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짜이’, 칼뱅·츠빙글리 종교개혁의 원동력”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로잔대회 앞두고 한국서도 확산되는 운동 조명

목회자 교육의 장으로 성서해석의 동질감 제공
칼뱅의 주석은 제네바 목사들의 공동작업 결실
‘자유로운 묵상 나눔’ ‘결론 집착 말기’ 등 가이드
박영호 목사 “말씀으로 교제하는 우정이 영원”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이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두란노, 성서유니온, 예배와강단 공동주최로 19일 중앙성결교회에서 진행됐다. 미목원 이사장 김지철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이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두란노, 성서유니온, 예배와강단 공동주최로 19일 중앙성결교회에서 진행됐다. 미목원 이사장 김지철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둔 한국교회에 공동 성경 연구 모임의 형태인 ‘프로페짜이(Prophezei)’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년간 한인교회를 포함한 500여 한국교회는 같은 본문으로 사도행전 공동 설교를 진행해 왔다. 이들은 교단을 초월해 매주 온·오프라인으로 만나 각자의 묵상과 통찰을 나누며 설교의 깊이를 더해 왔다.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이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사장 김지철 목사, 원장 박영호 목사, 이하 미목원), 두란노, 성서유니온, 예배와강단 공동주최로 19일 중앙성결교회(담임 한기채 목사)에서 진행됐다. 이날 포럼에선 프로페짜이의 역사, 실제적 운영 방법, 경험자들의 간증, 실습 등을 소개했다.

미목원에 따르면, 프로페짜이는 1520년 츠빙글리가 취리히 그로스뮌스터교회에서 지역 목회자들과 함께 설교 본문을 연구했던 것에 연원을 두고 있다. 평일 오전 7시에 모여 히브리어, 헬라어, 라틴어, 독일어로 성경을 대조해 가며 본문의 의미를 파악했다. 이는 목회자들의 말씀 연구와 설교 준비를 넘어 성경 주석 출판 등의 파생적 효과를 가져 왔고, 제네바 꽁그레가시옹, 영국 프로페사잉 등의 모델이 됐다.

▲박경수 교수(장신대, 종교개혁사)는 한국에서 일고 있는 운동에 기대를 나타냈다. ⓒ송경호 기자

▲박경수 교수(장신대, 종교개혁사)는 한국에서 일고 있는 운동에 기대를 나타냈다. ⓒ송경호 기자

김지철 목사(미목원 이사장, 소망교회 원로)는 인사말에서 “독일 유학 중 설교자로서 예화나 주변잡기 없이 성경 본문만으로 한 편의 설교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며, 설교하는 것이 이 세상의 어떤 일보다 큰 기쁨과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말씀 프로페짜이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가치가 살아나고 설교 강단이 풍성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발제자 박경수 교수(장신대, 종교개혁사)는 “한국교회는 목회자가 교회 내 미치는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고, 그 한 사람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교회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는다”며 목회자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개혁주의 전통의 요람이었던 제네바에서 칼뱅이 이끈 성서 연구 모임, 그리고 츠빙글리가 종교개혁을 추진하며 취리히에서 시작한 프로페짜이(Prophezei, 예언모임)를 소개하고, 한국에서 일고 있는 운동에 기대를 나타냈다.

그에 따르면, 16세기 칼뱅이 이끈 제네바 성서 연구 모임은 일종의 목회자 훈련과 재교육 제도였다. 매주 금요일 아침예배가 끝난 후 모든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먼저 “거룩한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고 순수하고 신실하게 연구하게 해 달라”는 내용의 기도를 드린 후, 그날 주어진 성서의 구절을 읽었다. 이후 그날 지정된 목회자가 그 구절에 대해 강의 성격의 상세한 해설을 진행한 후 토론이 시작된다.

토론은 한 사람이 독점하는 형태가 아니라, 돌아가며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성서의 의미를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에는 요약 혹은 결론에 해당되는 진술을 도출한다. 마치는 기도에는 말씀을 깨닫도록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프랑스의 박해받는 교회를 위한 중보기도를 포함했다.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발제자들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2025 설교를 위한 프로페짜이 포럼’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발제자들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칼뱅이 로잔에서의 ‘Classis’라는 성서 연구 모임을 독려하며 보낸 자필 편지에서는 그 모임의 구체적인 윤곽을 엿볼 수 있는데, 먼저 ‘실제적인 규칙’은 ①각 성서 연구 모임에서는 성서 중 한 권을 택해 토론하는 것이 좋다 ②다뤄질 성서 구절은 서로 합의해 한 주 전에 정해야 한다 ③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자신에게 배정된 구절을 순서에 따라 설명할 의무가 있다 등이다.

형식적인 규칙에 대해서도 조언했는데 ①논쟁이나 이견이 발생했을 때 서로 간에 평화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②잘 확립된 개혁(예를들어 삼위일체 등)에 반하는 주제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③누구든지 성서 구절의 교리적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겸손하게 말하거나 권위를 지닌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등이다.

박 교수는 “성서 연구 모임의 핵심은 성서에 대한 해설과 토론이고, 가장 중요한 목적은 목회자들을 계속해 훈련하고 교육시키는 데 있었다”며 “또한 목회자들의 설교훈련의 장이었다. 동시에 제네바 목사들이 성서를 해석하는 데 동질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서 연구 모임에서 함께 공부한 책들이 연이어서 칼뱅의 주석으로 출판됐다. 칼뱅의 주석은 칼뱅의 것인 동시에 제네바 목사들의 공동 작업의 결실”이라며 “츠빙글리가 종교개혁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프로페짜이 역시 개혁교회 전통에서 말씀의 중심성을 분명하게 표명했고 목회자들의 교육과 동질성 확보의 기회로 삼았다”고 했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장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는 “인간적인 친함은 영적인 우정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교단을 초월해 말씀을 중심 삼고 삶을 나누는 목회자들의 연대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교회에 시급하다”고 밝혔다. ⓒ송경호 기자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장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는 “인간적인 친함은 영적인 우정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교단을 초월해 말씀을 중심 삼고 삶을 나누는 목회자들의 연대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교회에 시급하다”고 밝혔다. ⓒ송경호 기자

프로페짜이 운동을 펼치고 있는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장 박영호 목사(포항제일교회)는 “프로페짜이가 아니었다면 완전히 무너지고 목회를 그만뒀을지 모른다는 목회 동역자들의 고백을 듣는다”며 “인간적인 친함은 영적인 우정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교단을 초월해 말씀을 중심 삼고 삶을 나누는 목회자들의 연대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교회에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프로페짜이 진행을 위해 ▲서로 믿을 수 있고 허물없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준비 없이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문은 참여자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1, 2명은(순번으로) 더 깊은 묵상을 하고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론은 각자 가져가는 것이기에 결론을 내려 애쓸 필요 없다 ▲서로의 의견을 비판 말고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확장해 가면서 더 깊이 본문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사회자는 질문을 통해 열고 너무 곁가지로 나아갈 때 중심적인 내용으로 유도해야 한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거나 민감한 이야기로 분열시키지 않도록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 등을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외에도 김경석 목사(서울강서침례교회), 김영봉 목사(와싱톤사귐의교회), 하대중 목사(울산섬김의교회) 등이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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