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교회 최성은 목사 사임과 한국교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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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믿지 못할 목사? 아니 믿지 못할 교회!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전 몇 사건과 확연한 차이 있어
대형교회 시스템 자체 돌아볼 사안
숨겨진 문제 없어, 적절성 따져야
담임목사와 교회 따로 볼 수 없어
부교역자 집단행동? 핵심 아닐 듯
원활한 담임 보조 조정 장치 문제

▲지구촌교회 분당·수지 채플 전경. ⓒ지구촌교회

▲지구촌교회 분당·수지 채플 전경. ⓒ지구촌교회

최근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 사임에 따른 논란이 한국 교계 안팎에서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주목할 것은, 이전에 보던 대형교회 사건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교회는 “몇몇 교회의 문제이지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목사 개인의 일탈입니다”라는 선언문을 냈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교회는 세상과 다른 가치와 비전으로 이루어진 하나님의 소유된 거룩한 공동체다. 하지만 완벽한 교회는 세상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마치 한국교회 전체가 타락한 듯 ‘죄와 벌’이란 주홍글씨를 교회는 달게 되는가?

그것은 대형교회와 그 담임목사의 대표성 때문이었다. 그들의 성(性) 스캔들, 불투명한 재정 지출, 학력 위조나 논문 표절 의혹 등은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실망으로 이어진다.

난감하게도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교계 안에서 ‘선지자’를 자처하는 목사들이 칼을 들고 나타난다. 죽어가는 뇌졸중 환자에게 차가운 메스를 대고 살을 째는 수술 장면을 생방송하듯, 그들은 죽어가는 한국교회의 처참한 수술 장면을 생생하게 방송한다.

의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라도 하지만, 목사는 죽어가는 교회를 살리지도 못한다. 숨이라도 붙어있던 교회를 난도질하고 부검하면서, 죽은 이유를 상세하게 촬영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그 결과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한국교회는 부패했고 죽어가고 있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된다. 외부뿐 아니라 내부로부터도 저격받는 대형교회의 문제는 결국 모든 교회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로 이어지고 만다.

최근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 사임에 따른 논란은 이전 대형교회 목사들의 학위나 논문, 성적 혹은 재정적 문제가 아니다. 이전에는 장부에 명시되지 않은 지출, 교회 자산의 목사 사유화, 혹은 숨겨놓는 비자금이 발각된 유형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회계의 지출 명세는 분명했다. 즉 지출이 적절했느냐 부적절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사건 근거가 명확하게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는 개인에게만 있지 않다. 그 대형교회의 전체 시스템을 판단해야 할 문제다.

요약하면 한국교회에서 대표성을 지닌 어느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개인 문제였던 그동안의 사건과 달리, 이번 문제는 대형교회의 시스템 자체가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우선 이번 사건에서 담임목사와 연관된 교회 재정 지출의 범위와 방법이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지출되었는가 아니면 관행을 위반했는가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 지출이 적절하게 사용되었는가는 그 후의 일이다.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설교 시간에 “개OO”이라고 욕했다는 소문에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담임목사가 “개OO”이라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설교에 “옆집 개가 새끼를 낳는데, 개새끼들이 너무 귀엽더라”라는 예화 내용이었다. “강아지들”이라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내용의 전후 문맥을 알고 나니, 그 목사가 “아주 많이 억울했겠네!”라는 생각이 든다.

“담임목사가 잘못한 것이지, 교회나 교인이 잘못한 것은 아니다”는 암묵적 기류가 이런 사건마다 늘 있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담임목사와 교회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는 것에 파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담임목사와 원로목사의 갈등 구도로 보려 한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사건의 핵심은 목사의 문제일 뿐, 교회 전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변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임과 후임 간의 관계가 아니라 대형교회를 움직이는 유기체가 자폭하는 파열음을 냈다면, 그동안 숨겨져 있던 대형교회의 딜레마가 폭로된 셈이다. 단지 담임목사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시스템의 문제라면, 이제 한국교회는 교회(교인)도 믿을 수 없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대형교회 시스템만 오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침례교회의 장점인 회중 제도도 오작동하고 있다. 담임목사에게 적절한 절차에 따라 목회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목회 사역을 평가하면서 교인(회중과 제직회)도 적절한 검증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이런 큰 사건에는 빙산의 일각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기득권 세력’이 배후에 있을 수도 있다. 담임목사가 케냐에서 한 주 선교 사역을 하는 기간에 일부 사역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해 담임목사에게 사임을 강요한 집단행동이 핵심이라는 말도 있다.

정말 그랬을까? 어떤 사역자들이 담임목사에게 사임을 강요할 할 수 있겠는가? 혹시 기득권 세력에 속한 몇몇 부목사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후배 목회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을까? 담임목사를 쫓아내는데 참여한 사역자를 어느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청빙을 하겠는가? 담임목사를 쫓아내는 데 참여한 부목사를 어느 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청빙을 하겠는가?

그보다는 담임목사의 사역을 건강하고 원활하게 보조하는 사역 조정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 만약 그렇다면 사역 시스템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목회자이든 교인이든)이 책임져야 한다.

대형교회는 외형적 모델만큼 내면의 내용이 살아 있음을 표명해야 할 때가 왔다. “생명력 있다”고 믿었던 사데 교회가 사실 죽어 있었던 것처럼(계 3:1), 존경받던 몇몇 대형교회도 껍질만 있는 교회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한다.

이제 정말 대형교회가 영적 수술대에 오를 차례이다. 교회 시스템이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아니면 오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관행이란 기름으로 돌아가고 있는 대형교회 시스템이 매스컴의 낯뜨거운 주제로 한국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더 불을 붙일지 염려스럽다. 한국교회의 딜레마(dilemma)가 몸은 하나이지만 속과 겉이 다른 두 얼굴로 보일까 두렵다.

이스라엘의 영적 부활을 외쳤던 에스겔 선지자처럼 필자는 한국교회가 살아 움직이는 영성을 회복하길 바라면서 목소리를 내보았다. 오히려 아픔에 처해 있는 한 대형교회에 위로가 아닌 낙심을 줄지 걱정하는 마음도 함께 담아본다. 하나님에게 소중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없듯, 크든 작든 우리 주님에게 소중하지 않은 교회는 단 하나도 없다.

▲최선범 교수.

▲최선범 교수.

최선범 교수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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