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에 헌금자 명단 공개가 바람직한가

|  

[기고] 이강용 선교사

▲이강용 선교사(연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 목사안수).
▲이강용 선교사(연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 목사안수).

헌금할 때 어떠한 마음으로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여러분은 헌금을 할 때 기쁜 마음으로 하는가, 아니면 마지못해 하는가? 누구나 헌금을 할 때 처음에는 눈치가 보여서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믿음이 쌓이면 헌금을 할 때 정말로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문제는 헌금을 하고 나면 주보에 누가 얼마를 했다고 공고하는 교회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금액까지 밝히지 않는 것 같은데, 아직도 누가 십일조, 누가 감사 헌금을 했다는 명단을 밝히는 교회들이 상당한 숫자가 된다. 보통 그러한 교회는 천 명 이하의 출석 교인을 가지고 있는 교회인 것 같다. 초대형 교회는 그 명단이 너무 길어서 주보에 다 수록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과연 그 명단과 금액을 주보에 밝히는 것이 옳을까. 그것을 밝히는 교회 측은 투명성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오히려 그 돈을 어떻게 썼는가 하는 것에 더 투명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는 이름과 금액을 밝힌 것과 같이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명단과 금액을 밝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강요하는 의미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어서 내게끔 하는 것이라는 것밖에 이유가 될 수가 없다. 또 명단을 공개하는 다른 이유로 드는 것이 그렇게 해야만 계수하는 사람이 도둑질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변명이다.

도둑질하지 않게 하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 요즘 CCTV가 있어서 얼마든지 도둑질을 방지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명단과 금액을 내는 것은 압박을 준다는 것 외에는 이유를 찾을 길이 없다. 또한 성경적이지도 않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억지로 압박을 주어서 받겠다고 하시는 하나님이신가. 오히려 하나님은 가진 것을 우리들에게 나눠주시는 분이시다. 주시는 하나님이시지, 받아들이시는 하나님은 아니시다. 그래서 우리의 헌금은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사용하여 구제하라는 이야기다. 헌금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연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명단과 금액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제가 성경구절을 들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마태복음 6장 2-4절 “그러므로 구제할 때 외식하는 자가 사람에게서 영광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한 것 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들은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구제할 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구제함을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희 하나님께서 갚으시리라.”

정말로 최고의 좋은 방법은 무기명이다. 투명하기만 하다면 무기명으로 하라는 것이 성경적이다. 그러한 교회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그러한 교회에 사람들이 몰려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강용 선교사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 목사안수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로잔 서울선언문

로잔 선언문과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의 ‘동성애’ 비교 분석

차별금지법 강력히 반대하는 분명한 신앙고백 표명한 의미 로잔 선언문은 ‘신학 선언’, 법안 명칭 없다고 문제 삼는 건 기우 불과… 신학적 타당성 갖고 다음세대 살리는 운동하길 복음주의신학회 선언문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 없어 본질적 인식 동…

로잔 서울선언문

로잔 서울선언문 56-70항 쉬운 원문 해설(핵심 요약본)

로잔 서울선언문 56-70항(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섹슈얼리티)의 해석이 어렵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한 단어, 한 문장에 어떤 음모가 숨어 있다고 하면서, 문맥의 의미를 말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의미의 왜곡을 가져옵니다. 참 아쉬운 부…

대한예수교장로회 분당중앙교회(담임 최종천 목사, 예장 합동)가 출연한 재산으로 설립(2023. 08. 25.)된 재단법인 <인류애실천 분중문화재단>은 국민일보(사장 김경호)와 공동 주최로 5일 오후 분당중앙교회 그레이스채플에서 ‘인류애실천 분중문화상’ 제2회 시상식을 가졌다.

기독문화예술계 최대 시상식 ‘분중문화상’, 제2회 대상에 박종호 장로

수상자, 가족 친지, 교인 등 축하객 5백여 명 참석 건국전쟁 감독 김덕영,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유예은, 광야아트센터, 상금 각 2천만 원 수상 우수인재상, 인재지원상, 취약계층 대상 어울림상 등도 최종천 이사장 “약속대로, 정한대로, 끝까지 인물 양성” 일…

조전혁 정근식

조전혁-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 학생인권조례 관련 입장은

학생인권조례, 조 ‘폐지’ 정 ‘존치’ 조 후보 “동성애·페미 교육 금지” 정 후보 “젠더 감수성 교육 강화” 오는 10월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사실상 중도보수 진영의 조전혁(趙全赫) 후보와 진보좌파 진영 정근식(鄭根植) 후보의 2파전으로 굳어지…

지옥에서 온 판사

지옥에서 온 판사: 속은 추악하지만 겉은 아름다운 마귀·악마의 본질

저승 재판관과 최고신 수하 설정 기독교 가르침과 정면으로 상충 한국 저승 신화에는 잘 들어맞아 마귀와 악마에 대한 성경 가르침 반대로 비틀수록 작품 인기 높아 은연중에 악하지 않단 인식 확산 이번 주부터 박욱주 교수님의 칼럼은 SBS 금토 드라마 를 분…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

해방 후 크리스천 미술가들의 작품 활동이 두드러졌던 이유

1. 일제 가혹한 탄압으로 활동 못해 2. 월남 미술인들 이주로 활기 생겨 3. 제헌 국회부터 신앙의 자유 공인 한국 크리스천 미술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해방을 전후로 해서이며, 더 자세히는 6.25 전쟁을 전후해 크리스천 작가들이 급증하고 작품 발표도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