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종교 자유와 인권 악화 불구… 지하교회와 성경 요청 증가”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세계기독연대, ‘2024 북한 인권 보고서’ 발간하고 세미나 개최

인권 침해, 세계서 가장 심각
사상·양심·종교 자유 등 악화
모든 종교, 특히 기독교 표적
주체사상 뿌리 둔 종교 형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10주년을 맞아, 영국의 기독교박해 감시단체인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이하 CSW)가 11일 ‘2024 북한 인권 보고서’를 국·영문으로 발간하고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24 북한 인권 보고서’ 표지. ⓒ세계기독연대
▲‘2024 북한 인권 보고서’ 표지. ⓒ세계기독연대

축사를 전한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규정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일생에 걸쳐 ‘김일성-김정일주의’ 사상과 반(反)종교 교육을 지속적·반복적으로 주입받고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종교를 당과 수령의 권위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사형, 노동교화형,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의 강력한 처벌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암울하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힘은 진실이다. 정부도 국내외 시민사회와 협력해 북한 당국에 주민의 인권 개선을 일관되게 촉구하고,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그들이 처한 실상을 깨닫게 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오는 11월 예정된 북한의 ‘보편적 정례 인권 검토(UPR)’가 10년 이상 북한에 억류돼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문제를 다시금 국제사회에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다. 북한의 종교 탄압을 비롯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호하고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CSW는 북한에 10년 넘게 억류된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와 강제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의 이름을 명시하며 북한, 유엔과 회원국, 시민사회에 문제 해결을 위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이들 한국인 억류자와 납북자, 미송환 국군포로, 북송된 탈북 난민의 생사와 소재를 밝히고 가족·영사 접근을 허락할 것을 권고했고, 유엔 및 각 회원국에 대해서는 오는 11월에 예정된 북한에 대한 제4주기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 때 한국인 억류자와 강제북송 탈북민의 실명을 들어 질문할 것을 요청했으며,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하고 탈북민에 보호수단을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영국 상원의원 데이비드 알톤 경은 이번 보고서의 서문을 통해 “COI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했다는 명백하고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0년간의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국제 사회에 ‘북한의 인도적 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를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의적절하게 상기시킨다”며 “북한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에 침해가 여전히 심각하며,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종교 집단에 대해 억압과 통제가 가장 강한 국가 중 하나”라고 했다.

CSW는 보고서에서 “종교 또는 신념과 관련이 있다고 발각되거나 의심되는 사람들은 북한의 잔혹한 정치범수용소에 구금되거나, 고문, 강제노동, 심지어 처형에 이르는 등의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은 학대, 인신매매, 중국에 의한 강제 송환의 위험에 노출되며, 라오스에 도착한 경우에도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돼 태국이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폐쇄적이고 고립됐으며 억압적인 국가로,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포함해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 침해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에 속한다”며 “북한 정권의 일상적이고 잔혹한 인권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2024 북한 인권 보고서’ 중 일부 ⓒ세계기독연대

▲‘2024 북한 인권 보고서’ 중 일부 ⓒ세계기독연대

CSW는 이번 보고서에서 먼저 북한의 법적 체계를 다루며 주체사상을 언급했다. CSW는 “북한의 공산주의는 주체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체사상은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일부는 2011년 김정은 집권 이후 이 사상이 더욱 강화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며 “주체사상의 핵심은 북한이 ‘세상과 분리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오직 자신의 힘과 거의 신과 같은 지도자의 지도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에 기초한 김씨 일가에 대한 개인숭배는 국가가 강제하는 종교 형태로 비교되기도 한다. 다른 종교나 신념 체계는 절대적인 충성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돼,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조선로동당은 사회-정치적 계층을 기반으로 한 카스트 제도인 성분 제도를 수립했다”며 “종교나 신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거나 의심되는 사람들은 적대 계층에 귀속되며, 일반적으로 국가의 적으로 분류된다. 성분 범주 37에 속하는 개신교 신자들은 특히 심각한 박해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15년 개정된 형법, 2011년 개정된 행정처벌법 등을 보고하며 “북한의 헌법적 책무, 법률, 조항들은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다양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또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이 법률상 부분적으로라도 보호되는 경우에도 북한은 이러한 이를 실제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 모든 종교와 신념 체계는 주체사상과 10대 원칙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이 원칙은 북한 주민들의 절대적인 충성과 복종을 요구한다. 주체사상을 따르는 것은 ‘종교와 신념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 근절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체사상과 10대 원칙의 강요는 북한 주민의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과 국경 봉쇄 등 지난 10년간의 변화에 대해 보고하며 “북한의 경제 상황은 오랫동안 극도로 불안정했다. 공공 배급 체계와 국가가 할당한 일자리에 따라 고용이 이뤄지는 체계 등으로 결국 북한 경제는 붕괴돼 대규모의 극심한 빈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불법적인 비공식 일자리, 사적 시장이 등장했다”며 “비공식 부문의 급속히 성장은 외부 정보의 확산을 촉진하고 기업가적 자립 문화를 조성한 반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보안 당국에 뇌물을 주지 못하거나 줄 여력이 없는 경우 체포, 기소, 처벌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했다.

