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청종 김지미 대표변호사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공안부 시절
취조실 범죄자조차 인격적으로 존중
경제약자 위한 공익법무관 제도 도입
높은 자리 오를수록 약자에 관심 가져
“피의자들의 범행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긍휼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피의자들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작은 정성이라도 보탤 수 있으면 보태야 한다.”
공안 검사 출신 안창호 후보자가 검찰 재직시절, 후배 검사들에게 평소 당부했던 권면이다.
검사에 대한 이 사회의 인상은 어떤 것인가. 이 시대는 검찰의 역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무엇이라 정의하나. 피의자들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이 바로 검찰이. 검사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가 한 범죄자를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도, 반대로 더 악한 범죄를 계획하도록 부추길 수도 있다.
안 후보자가 공안 검사로 재직하던 1980년대는 나라 안팎에 간첩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공안부는, “공안검사 말 한마디가 하늘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막강한 힘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 막강한 공안부 조직 안에는 1985년 1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부에 초임 검사로 부임한 안 후보자도 있었다.
원하면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안 후보자는 좀 남달랐다. 안 후보자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함부로 휘두르기를 거부하고 힘을 자제할 줄 아는 검사였다. 그의 관심은 권력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었기 때문에 취조실에 들어온 범죄자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했고, 검사 자리에서 범죄자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공안 검사 한 사람의 결단으로 인해 얼마나 수 많은 피의자들이 범죄의 길에서 벗어나 새 삶을 찾았을지, 그 한 사람의 돌아킴으로 말미암아 전(全)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을 수 많은 범죄들이 얼마나 숱하게 예방되었을지 한번 생각해 보라. 인권이란 슬로건이 아니라 바로 이런 실천이며 선택인 것이다.
수사검사의 자리를 떠나 법무부 인권과로 자리를 옮기고, 맡은 일이 범죄 수사에서 검찰행정 연구와 제도 개선으로 바뀐 후에도, 안 후보자의 중심은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 공익법무관는 제도를 도입한 인물은 법무부 인권과 재직 시절의 안 후보자다. 그전까지 소수의 경제적 약자들은 돈이 없고 힘이 없어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황해야만 했다. 법무부 인권과 소속 검사였던 안 후보자의 고민과 결단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법률서비스를 받게 되었고 지금도 이 제도는 잘 유지되고 있다.
안 후보자는 수사와 검찰 행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검찰 조직 안팎에서 윗사람 아랫사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두터운 신망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랬기 때문에 검사로서는 드물게 헌법재판관으로 기용되었다.
안 후보자의 성품은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두드러졌다. 관료의식에 갇히지 않고 사회적 약자 섬기기를 게으르지 않았다. 대전지방검찰청장으로 대전교도소에 방문해 무릎을 꿇고 재소자들의 발을 씻겼고, 헌법재판관 재직 시절에는 대한민국 첫 민용교도소인 소망교도소 설립의 산파 역할을 함으로써 재소자들을 신앙으로 교화하는 일에 앞장섰다.
이후 재야로 나온 안 후보자는 지난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함으로써 소위 ‘법조 삼륜’이라 불리는 법조 삼역(三役)을 모두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전관 변호사라는 지위를 병풍 삼아 안락하고 기름진 삶을 즐길 수도 있었으나, 안 후보자는 변호사로서 갖게 된 창의성과 발언권을 국민을 위해 사용했다. 지난 21대 국회가 국가인권위와 결탁하여 나쁜 차별금지법안, 온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게 만드는 악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안 후보자는 전관으로서의 명예와 지위를 내려놓고 이 법안의 해악을 자세하고 논리적으로 알리는 데 앞장섰다.
안창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그가 인권위의 수장으로서 인권위를 바르게 이끌 인물이 맞는지, 인권위라는 기관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도록 지휘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는 자리다. 안 후보자를 지지하는 배경에는 오늘의 국가인권위를 향한 이 시대의 뼈 아픈 탄식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가슴 아프게도, 국가인권위의 행보와 “인권”이라는 기관명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23년간, 소수의 인권에만 몰입하다가 성혁명 사상에 잠식되어 한 나라 국민 전체의 인권을 수호하고 담당하는 기관이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을 만큼 이기적이고 편향적인 집단으로 전락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정신을 망각한 국가인권위의 정책들은 국민 절대 다수의 기본권은 물론 국가 헌법질서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
2005년 “성적지향”이라는 단어를 국내 최초로 들여오기 위해 법을 개정하고, 2011년 언론에 보도준칙이라는 멍에를 씌워서 동성애와 관련된 진실한 정보를 알리지 못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이후 교과 과정에까지 개입하여 학교에서 조기성애화 교육을 하도록 권면하고 지지함으로써 학부모와 스승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가정과 학교 내의 질서를 훼손하였으며,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소수자를 위한 선택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진리와 사실에 입각한 교육을 받을 기회까지 박탈하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인권위가 진리와 상식에 입각한 기본권 행사를 차별과 혐오로 둔갑시켰고 그 결과 국가인권위는 보편적 인권을 사장(死藏)시키는 인권의 무덤, 상식의 무덤이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기관이 깊은 고민 없이 감정적 슬로건에 취하여 소수만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여 혈세를 낭비하고, 그 패착을 포장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전시 행정”을 일삼을 경우, 국민의 마음과 지지는 물론이고 국가기관으로서의 권위와 힘을 하루 아침에 잃고 추락하게 됨을, 공직자들은 항시 명심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에 인권이 실종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국가기관의 정체성을 바르게 이해하는 리더, 공직자로서의 국민전체에 대한 충성과 헌신을 삶으로 보여주는 리더가 필요하다. 이 사회에 그런 리더가 3%만 되었어도, 국가인권위가 헌법질서를 위태롭게 만드는 정책을 감히 계획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 후보자는 그간 소속된 조직 내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재량을 궁핍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왔고,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몸을 낮춰 낮은 자를 섬기기를 즐겨했다. 안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아는 국민이라면, 지금까지 소수자 우대정책에 치우쳐 정책 실패를 거듭한 인권위를 개선하는 책임을 안 후보자에게 맡기는 것에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할 것이다.
우리는 인권위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쇄신하기 위해서는 그간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와 정체성을 망각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의식을 발휘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이 두 가지를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믿으며, 이 일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안 후보자임을 확신한다. 안 후보자가 지난 40년간 법조 삼륜을 거치며 보여준 탁월한 업무능력, 신중함과 결단력 사이의 균형 감각, 무엇보다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성품이야말로, 현재의 인권위를 바른 궤도로 올려놓고 정상화 시키는 일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원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한 쪽 눈을 감은 채 비틀거리는 국가인권위가 하루 빨리 정상화되기를 염원하며, 이 책무를 안 후보자께서 맡아주시기를 원한다. 물론 위기 상황에 처한 국가기관의 수장을 맡게 되면 명예로운 순간보다는 고되고 힘든 순간이 훨씬 많을 것이다. 부디 국가인권위 위원장 자리에서도 재소자의 발을 씻기던 그 첫 마음 그대로, 국민 전체의 인권을 위해 봉사하여 주실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부탁드린다.
법률사무소 청종 김지미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