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생명운동가 부당 체포한 경찰, 약 2천만 원 합의금 지급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이사벨 본 스프루스. ⓒADF International

▲이사벨 본 스프루스. ⓒADF International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밖에서 침묵 기도를 했다가 체포됐던 친생명 운동가가 경찰과 합의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낙태에 대해 항의할 권리에 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비영리 법률단체인 영국 자유수호연맹(이하 영국 ADF)은 19일(이하 현지시각) “영국의 낙태 병원 밖에서 침묵으로 기도한 혐의로 수 차례 체포된 생명운동가 이사벨 본-스프루스(Isabel Vaughan-Spruce)가 웨스트미들랜드 경찰로부터 13,000파운드(약 2,254만 원)의 합의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 ADF는 이에 대해 경찰이 그녀를 부당하게 대우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환영했다. 본-스프루스는 “21세기 영국에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사상경찰’이 설 자리가 없다. 영국 ADF의 법적 지원 덕분에 이뤄진 오늘의 합의를 통해 그 사실을 인정하게 돼 기쁘다. 그러나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혐의가 다른 경찰들에 의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본-스프루스는 “침묵 기도는 범죄가 아니다. 아무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 때문에 체포돼선 안 된다. 그러나 웨스트미들랜드 경찰이 ‘기도는 범죄’라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에, 난 이런 일을 두 번이나 겪었다”고 했다.

본-스프루스는 2022년 12월 버밍엄의 낙태 병원 밖에서 침묵으로 기도한 혐의로 처음 체포됐다. 그녀는 낙태 병원의 일정 거리 내에서는 낙태 이슈에 대해 어떠한 찬성 또는 반대 행위도 금지하는 ‘공공장소 보호 명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한 경찰관은 그녀에게 왜 시설 밖에 서 있는지, 기도를 했는지 물었고, 그녀는 “소리 내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경찰은 그녀가 자발적으로 경찰서에 가는 것을 거부하자 그녀를 구금했다. 그녀의 혐의는 기각됐으나, 그녀는 3개월 후 같은 병원 밖에서 다시 체포됐다.

2023년 3월 경찰이 낙태 병원 밖에서 본-스프루스를 마주쳤을 때, 그녀는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녀는 “난 어떤 금지된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녀의 기도가 범죄라고 했지만, 그녀는 단지 ‘침묵 기도’를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경찰관 중 한 명은 “당신은 여전히 ​​기도하고 있다. 그것은 범죄”라고 주장했다. 이 두 건의 기소는 지난해 9월 기각됐다.

올해 1월 영국 ADF는 본-스프루스와 경찰관이 낙태 병원 건너편에서 세 번째로 마주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경찰관은 그녀에게 ‘시위’를 했는지 물었고, 그녀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녀는 “‘다른 곳에서’ 하고 싶은 행동을 하라”는 경찰의 명령에 대해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으며, 그저 머릿속에서 조용히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낙태 시설 밖에 서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압박했고, 그녀는 “낙태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본-스프루스는 “난 두 번 체포됐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경찰로부터 이 지역에 있어도 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자세히 설명했지만, 경찰은 여전히 그녀가 공공장소 보호 명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그녀에게 해당 구역 밖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본-스프루스는 침묵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영상에서 경찰은 그녀에게 ‘벌금 통지서’를 발급한다.

영국 ADF의 수석 법률 고문 제레마이야 이구누볼레(Jeremiah Igunnubole)은 “웨스트미들랜드 경찰이 이사벨 본-스프루스에 대한 처우에서 잘못과 불의를 인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영국에서 좌익 노동당이 집권함에 따라 다른 생명운동가들이 앞으로 같은 처우를 받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ADF는 노동당 정부가 낙태 병원 150m 내에서 모든 형태의 ‘영향력 행사’를 금지하는 공공질서법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스프루스는 “정부가 곧 ‘완충 지대’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 내용은 본질적으로 불분명하며, 낙태 시설 근처에서 기도하고 평화롭게 대화하고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추가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구누볼레는 “정부가 국제 인권법에 대한 공약에 뻔뻔스럽게도 ‘침묵 기도’를 범죄로 규정할 것이라는 보도는 오늘날 영국에서 표현과 사상의 자유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 준다. 법 집행 기관은 기본권의 평화적 행사를 기소할 것이 아니라 경계심을 가지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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