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명 사망’ 파키스탄 자살 테러 11주년… 두 아이 잃은 부모의 간증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긴 싸움이었지만, 이제 정말로 가해자들 용서했다”

▲파키스탄의 한 교회가 불에 타고 있다.  ⓒThe Centre for Legal Aid, Assistance and Settlement

▲파키스탄의 한 교회가 불에 타고 있다. ⓒThe Centre for Legal Aid, Assistance and Settlement

2013년 9월 22일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있는 ‘온성도교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두 자녀를 잃은 기독교인 부부가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교회에 소망과 치유를 가져오기 위해, 그리고 성경에 순종해 박해자들을 용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전했다. 

아홉 살 된 딸 나헤르(Naher)가 그 주일 아침에 아팠기 때문에, 아이들의 엄마인 아나야(Anaya)는 교회에 가지 않고 집에 있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아나야의 남편 파흐미(Fahmi)는 청소년 사역 간사로서 당시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기독교 청소년 지도자 컨퍼런스에 참석 중이었다. 그 주일 아침, 이 부부의 딸 나헤르가 열이 나서 깼는데, 그 아이와 11살 된 오빠 이샨(Ishan)은 주일학교에 데려다 달라고 엄마에게 간청했다. 아나야는 마침내 동의했고, 세 사람은 매주 그랬듯이 ‘온성도교회’로 향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헤르는 열이 심해졌고, 오전 예배 중간에 엄마의 무릎에 누워 쉬기 위해 본당으로 찾아왔다. 폴리 대표는 “예배가 끝난 뒤, 아나야는 정기적인 친교 시간에 참석하지 않고 아픈 딸을 데리고 집에 갈 계획이었으나, 여동생 부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멈췄고, 그 틈에 이샨은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고 했다. 그 후, 아나야의 세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당일 오전 11시 43분, 자살 폭탄 테러범 2명이, 친교 식사를 위해 교회 마당에 모인 약 700명의 교인들 가운데서 폭탄을 터트린 것이다. 처음에는 사망자가 어린이 7명을 포함해 81명, 부상자는 최소 150명으로 보고됐다. 아나야는 중상을 입었고, 이샨과 나헤르는 어린이 사망자 7명에 포함됐다.

그 시각, 지구 반대편에서 자고 있던 파흐미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파흐미의 사촌이 뉴스에서 페샤와르 폭탄 테러 영상을 보고 연락한 것이었다. 파흐미는 즉시 아내를 포함해 생각나는 모든 가족과 친구에게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파흐미는 “파키스탄 뉴스 채널을 틀었더니 부상자들이 보였다. 다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제 가족 모두가 그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 같았다”고 했다.

마침내 한 친구와 연락이 닿은 파흐미는 아나야가 중상을 입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파흐미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몇 시간 후, 파흐미는 파키스탄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현숙 폴리 대표는 “파흐미는 여행하면서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뉴스를 확인하고, 비행 중간마다 계속 전화했다. 어머니와 두 삼촌과 처남과 사촌 몇 명이 죽었다는 사실도 점차 알게 됐고, 형제들과 조카들, 처제와 많은 친구들도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가 파흐미의 자녀들도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고 했다.

▲폭탄 테러에 목숨을 잃었을 때 이샨은 11살, 나헤르는 9살이었다. 파흐미의 어머니(좌측 상단)도 그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국 VOM

▲폭탄 테러에 목숨을 잃었을 때 이샨은 11살, 나헤르는 9살이었다. 파흐미의 어머니(좌측 상단)도 그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한국 VOM

인구가 200만 명이 넘는 페샤와르는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베르 파크툰크와(Khyber Pakhtunkhwa)주의 주도로, 아프가니스탄과의 위험한 국경 지대로 가는 관문이다. 폭력으로 몸살을 앓는 이 지역에서는 폭탄 테러와 암살이 드문 일이 아니다.

동굴이 많은 산악 지형 때문에 카이베르 파크툰크와는 알카에다(al-Qaida)와 탈레반(Taliban)을 포함한 수많은 이슬람 테러 집단의 본거지가 됐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한 분파인 무장단체 준달라(Jundallah)는 온성도교회 폭탄 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두 명의 준달라 자살 폭탄 테러범이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작은 쇠구슬과 금속 조각을 가득 채운 6kg짜리 폭발물을 은밀히 착용하고, 친교 식사를 위한 음식을 배달하던 사람들 틈에 섞여 교회에 몰래 잠입했다.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폭탄 테러는 파키스탄에서 기독교인을 상대로 자행된 가장 치명적인 공격으로 남아 있다. 최종 사망자 수는 127명이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온성도교회가 모든 고통과 슬픔을 겪으면서도 그 지역사회에 빛이 됐다. 공격을 당하고 일주일이 지난 뒤, 교회는 다시 문을 열었고 많은 부상자와 유가족을 포함한 예배자들로 가득 찼다”며 “예배가 끝나갈 무렵 불과 몇 블록 떨어진 시장에서 차량 폭탄이 터졌을 때, 예배 참석자들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로 허둥대는 대신 차분한 기도로 반응했다. 그 교회는 페샤와르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무슬림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심지어 교회 건물 외부까지도 이슬람 사원처럼 건축했다”고 덧붙였다.

