 안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키스탄 모신 나크비(Mohsin Naqvi) 내무부 장관은 지난 6월 5일(이하 현지시각) 파키스탄 외교 사절단에 “망명을 신청했거나 이미 망명한 시민에게 여권을 발급·갱신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종교적·정치적 박해로 인한 난민들에게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며, 많은 시민들은 기본적 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샤크 다르(Ishaq Dar) 외무부 장관은 22일 “해외에 거주하지만 여권이 취소됐거나 만료된 파키스탄 망명 신청자들에게 여권 발급을 재개하기로 했다”며 “이는 신청 후 60일 이내에 발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펀자브주 의회의 기독 의원인 에자즈 알람 오거스틴(Ejaz Alam Augustine)은 CDI-MSN과의 인터뷰에서 “6월 5일 정부가 내린 결정은 파키스탄에서 온 기독교 망명 신청자들에게 엄청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정부가 해당 결정을 번복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신성모독법 남용과 관련한 국민의 진정한 우려를 해결해 소수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는 두려움의 주요 원인이며, 사람들을 파키스탄에서 떠나게 한다”고 했다.
‘평등을 위한 운동’(Rawadari Tehreek)의 샘슨 살라마트(Samson Salamat) 의장은 “망명 신청자에 대한 여권 발급 금지는 모든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박해를 피해 망명을 요청하고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 세계인권선언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살라마트 의장은 “국제사회와 인권기구가 이 문제를 제기해 파키스탄 정부가 이 비논리적인 결정을 재검토하도록 촉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파키스탄교회(Church of Pakistan) 회장인 아자드 마샬(Azad Marshall) 주교는 “여권 금지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마샬 주교는 “교회는 이 결정에 반대했고, 우리는 정부에 이와 관련된 우려를 전달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신앙과 관계없이, 불안을 느끼거나 박해를 받을 경우 다른 나라로 도피한다. 정부의 조치는 그런 이들에게 집도 국적도 없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온 수백 명의 박해받는 기독교인 가족들이 태국,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다른 나라에 수년간 난민으로 머물며 서방으로 이주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족이나 개인의 이 같은 재정착 과정은 매우 느리고, 많은 기독교인이 이를 통과하지 못해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면, 그런 기독교인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고 했다.
스리랑카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파키스탄 난민 311명과 망명 신청자 180명을 수용하고 있으며, 그 중 30명은 기독교인이다.
다양한 출처에 따르면, 태국에서 약 400명의 파키스탄 기독교인 가족이 망명을 신청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도 비슷한 수의 망명 신청자들이 있다.
파키스탄 여권은 전 세계 199개국 여권의 순위를 매긴 헨리여권지수(HPI)에서 5년 연속 최하위권을 기록했으며, 227개 목적지 중 34개 목적지에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은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이슬람 강경파의 공격으로부터 소수 민족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꾸준히 비판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