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양성 인정하자면서 왜
막무가내 여성 목사 안수 주장,
보수 교단 특성 이해 전혀 없어
가톨릭·이슬람·불교에도 없는데
여성 안수 인정 교단 가면 되지,
전통 고수 교단을 차별 매도하나
강자 앞 침묵하고, 선택적 정의만
필자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여성 목회자 안수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여성도 목회자로 쓰임받는 일이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장로교 합동 총회에서 여성 목회자 안수를 요구하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우선 타 교단 문제라 함부로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합동측을 비판하는 이들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왜 합동 교단은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 목회자 안수를 주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여성 목회자 안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교단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주장입니다. 여성도 귀하게 사역할 수 있고, 그 소명대로 쓰임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성 목회자 안수를 주는 교단으로 가면 됩니다. 그런데 굳이 그러지 않고 합동 총회에서 여성 목회자 안수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합동측의 다른 모든 신학적 내용은 동의하고, 이 교단에 남고 싶은데, 여성 목회자 안수 영역에서만 반대해서일까요?
최소한 자신의 목회적 길을 계획하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교단에 대한 사전 조사는 이미 있었어야 합니다. 합동측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그 교단의 전통과 특색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의한 것을 전제로 그 공동체 안에 있다면, 당연히 존중하는 것이 옳습니다.
만일 교단의 원칙으로 자리잡힌 안건이 아니라, 논쟁 중이거나 교단 안에서도 서로의 목소리가 각기 다를 때는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논의가 안 되는 교단에서 막무가내로 여성 목회자 안수를 달라고 투쟁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여성 목회자 안수 문제를 두고, ‘교단 특성과 관계없이 여성 차별적 모습이 교회 안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왜 이 주장을 장로교 합동 교단에만 요구할까요? 로마가톨릭이 여성 사제 서품을 안 주는 것으로는 왜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요?
개신교회는 어떤 종교기관보다도 개혁되고 발전했습니다. 이슬람에는 여성 이맘이 없고, 불교에는 비구니 주지 승려가 없습니다. 그러나 개신교 교단은 여성 목회자 안수가 가능하고, 여성 목회자가 담임자로 있는 교회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장로교 합동측처럼 전통적 요소를 고수하는 교단도 존재할 수는 있는 겁니다. 그것을 두고 차별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 유학당도 없애고 법당도 없애야 옳습니다.
소위 여성운동가들의 주장을 보면 굉장히 편파적일 때가 많습니다. 깨어 있고 진보적인 척하지만, 진짜 강자 앞에서는 침묵하고 선택적 정의만 내세우는 이들이 이 시대에 특히 더 많습니다.
어쩌면 생각하기에 따라 합동측도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모든 변화가 반드시 올바른 방향인지는 숙고할 지점이 있습니다. 보수 교단의 상징으로 그 기능을 감당하고, 신앙의 질서와 전통을 다시 확립하는 교단도 존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상징이 되고 있는 교단을 여성 목회자 안수가 거부된다는 이유로 차별의 공동체로 매도하는 행태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입니다. 교회가 역차별받는 이 시대에, 다시금 신앙의 원리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김요환 목사
용인 성혈감리교회
<변증이 신학이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