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웨일스의 낙태병원 근처에서 친생명 활동을 금지하는 조치가 임박한 가운데, 현지 기독교인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보수당 정부 시절인 2023년 공공질서법의 일부로 통과된 법안에 따라 오는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각)부터 낙태시설 주변에 ‘안전접근지대’(또는 ‘완충지대’)가 시행될 예정이다.
완충지대는 낙태시설에서 최대 150m까지 확장되며, 경계 내에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무제한 벌금이 부과된다.
완충지대 법적 소송에서 여러 친생명 자원봉사자를 지원한 영국 자유수호연맹(ADF UK)은 “‘영향력 행사’(influencing)라는 용어가 너무 광범위해서, 합의에 따른 대화를 하거나 침묵하는 사람들도 범죄자로 몰릴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ADF UK의 법률고문인 제레미아 이군누볼레는 왕립 검찰청과 경찰대학에 “영국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보호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지침을 발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좋은 법은 명확하고,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하지만, 제정될 완충지대법안은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초안됐다. 이 법은 지름이 300m에 달하는 지역에서 ‘영향력 행사’라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해 이를 금지함으로써 오해와 남용에 매우 취약하다”고 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미 ‘완충지대’로 지정한 곳에서 침묵기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2년간 3명이 기소된 것을 봤다”면서 “침묵기도나 합의된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인권법으로 보호되는 평화로운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이러한 행위를 범죄로 명명하지 말라는 요구에 귀를 기울였지만, 범죄의 경계는 여전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분명하다”며 “사상범죄는 1984년의 일이지, 2024년의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군 출신인 아담 스미스-코너는 2022년 12월 본머스의 임신중절시술소 완충지대에서 조용히 기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낙태반대운동가 이사벨 본-스프루스는 낙태시술소 완충지대에서 침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부당하게 체포돼 최근 웨스트미들랜드 경찰에게서 13,000 파운드(약 2,308만 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가톨릭교회의 생명 문제 담당 주교인 존 셰링턴은 금지령에 대해 “영국과 웨일스에서 종교적·시민적 자유를 보호하는 데 있어 불필요하고 후퇴하는 것”이라고 불렀다.
그는 “현행법이 여성을 괴롭힘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에 충분하다“며 “금지령에는 기도와 도움 제안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하다. 실제로 이 법안은 다른 의도와 관계없이 차별에 해당되며, 신앙인들에게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종교 자유는 모든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기본적 자유이며,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반영하고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종교 자유에는 증언, 기도, 자선 활동을 통해 공개적으로 개인의 사적인 신념을 표현할 권리가 포함되며, 여기에는 낙태시설 외부도 포함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법안은 불필요하고 불균형할 뿐 아니라, 특히 ‘안전접근지대’ 내에서의 사적 기도와 도움 제공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이 법안의 실질적 효과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생명권(Right To Life UK) 캐서린 로빈슨 대변인은 “수백 명의 여성이 낙태병원 밖에서도 친생명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를 통해 여성들은 임신 중절을 강행하지 않고도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완충지대가 시행되면 낙태병원 밖의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필수적·실질적 지원이 여성들에게서 사라지고, 더 많은 생명이 임신 중절로 인해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 협의에서 임신중절 완충지대 지침에 대한 결과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특히 해당 법률의 의미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