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력한 태도에 절망과 두려움 커져
파키스탄 자란왈라에서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으나, 현지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교회들이 이날을 기념하는 예배를 드리려고 했지만, 당국으로부터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가톨릭 자선단체인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을 인용 보도했다.
자란왈라 본당 사제인 야쿠브 유시프 신부는 “자란왈라의 기독교인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그들은 매우 불안해한다. 정의를 제공하는 기관이 도울 수 없다면, 약한 소수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8월 16일 발생한 파괴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지 않은 것에 기독교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부는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한다. 당시 수천 명의 무슬림 폭도가 수십 교회를 약탈했다.
파이살라바드의 인드리아스 레흐마트 주교는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절망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정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는 분노하며 선동하고 싶어한다”며 “우리에게 정의를 위해 행동하라고 요구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정의는 정부에 의해서만 주어질 수 있다. 범죄자들은 대부분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것은 지역사회를 분노케 하고 있다”고 했다.
가톨릭교회 국가정의와 평화위원회(NCJP)에 따르면, 해당 사태로 305명이 체포됐으나 현재 5명만이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과 관련해 한 명만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반면 기독교인인 에흐산 샨은 소셜미디어에 모독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고 난동을 벌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유시프 신부는 이에 대해 “기독교인이 꾸란이나 선지자에 대해 무례함을 보였을 것으로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ACN에 따르면, 당초 폭력 가해자를 고소하려 했던 기독교인들은 협박을 받아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살라바드 교구의 수석 사제인 보니페이스 멘데스 신부는 최근 ACN 영국 사무실을 방문해 “기독교인들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있으며, 파키스탄 정부도 그 책임을 일부 져야 한다”며 “지난 12개월 동안 정의가 실현되지 않았다. 합당한 이들이 선고를 받아야 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너무 약했다.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점점 더 정부가 무력하다고 느낀다. 그것은 기독교 공동체가 점점 더 내부지향적이 되고 나라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NCJP 대표인 나임 유시프 길은 기독교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질적인 조치를 설명했다. 그는 “정의는 평등의 정신으로 법에 따라 실행돼야 한다”며 “확성기를 통한 도발 중단, 극단주의 단체 금지, 증오 조장 서적 압수와 같은 조치는 강화돼야 하고, 그 성공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