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OM, 관련 소식 전하며 중보기도 요청
파키스탄에서 지난 5월 신성모독 혐의로 폭도들에게 살해된 기독교인 제화업자 노인의 아내 알라 라크히(Alla Rakhi·72)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관련 소식을 전한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이 비극적인 죽음은 핍박의 ‘연쇄반응’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고, 순교자들이 남긴 가족들과 공동체를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식은 한국 VOM과 기독교 구호단체들이 앞서 보도한, 지난 5월 25일 72세의 기독교인 제화업자 노인 나지르 마시 길(Nazeer Masih Gil)이 꾸란 한 권을 불태웠다는 비난 방송이 이슬람 사원의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진 뒤, 2천 명에 달하는 군중이 펀자브주 사르고다시에 모여들었다는 뉴스에 이어 나왔다.
현숙 폴리 대표는 “우리의 동역 기관인 영국순교자의소리(영국 VOM)의 보고에 따르면, 나지르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하며 폭도들을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폭도들은 그 기독교인 노인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발로 차고 구타한 후 그의 신발 공장과 집을 약탈했고, 그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경찰이 개입하려 하자 폭도들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나지르를 병원으로 싣고 가는 구급차에도 벽돌을 던졌다. 부상당한 나지르는 9일 후 사망했다”고 했다.
나지르의 아내 알라 라크히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부부의 아들 술탄(Sultan)은 그때부터 자신의 어머니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 알라 라크히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자, 가족들은 응급 의료 지원을 요청했다. 구급대원들은 그녀에게 약을 줬지만, 그날이 이슬람의 주간 성일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고, 결국 그녀는 집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난 뒤, 가족들은 그녀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사업에 성공한 기독교인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거짓 신성모독 혐의로 인해, 이 가족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부모와 신발 공장을 다 잃었다. 신발 공장은 폭도들에 의해 말 그대로 잿더미가 됐다. 이로 인해 이 가족의 두 아들과 다섯 딸은 슬픔에 잠겼고, 사업장이 피해를 입는 바람에 이제 가족 모두가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살인 용의자들에 대한 보석 허가 및 경찰의 제한적인 범죄 수사 때문에 이 가족의 고통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심지어 나지르 씨가 사망한 뒤에 그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는데, 그 집회를 주최한 이들은 살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용의자 석방을 요구하는 한편, 다른 사람들도 신성모독 혐의가 제기되는 경우 나지르 씨처럼 죽게 될 것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나지르 씨 사건은 2023년 이후 사르고다시에서 9번째로 제기된 신성모독 주장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어떤 지역사회에서 핍박이 한번 발생하면, 그것이 더 많은 핍박으로 이어지면서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모든 기독교인은 생명을 잃게 되더라도 주 예수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증언하라는 부름을 받았다. 성경은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을 겪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알라 라크히가 슬퍼하다가 남편에 이어 죽음을 맞이한 것은 비극이다. 이는 핍박이 핍받받은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이나 심지어 공동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순교자들을 기억할 뿐 아니라 순교자들이 남긴 가족과 교회를 보살피고, 그들과 함께 서서 그들이 겪고 있는 일을 성경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한국 VOM이 지난달, 지속되는 핍박에도 파키스탄에 남기를 선택하거나 그런 환경에 남을 수밖에 없는 기독교인과 그 가족을 위해 영국 VOM을 통해 1천만 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전 세계 기독교인들이 나지르 마시 길과 알라 라크히 같은 핍박받는 기독교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먼저 ‘안전한’ 곳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신성모독죄로 억울하게 고발당하는 파키스탄의 경우, 기독교인의 도피를 도우면 공격자들이 남아 있는 기독교인을 더 가혹하게 공격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렇게 도망치는 방법은 기독교인들이 죄를 지은 사람이고 나약한 존재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복음에 대한 증언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에서 그 증언을 침묵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핍박받는 기독교인들이 현장에서 굳건히 설 수 있도록 우리가 지원해 주면, 그 성도들이 복음을 더 적극적으로 증언할 수 있고, 그 지역사회가 미래의 다른 신자들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항상 깨어서 핍박받는 성도들과 함께 서고, 세계 곳곳에서 핍박받는 신실한 증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