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 부유한 상업도시였던 ‘사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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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32] 제3차 전도여행(19) 사데(2)

부활과 생명 상징 사이프러스
튀르키예 등 지중해 전역 생육
전남 해남에 비슷한 수종 자라
에베소와 서머나 많이 찾지만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는 별로
인류 최초로 금화 만들 정도로

▲괼마르마라 마을의 시골 장날.

▲괼마르마라 마을의 시골 장날.

두아디라를 떠나 사데를 향해 차를 한참 달리다 보니 괼마르마라(Gőlmarmara)라는 조그만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시골 장날이라 사람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귤을 장터에 내다놓고 파는 시골 농부로 보이는 사람에게서 귤을 사고 돈을 지불했다.

튀르키예는 정치의 불안정과 인플레가 심해 우리가 이곳을 방문했던 2004년 12월에는 미화 1불이 140만 튀르키예리라였다. 귤을 파는 사람은 1kg에 500- 이라고 쓴 조그만 쪽지를 귤을 쌓아놓은 위에 걸쳐 놓았는데, 이것을 보고 필자는 언뜻 우리식으로 계산해 500만 튀르키예리라로 읽고 500만 튀르키예리라 지폐를 주었더니, 주인은 곧 거스름돈 450만 리라를 주었다.

순간 “아차!” 했다. 인플레가 극히 심하던 시절 이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뒷 자리 영(零) 세 개는 생략하고 앞자리만 쓰므로, 필자가 읽은 500은 500만 리라가 아니고 50만 리라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400원 정도인데, 비닐봉지에 넣어 주는 귤이 너무 많아 보여 순간적으로 숫자를 착각해서 읽었던 것이다. 눈치를 못 채고 거스름돈을 내주는 주인이 그렇게 고맙고 순박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한참 가다 보니 우리나라 왕릉처럼 생긴 거대한 언덕 무덤이 길 양쪽에 나타난다. 택시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왕의 무덤이라고 한다. 이곳은 사데 북쪽 5km에 있는 빈테페(Bin Tepe) 지역으로, 이곳에는 고대 리디아 왕국의 왕들의 무덤이 있는데 기원전 7세기와 6세기 리디아 왕국을 부강하게 만든 기게스(Gyges), 알야테스(Alyattes), 크로이소스 왕의 무덤도 이곳에 있다.

이들 왕릉은 이즈미르에서 앙카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도 보이는데, 오늘날 과거 영광은 간 곳 없고 왕릉 주위에 집이나 나무조차 없고 그냥 들판만 펼쳐져 있다.

에베소를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차를 타고 사데를 향해 가는 동안 도로 연변에서 공동묘지를 몇 개 보았는데, 묘지마다 주위에는 영어로 사이프러스(Cypress)라고 부르고 튀르키예인은 셀비(Selvi)라고 부르는 나무를 심어 놓았다.

일본인은 이 나무를 이도스기(絲杉)라고 부른다. 일반명이 ‘이탈리안 삼나무’인 이 나무는 지중해 거의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으나, 특히 그리스와 튀르키예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학명은 ‘Cupressaceae(측백나무과) Cupressus sempervirens’로서 나무 끝이 좁고 뾰족하다.

나무 향도 좋고 부활, 생명을 상징하는 이 나무들은 튀르키예, 그리스, 이스라엘, 프랑스 등을 포함해 지중해 전역에서 생육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이 나무를 찾아보려고 국내를 여행하면서 항상 신경을 쓰고 있던 중, 몇 년 전 전라남도 해남에서 이와 비슷한 수종을 보았으나 이 수종은 아니었다. 이 나무를 본 것은 청와대 옆을 우연히 걸어서 지나다가 청와대 밖에 식재돼 있는 것을 보았다.

택시가 한참 더 달리니 험준한 산을 배경으로 멀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사데이다. 사데는 트몰루스(Tmolus) 산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사데 시내에 들어가서도 차를 한참 달리니 유적지가 나타난다.

유적지는 입장료가 일인당 200만 튀르키예리라인데 3명이 400만 튀르키예리라로 하자고 하자 선뜻 깎아주어 우리는 두 명분 입장료를 내고 세 명이 들어가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사데를 향하여 가던 중 만난 리디아 왕국의 왕릉들.

▲사데를 향하여 가던 중 만난 리디아 왕국의 왕릉들.

버가모, 두아디라처럼 이 유적지에도 방문객이 없어 유적지 안에는 우리 3명밖에 없었다. 에베소와 서머나(이즈미르) 유적지는 교통이 편해 유적지를 찾는 방문객이 많지만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는 교통이 불편하므로 찾는 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유적지에서 가장 큰 건물은 대리석으로 만든 로마 시대 체육관이다. 체육관 건물 옆에는 거대한 목욕탕도 있다. 이 유적들을 보면 당시 사데 지역은 상당히 경제 수준이 높았던 것 같다.

그렇다. 사데는 고대에 부유한 상업도시로서 직물, 귀금속 생산 및 사금(砂金) 생산으로 유명하여, 인류 최초로 금화(金貨)를 만든 곳이다. 이 유적지를 중심으로 주위에는 로마시대 성터와 성벽 그리고 교회 건물들이 넓게 펼쳐져 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발굴 중인 곳도 있었다.

유적지 북쪽 끝에는 큰 규모의 유대인 회당(교회)터가 있는데 바닥에 모자이크 그림 일부가 아직도 남아 있다. 1950년대 발굴된 이곳 유대인 회당 규모를 보면, 당시 사데에는 많은 유대인이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원전 3세기 이곳에는 상당한 규모의 유대인 사회가 있었다. 즉 오늘날 시리아 지역에 있었던 셀레우코스 왕국 안티오코스 3세(제위, 기원전 223-187년)는 바빌로니아 등 여러 지역으로부터 유대인들을 이곳으로 유치했다.

유대인을 유치한 목적은 역사상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타고난 장사꾼인 유대인들을 유치하여 도시의 상업과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기원전 1세기 사데 지역 로마 총독인 노르바누스(Caius Norbanus)는 유대인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가해 줌으로써, 유대인들은 자연히 사데에 거주하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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