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서머나’에서, ‘폴리갑 교회’를 찾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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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25] 제3차 전도여행(12) 서머나(2)

서머나, 오늘날 430만 큰 항구
폴리갑 교회, 쓸쓸함 느껴져
교회 없어, 호텔 방에서 예배
뛰어난 건축, ‘아시아의 진주’

▲이즈미르(서머나) 시내.

▲이즈미르(서머나) 시내.

오늘날 인구 430만 명의 이즈미르는 큰 항구 도시로서 인구로는 튀르키예에서 이스탄불(1,500만 명)과 앙카라(600만 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성경에는 ‘서머나’로 나온다.

우리는 그리스 기오섬에서 만나 함께 배를 타고 튀르키예에 도착한 그리스인 제리가 친절하게 알려준 대로, 이즈미르 기차역 근처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 여장을 풀었다. 호텔은 역 근처 큰 대로에 있는데 제리가 말한 대로 방값이 저렴하였고, 시설은 그런대로 지낼 만하였다.

시내에 나와 보니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 복잡하였다. 소형 전자제품, 회중 전등, 계산기 등의 용도로 쓰이는 소형 건전지를 조그만 상자에 넣어 갖고 다니며 파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어떤 소년은 건전지를 파는 아버지를 옆에서 도와주느라 라면상자 크기의 상자 안에 가득 찬 건전지를 들고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을 따라다녔다. 한눈에 실업자가 많아 보였다.

우리는 시내 중심가 힐튼호텔 근처에 있는 성(聖) 폴리갑(Saint Polycarpe) 교회를 찾아갔다. 튀르키예어로는 ‘Sen Polikarp’라고 벽에 쓰여 있었다. 폴리갑은 서머나 교회 감독(서기 115-156년)이었으나, 서머나에서 기독교 박해가 시작하자 86세에 화형에 처해져 순교로 생을 마감한 믿음의 사람이다.

▲이즈미르 도시 전경과 항구(사진 중앙 왼편에 바다가 보인다).

▲이즈미르 도시 전경과 항구(사진 중앙 왼편에 바다가 보인다).

당시 로마 총독은 그가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도록 시도하였으나, 폴리갑은 “86년간 나는 하나님을 섬겼는데, 하나님은 단 한 순간도 나를 외면치 않으셨다. 그런데 내가 어찌 나의 왕 되신 하나님을 모독할 수 있는가?”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폴리갑 교회는 어렵지 않게 찾았으나 문은 잠겨 있고, 밖에서 보면 마치 사업이 안 되어 문 닫은 지방 중소기업 공장처럼 쓸쓸해 보였다. 더욱이 이 교회는 현재 천주교 성당으로 되어 있다. 생동감은 전혀 보이지 않고 관광 유적지의 느낌을 주고 있을 뿐이다.

시내에는 로마 시대에 만든 아고라(시장)가 있는데, 여기를 가보고 사도 바울 시대, 그리고 사도 요한이 일곱 교회에 편지를 보낼 당시의 서머나의 높은 문화와 사회 수준이었음을 상상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이즈미르에 도착한 날은 토요일이었으므로, 다음날 주일예배를 드릴 개신교회를 찾으려 여기저기 물어 보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시내에 있는 아고라 유적.

▲시내에 있는 아고라 유적.

주일날 아침 6시, 근처에 있는 모스크에서 꾸란 읽는 큰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시내에 퍼져 들렸다. 이 소리는 하루에 5번이나 들린다. 교회를 발견하지 못해 필자는 아내와 딸과 함께 주일 오전과 오후에 호텔 방에서 모여 앉아 예배를 드렸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 가운데 주님께로부터 칭찬받은 교회는 서머나 교회와 빌라델비아 교회밖에 없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주님께로부터 칭찬받았던 곳조차 기독교 교회는 없어져서, 주일날 예배드릴 교회를 발견 못했다. 대신 이슬람 모스크가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기원 전부터 항구로서 크게 번성한 서머나는 오늘날도 분주한 항구 도시이다. 항구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고, 항구의 일부는 튀르키예 해군 군항이므로 군함도 많이 정박하고 있다.

▲폴리갑 교회.

▲폴리갑 교회.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이즈미르(서머나)가 상당히 넓게 자리를 잡은 큰 도시임을 알 수 있다. 기원전 20년경 로마제국이 이 도시를 점령하고 이 도시에 로마식 아고라(시장), 경기장, 야외 원형극장, 공중목욕탕, 성벽 등을 건축하였다.

그러나 서기 178년 일어난 지진으로 도시는 크게 파괴되었다. 그 뒤 철학자로서 로마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다시 도시를 재건하였다. 서머나를 비롯하여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와 골로새 등이 위치한 이 지역은 고대에 아시아(오늘날 튀르키예 서남부 지역) 지역으로 불렀는데, 이 가운데 서머나는 당시 뛰어난 건축 문화 때문에 ‘아시아의 진주(Pearl of Asia)’라는 별명을 얻었다.

파고스(Pagos) 언덕 북쪽 경사면에 세워진 당시 아고라 유적(길이 200m, 폭 165m)은 대규모로서 이미 대형 돌기둥의 일부가 발굴되었고, 지하실을 비롯한 다른 부분까지 계속 발굴 중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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