종교활동 단속 강화 등 자유 악화
반기독교 프로파간다 교육·전파
그럼에도 기독 자료 및 활동 증가

선교사들의 여건 및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 상황은 지난 10년간 악화된 것으로 보고됐다. CSW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종교 활동에 대한 단속 강화와 2020년 1월 이후의 코로나 제로 정책의 여파로 중국에서 탈북자를 돕는 종교단체와 선교사들의 활동 여건이 악화됐다. 많은 선교단체가 위험 때문에 중국을 떠나야 했으며, 여러 선교사들이 추방됐다”며 “이러한 변화는 그들의 활동과 북한 주민들과 중국 내 탈북민의 상황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또 “북한에는 사상, 양심,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북한 정권의 선전과 다른 의견이나 신념을 표현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CSW와 인터뷰에 참여한 다수의 사람은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지난 10년간 악화됐다고 말했다. 인터뷰 참여자는 지난 10년간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예전과 같은 정도로 계속되거나 더욱 악화됐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북한에서 목사를 ‘살인자’로 부르거나, 십계명을 본딴 듯한 ‘10대 원칙’, 정권을 찬양하는 가사로 개사한 찬송가, 성경을 접촉한 주민들이 강제 실종, 수감, 그리고 공개 처형된 사례에 대한 인터뷰 증언도 있었다.

CSW는 “북한은 반기독교 프로파간다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전파한다. 북한 주민들은 어릴 때부터 기독교인이 ‘간첩’이자 ‘국가의 적’이라고 교육받는다”며 “김정은 집권 하에서 모든 종교와 신앙이 억압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독교가 표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CSW는 “이는 기독교의 이념이 주체사상과 상충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자유로운 표현과 집회가 정권의 안정에 위협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활동 등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는 모든 활동은 김정은 정권에 의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일부 인터뷰 참여자는 치러야 할 대가가 가혹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북한 내에서 기독교 관련 자료가 소폭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북한 내부와 북한 주민이 있는 곳에서 성경을 요청하는 건수가 매년 두 배로 증가했다. 북한 당국의 정기적인 가택 수색이 중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하교회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CSW는 “지하교회는 주로 북한의 서부 지역을 따라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그곳이 중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지하교회는 매우 작은 규모나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종교 자료의 전파와 전도는 매우 소규모로 이루어지며, 극도로 높은 수준으로 비밀을 유지하며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에 따르면, 이러한 활동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증가했다”고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강제북송과 관련해서도 보고했다. CSW는 “증언에 따르면, 강제 송환된 북한 주민들은 특히 기독교인들과 접촉했거나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가혹한 처우를 받는다. 가장 먼저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중국에서 기독교인들과 접촉했는지’ 여부다. 한국 사람이나 교회, 선교회와 접촉한 것이 밝혀지면 별도의 그룹으로 분리돼 더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CSW는 공동의 방향성을 갖고 추진력을 촉진할 것, 강제 송환을 중단하도록 중국을 압박할 것, 탈북민을 지원하고 역량을 활용할 방안을 모색할 것, 북한 관련 모든 조치와 논의에서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을 제언했다.

보고를 마치며 CSW는 “북한의 인권 상황은 COI 보고서가 발표된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고립되어 있으며,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이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무기 프로그램의 가속화, 중국의 지속적인 강제 송환 정책은 이미 심각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개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북한 내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 상황 역시 심각하며, 이와 관련된 침해는 세계 최악의 수준에 속한다. 북한 정권의 선전과 다른 신념은 절대 허용되지 않으며, 종교 활동을 하거나 종교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되는 사람들은 혹독한 처벌을 받는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고문, 강제 노동, 성폭행, 처형 등 극도로 가혹한 처우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를 위해 힘쓰는 이들 사이에서는 향후 활동에 대한 구상과 희망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희망은 더욱 장려되고 확산돼야 한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정보 차단을 극복할 방안을 모색하고, COI의 권고사항이 온전히 이행되도록 압박하며, 북한과 관련된 모든 조치와 논의에서 인권 문제를 최우선에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는 인권 옹호자와 피해자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원하며, 반영하기 위해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서만 북한 주민들이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CSW는 지난 2017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서 54개 회원국 중 28개 국가의 찬성으로 유엔 인권위원회 등 각 조직의 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고문단체로 인가돼, 종교 자유 감시단체로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인권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유엔 산하 기관의 각종 공개 회의와 대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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