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준비위원회, 대회 한 달여 앞두고 준비 상황 전해
양극화된 용어 지양… 지역교회·선교단체 협력 방법 모색
비서구교회, 목양 대상 아닌 협력자로서 관계 인식할 때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적 입장 분명히 천명하게 될 것”
미전도종족, 10/40윈도우, AD2000운동…. 1974년 로잔운동이 스위스에서 시작된 이래 2010년 3차 케이프타운 대회까지 세계 선교계에 던진 굵직한 화두들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에서 핵심 키워드는 바로 ‘다중심적 기독교(Polycentric Christianity)’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로잔준비위원회는 8월 22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 온누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한국준비위 총무 문대원 목사, 실행총무 김홍주 목사, 프레스본부장 박주용 목사, 총괄기획본부장 이대행 선교사 등이 참석했다.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는 구호로 축약되는 로잔운동은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아이디어들을 연결하는 것을 핵심 사역 방향으로 삼고 있다. 1974년(스위스 로잔), 1989년(필리핀 마닐라), 2010년(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이어 50주년을 기념하는 제4차 대회는 9월 22일부터 1주일간 한국의 인천 송도 컨벤시아 센터에서 열린다.
국제로잔은 6월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를 내놓으며 10개 키워드 중 ‘다중심적 기독교’를 가장 첫 번째로 다뤘다. 전 세계 각 지역별 선교 전문가들의 통찰을 집약한 이 문서에는 150여 명의 전문가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영어·스페인어·한국어·중국어 등 7개 언어로 번역했으며, 2050년을 내다보며 교회의 선교에 미칠 주요 질문들을 담아냈다.
기독교는 지난 100년 동안 남반구의 성장, 오순절주의의 부상, 교파의 지속 추가 등을 포함해 주목할 만한 세계적인 변화들을 경험했다. 연평균 변화율을 관찰하면, 2050년에는 아프리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독교인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지역의 기독교 인구 비중도 증가하는 반면, 유럽과 북미는 점점 더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서 로잔은 “지리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문화, 플랫폼, 상황, 재능, 역량과 같은 모든 것들이 선교를 보내고 받는 ‘다양한’(poly, many) 중심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의도적으로 개발 중/선진 세계, 다수/소수 세계, 심지어 2/3 세계와 같은 양극화된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역교회와 선교단체가 서로 경쟁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아름답고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한 활발한 대화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대원 목사는 “기독교는 더 이상 서양의 종교가 아니고, 처음부터 서양의 종교도 아니었다. 어느 한 국가나 대륙, 특정 문화와 기독교를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서구교회가 비서구교회를 가르치고 목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이자 협력자로서 세계 선교를 위해 동역해야 하는 관계로 인식할 때”라고 말했다.
3차 대회 이후 14년 만에 열리는 4차 대회에서 급부상하는 키워드는 역시 ‘디지털 시대의 사역’이다. 연결, 영향력 및 아이디어는 개인적인 관계보다 디지털 미디어에서 비롯되는 시대다. 성경 번역, 플랫폼, 디지털 격차와 접근성, 디지털 시대의 복음 전도, 교회 형태, 인공지능 프로토콜, 인공지능과 인간 간의 협업, 사역의 데이터 변환, 디지털 교회 등을 다룬다. 로잔은 “선포 전도는 계속될 것이지만, 디지털 시대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중에는 크게 3가지의 주요 문서가 발표된다. ‘서울선언문’, ‘지상명령 성취를 위한 보고서’, ‘협력과 행동을 위한 느헤미야 선언’이다.
특히 서울선언문은 지난 3년간 전 세계 각처에서 33명의 신학자들이 논의해 왔으며, 현재 거의 작성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3차 대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최형근 교수는 “21세기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상황에서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수행할 것인가 4가지 핵심 주제를 담을 것”이라고 했다.
주제는 각각 ‘복음주의 해석학’,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한 의미’, ‘인간과 과학기술의 결합’, ‘모든 백성으로 제자 삼으라’다. 특히 ‘인간이 되는 것에 대한 의미’에서는 한국교회가 주목하고 있는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 ‘성혁명과 젠더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이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문대원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성경이 말하는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며, 성경 어디에도 동성애가 범죄가 아니라고 설명한 부분이 없다.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적인 입장을 분명하게 천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보수적인 윤리관의 한국교회와, 미국·유럽교회 간 관점의 차이는 있다. 그럼에도 ‘성경은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간의 어떤 사상과 신념과 비교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진 점’을, 모든 복음주의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명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로잔은 지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에서 ‘성적 지향과 젠더’라는 세션을 통해 “성혁명의 영향은 광범위하고 깊으며 파괴적”이라며 “젊은 세대는 자유와 성취 대신 강렬한 깨어짐과 공허함을 물려 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로잔은 이미 3차 대회에서 발표한 ‘케이프타운 서약’에서도 “결혼은 한 사람의 남자와 한 사람의 여자 사이의 헌신된 신실한 관계로 성립된다는 것이 창조에 담긴 하나님의 설계”라고 분명히 했었다. 또 “바울은 무질서한 성적 방종으로 가장한 가식적인 사랑과 그에 따르는 모든 추악한 행위를 하나님 사랑의 순결함과 대조시킨다”며 “무질서함을 포함하는 성적 남용과 성 숭배는 결혼과 가족의 해체를 포함해 사회 전체의 몰락을 초래한다”고 지적했었다.
다만 ‘무질서한 성 남용’을 돌이키는 과정에서 “동성애 행위로 이끄는 경험이나 정체성과 같은 매우 핵심적인 이슈들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려 노력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과 공의로 그들에게 다가야 한다”며 증오와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거두고 ‘하나님의 구속적 은혜’로 변화와 회복으로 이끌 것을 주문했다. 한국로잔위원회가 이번 서울선언문 작성 과정에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