페샤와르로 돌아온 파흐미는 가장 먼저 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보러 갔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아내는 의식이 오락가락했고, 화상을 입은 몸은 폭탄 파편투성이였다. 아나야가 매우 허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의사들은 아이들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파흐미에게 조언했다. 병문안은 몇 분 만에 끝났고, 간호사들이 그를 돌려보냈다. 파흐미의 다음 일정은 아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어머니의 시신을 보기 위해 영안실에 가는 것이었다.

파흐미는 그 이후의 날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파흐미는 아내를 짧게 방문하는 동안에 공격에서 살아남은 다른 사람들도 방문했다. 파흐미는 자신처럼 폭발로 가족을 잃은 남편과 아내 및 고아와 부모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함께 기도했다. 파흐미는 개인적인 슬픔을 짊어지고 있으면서도, 부상자들과 함께 앉아 그들을 격려해 줬다”고 했다.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열흘 정도 지난 뒤, 어떤 목회자가 온성도교회를 방문해 로마서 8장을 본문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파흐미는 “그 목사님은 ‘누가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있겠습니까? 이 핍박이 그러하겠습니까?’라고 우리에게 질문했다. 나는 교회에 앉아 있는 동안 나 자신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해 봤고, 사도 바울이 했던 것처럼 대답했다. 어떤 것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었다. 그때 내가 왜 믿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처음으로 알게 됐고, 믿음도 강해지게 됐다”고 했다.

아나야가 일반 병동으로 옮겨졌을 때, 파흐미는 마침내 아내에게 이샨과 나헤르의 죽음에 대해 말했다. 아내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고, 남편이 진실을 숨긴 것에 화를 냈으며,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아내가 화를 냈지만, 파흐미는 마침내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잃은 것을 애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아나야는 한국 VOM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 있을 때 믿음이 조금 흔들렸고, 왜 두 아이를 다 데려가셨는지 하나님께 물었다. 그러나 그때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고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자녀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하나님께서 줄곧 함께해 주셨다. 우리에게 위안을 주신 분은 바로 하나님이셨다”고 했다.

아나야는 아이들이 천국으로 보이는 곳에 있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녀는 “제 아이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아나야가 퇴원하고 몇 개월이 지난 뒤, 예상치 못한 위로와 치유를 가져다 주신 하나님의 두 가지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새해에 아나야가 딸을 임신했다. 그리고 파흐미와 아나야는 다른 나라에서 트라우마와 상실감에 대한 성경적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부부는 나중에 또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상담을 받고 페샤와르로 돌아온 파흐미 부부는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됐던 성경적 상담 사역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됐다. 그래서 2015년, 이 부부는 파키스탄 교회 지도부의 승인을 받아, 다른 장소로 옮겨 그곳에서 목회 상담 학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파흐미는 졸업 후, 파키스탄이든 해외이든 더 안전한 곳에서 사역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가족과 함께 페샤와르로 돌아와 신학교에서 교수직을 맡는 한편, 상담 사역도 시작했다.

파흐미는 트라우마 극복 세미나와 생존자 돌봄 수련회와 기타 교육 기회를 통해, 성경이 고통과 핍박에 대해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 결과, 폭탄 테러 이후 교회가 믿음 안에서 더 강하게 성장했다고 말한다.

파흐미는 “언론 매체에서 우리 교회의 많은 피해자들을 찾아와 용서에 대해 물었을 때, 모든 교인은 가해자들을 용서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교인들이 그렇게 대답한 이유는 실제로 가해자들을 용서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대답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자녀를 죽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목회 상담을 공부할 뿐 아니라 홀로 묵상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긴 싸움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가 그들을 정말로 용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주 예수님이 자신을 핍박하는 사람들을 용서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흐미는 한국 VOM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기독교인들도 이 폭탄 테러 사건을 통해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믿음으로 걷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배우면 좋겠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만, 하나님을 굳게 믿고 예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을 믿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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