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9세 여아 결혼 허용’ 추진… 여성계·인권단체, “아동 강간 합법화” 비판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Unsplash/Aliata Karbaschi

ⓒUnsplash/Aliata Karbaschi

이라크 정부가 9세 아동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여성계와 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결혼과 이혼, 자녀 양육 등 가족 관련 문제에 대한 결정 권한을 종교 당국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이하 현지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는 최근 해당 법안의 1차 심의를 통과시켰다. 현행 이라크 법은 1959년 도입된 개인 지위법에 따라 18세 미만의 결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15세의 경우, 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 법적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결혼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혼인에 대한 결정권을 종교 당국에 넘기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여성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여성계에서는 “종교 지도자들이 9세 소녀들의 결혼을 허가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아동 강간을 합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단체의 라야 파이크 씨는 “이 법은 내 딸의 남편이 내 손녀를 어린 나이에 결혼시키고 싶어하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 법 개정안은 아동 강간을 합법화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전역에서 해당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25명의 여성 의원들도 이 법안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남성 의원들의 강한 지지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연합의 공동 설립자인 나후디아 마흐무드는 “2019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대규모 청소년 시위로 인해, 정치인들은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강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며 “그들은 활동가들이 자신의 권력을 위협한다고 느끼고 억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여성 의원 알리아 나시프는 “안타깝지만 이 법을 지지하는 남성 의원들은 미성년자와 결혼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며 “그들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입법자가 아닌, 남성으로서만 이 모든 것을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이라크 여성의 28%가 18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라크 사회에서 조혼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번 법안 개정이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많이 본 뉴스

에디터 추천기사

10.27

“10.27 연합예배, 정치 집회 아니다”

‘10.27 연합예배’가 5일(10월 22일 기준) 뒤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성도들이 함께 드리는 예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조직위 홈페이지에 표시된 실시간 참가 신청 인원은 10월 21일 오후 8시 30분 현재 무려 56만 121명이다. 이에 10.27 연합예배 준비를 맡…

디아 무들리

英 목사, 이슬람·性 관련 거리 설교하다 체포돼

영국의 한 목사가 얼마 전 브리스톨대학교 인근에서 거리 설교를 도중 이슬람과 성(性)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디아 무들리(Dia Moodley) 목사는 당시 “이슬람의 신과 기독교의 신의 도덕적 기준 …

지옥에서 온 판사

<지옥에서 온 판사> 같은 판타지, 기독교에 좋지 않은 이유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지난 회에 이어 SBS 드라마 를 분석합니다. 이 드라마에는 악마 판사 ‘강빛나(박신혜)’를 비롯해 경찰 한다온(김재영), 구만도(김인권), 이아룡(김아영), 오미자(김영옥), 정재걸(김홍파), 정태규(이규한), 장명숙(…

이연호

이연호, 빈민들 섬긴 희생적 삶과 예술

서부이촌동의 빈민가 평생 지켜 병들고 애처로운 사회적 약자들 빈민들 돌보면서 미술 기본 익혀 넝마꾼들 한솥밥으로 목회 시작 이촌동 생활 낭만적 묘사하기도 고통받는 이들 공감, 가장 값져 이연호(1919-1999)라는 이름 앞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지만, 그에게…

한국개혁신학회 개혁주의생명신학회

“카이퍼의 영역주권론과 ‘동성애 포괄적 차별금지법’…”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이경직 박사)와 개혁주의생명신학회(회장 이춘길 박사)의 공동학술대회가 ‘신학회복 운동’을 주제로 지난 10월 1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백석대학교 백석아트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조강연에서는 한국개혁신학회 측에서 김영한 …

이찬수

이찬수 목사 “10.27 연합예배 앞두고 드리는 3가지 부탁”

동성애 관련 입법 반대 이유? 앞서 입법화된 국가들 보여줘 초5 여아 방에 男 교사 머물러 스웨덴, 엄마·아빠→ 부모1·2 대법원 판결, 동성결혼 인정 하지 않고 내릴 수 없는 내용 연합예배 두고 내부 분열 우려 교회, 같은 생각·꿈으로 나가야 이찬수 목사(…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