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정부, 최근 3개월간 1만여 개 교회 폐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 VOM, 관련 소식 전하며 중보기도 요청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한국 VOM 제공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한국 VOM 제공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 대표인 에릭 폴리(Eric Foley) 목사가 박해받는 르완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최근 2003년 르완다 폴 카가메(Paul Kagame)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그를 만났던 일을 회상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에릭 폴리 목사는 “당시 아내와 저는 성경을 배포하는 사역을 하고 있었는데, 카가메 대통령이 자신의 나라에 성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르완다 대학살로 50만 명 이상의 투치족이 살해되고 10년 정도 지난 때였다. 카가메 대통령은 자신의 나라에 가능한 한 많은 성경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제 에릭 폴리 목사는 당시 카가메에게 성경을 공급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카가메 정부가 지난 3개월 동안 건축법 위반, 위생상의 위험, 소음 공해, 신학 학위가 없는 지도자 등을 이유로 약 10,000곳의 교회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주로 소규모 독립교회 및 오순절 교회에 가해진 이번 폐쇄 조치는 2018년 르완다 정부가 유사한 이유로 7,000곳의 교회를 폐쇄했던 사건에 이어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당시 르완다 정부는 교회 지도자들이 최소한의 교육 기준을 충족하고, 교회가 규정하는 금식 기간을 제한하고, 재정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일련의 법률을 통과시켰다.

에릭 폴리 목사는 ”사역 초기의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순교자의소리는 어떤 국가의 정부와도 협력하지 않고 오직 신앙생활의 제약을 받는 현지 기독교인들과 직접 동역하고 있다”며 “카가메가 제정한 법규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교회가 무엇이어야 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고 누가 교회를 이끌 수 있는지를 정부가 정의할 때마다, 교회는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라 정부의 목적에 따라 정부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지게 된다”고 했다.

에릭 폴리 목사는 르완다 정부의 인가를 받은 국영 교회들이 정부와 한 편이 돼 정부에 의해 폐쇄당하는 교회들에 맞서고 있으며, 전 세계 교회가 르완다 정부의 이러한 탄압에 대해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르완다 교회 전국 교단 연합은 ‘교회가 새로운 법률을 준수하도록 정부에서 5년의 유예 기간을 준 것은 합리적’이라고 했다. 또한 그들은 독립교회와 오순절교회를 향해 ‘정부에서 요구하는 교육 조건들을 충족하고, 동굴이나 강기슭 같은 곳에서 모이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과 제자들도 르완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교육적인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고, 히브리서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실한 성도들이 동굴에 살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문제는 교회가 준수할 법적 요건들을 정부가 합리적으로 제정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누가 교회를 존재하게 하고, 교회 지도자들의 기준을 정하고, 복음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전파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성경은 그러한 결정은 오직 주님께만 달려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했다. 

에릭 폴리 목사에 따르면, 카가메 대통령은 교회 헌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며 “가난한 르완다 국민의 마지막 한 푼까지 쥐어짜려 한다”며 교회를 비난한다. 또 르완다의 수도인 키갈리에 우물이나 공장보다 교회가 더 많다고 지적하며, 교회가 급증하는 것을 ‘난장판’이라고 칭했다.

1994년 대학살을 종식한 이후 르완다를 통치해 온 카가메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제한한 혐의로 다양한 문서에서 광범위하게 거론됐다. 특히 2023년 미국 국무부 보고서는 르완다 국민들의 가톨릭 성지순례에 대해 카가메가 “빈곤을 숭배하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르완다 인구의 약 40%가 가톨릭, 21%가 오순절파, 15%가 개신교, 12%가 제칠일안식교, 2%가 무슬림이다.

에릭 폴리 목사는 르완다 정부가 오순절교회 및 독립교회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 종교 자유 감시단체들은 잘 알고 있지만, 전 세계의 일반 기독교인들은 거의 또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단체들이 정부의 제약을 받고 있는데도 정부의 인가를 받은 교회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고,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이러한 일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거나 기도하지도 않는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글쎄, 그래도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상황이 나빠지면 얼마나 더 나빠지겠어?’라고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 베트남, 에리트레아 같은 나라의 신실한 기독교인들은 자국의 기독교인에게 무시당하고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에릭 폴리 목사는 “한국순교자의소리는 르완다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정부나 선교기관을 통해 일하기보다 그들의 믿음 생활을 실제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다양한 규제에 직면한 르완다 기독교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인가를 받은 교파에 속한 르완다 기독교인들이 정부의 규제를 받는 교회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설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신실한 르완다 기독교인들이 모이는 동굴과 강기슭에서 일어난 부흥의 바람이, 정부의 승인을 받은 지도자들이 인도하는 ‘에어컨이 완비된 교회 건물 안으로’ 불어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또한 폴 카가메가 20년 전 우리에게 받은 성경을 읽고 그 가르침, 즉 하나님 말씀은 때나 장소나 정부의 승인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매이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도록 기도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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