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27] 제3차 전도여행(14) 버가모(1)
오늘날 이름 튀르키예 베르가마
당시 학문, 특히 의학 발달한 곳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 많았지만
주님께는 책망받은 버가모 교회
“버가모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진 이가 가라사대(요한계시록 2장 12절)”.
일곱 교회 중 버가모(Pergamum) 교회가 있었던 버가모에 갈 차례다.
이즈미르 기차역 근처에 있는 숙소를 오전 6시 40분에 나와 역 근처에 있는 시내 버스정류소로 가서 오토갈행 버스를 기다렸다. 튀르키예에서는 시외버스 터미널을 ‘오토갈’이라고 부른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어두컴컴한데, 일용직 근로자로 보이는 여러 명이 정류소 근처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에게 오토갈행 버스를 물어보니 언어는 서로 통하지 않아도, 손짓 발짓으로 친절히 가르쳐 준다. 덕분에 오토갈행 버스를 어렵지 않게 타고 오토갈에 도착하였다.
이즈미르의 오토갈은 아주 크다. 이곳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는 버가모행 직행 버스를 타고, 2시간 동안 북쪽으로 달려 버가모에 도착하였다.
버가모의 오늘날 이름은 베르가마(Bergama)이다. 튀르키예에는 도시와 마을마다 오토갈이 있는데, 시외버스가 잘 발달되어 있으므로 버스 여행을 하기에는 아주 편리하다. 버가모 도시 유적은 언덕 위에 있다. 그러므로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언덕을 천천히 올라갔다.
사도 요한 당시 버가모 교회 예배당 모습은 물론 찾아볼 수 없다. 유적지 안에는 단지 당시 버가모 도시 건물들 가운데 일부가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당시 이런 모습의 환경 속에서 그 시대 사람들이 살고 버가모 교회의 교인들이 믿음생활 했겠구나”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연재에 나오는 일곱 교회 사진 가운데 어떤 것도 사도 바울이나 사도 요한 당시 교회를 보여 주는 것은 없다. 폐허가 된 교회조차 사도 바울이나 사도 요한 시대의 것이 아니고, 거의 서기 5-6세기 비잔티움 시대에 세워진 것들이다.
그러므로 이 연재에 실리는 해당 지역 사진들을 보고, 이것이 사도 바울이나 사도 요한 시대의 교회 모습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인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기독교 달력 가운데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교회가 있던 도시 유적 사진을 실어놓고 ‘요한계시록 일곱 교회 사진’으로 선전하는 달력이 있는데, 그 사진들은 사도 요한 당시 일곱 교회 유적이 전혀 아니다. 사도 요한 이후 4-5백여 년이 지난 뒤 일곱 도시 유적지의 사진들이다.
교회가 있던 버가모는 당시 학문, 특히 의학이 발달한 곳이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지에는 당시 큰 병원인 아스클레피온(Asklepieon) 건물터 유적이 남아 있다.
아스클레피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료(醫療)의 신(神)’인 아스클레피우스(Asklepius)에서 유래된 말로, 버가모 유적지에 있는 돌기둥에는 아스클레피우스를 상징하는 뱀의 형상이 부조되어 있다.
뱀이 껍질을 벗고 새 생명을 얻듯, 아스클레피우스의 도움으로 사람들이 질병에서 헤어나와 회복된다는 의미에서 뱀이 ‘의료의 신’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버가모는 당시 학문이 발달해 세상적으로는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버가모 교회는 주님께 책망을 받았다. 오늘날에도 예수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지식보다 인간이 만든 얄팍한 세상 지식, 인간 경험과 통계, 과학을 높이 둔다면, 모두 하나님 앞에서 책망받을 화(禍)를 쌓는 것이다.
주님은 버가모 교회를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크리스천들에게 경종을 울리신다.
유적지 입구에는 매표소가 있어 이곳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입장권을 팔고 있다. 입장권 가격이 현지 물가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양 옆에 당시 만든 넓고 긴 도로가 나타난다. 길 양쪽에 돌기둥들이 있고, 두꺼운 돌판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옛 병원 자리가 나타난다.
물론 건물은 없어졌지만 그 기초석을 보면 당시 병원 건물 크기가 상상된다. 버가모 평지에 우뚝 솟은 산 위에는 로마 시대 만든 아크로폴리스도 있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