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시술소 인근서 ‘침묵기도’한 英 퇴역군인, ‘유죄’ 판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자유수호연맹 “자유의 변곡점… 사회가 심각히 타락”

▲법원 앞에서 기도 중인 아담 스미스 코너. ⓒADF UK

▲법원 앞에서 기도 중인 아담 스미스 코너. ⓒADF UK

영국에서 낙태시술소 근처에서 침묵기도했던 재향군인에게 결국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아담 스미스-코너(Adam Smith-Connor)는 16일(이하 현지시각) 본머스지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가 2022년 11월 낙태시술소 인근에서 침묵기도한 것에 대해, 법원이 ‘낙태 반대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이날 그에게 조건부 석방을 선고했는데, 이는 그가 앞으로 2년 이내에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만 형을 선고받게 된다는 의미다. 또 9천 파운드(약 1,600만 원)의 기소 비용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스미스-코너는 “오늘 법원은 특정한 생각, 즉 침묵 속 생각이 영국에서 불법일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것은 옳지 않다. 난 마음속으로 하나님에게 기도한 것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자가 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나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포함해 20년간 육군 예비군으로 복무하며 이 나라의 근간인 ‘기본적인 자유’를 보호해 왔다. 현재는 의료 전문가이자 교회 자원봉사자로서 그 봉사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에서 사상범죄가 처벌받을 정도로 우리의 자유가 침식되는 것을 보는 일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앞서 본머스, 크라이스트처치, 풀 시의회는 낙태시설 주변에 ‘공공장소 보호 명령’을 내리고, ‘기도’와 ‘위기 임신을 겪고 있는 여성에 대한 도움 제공’ 등 여러 기독교 활동과 친생명 활동을 금지한 바 있다.

스미스-코너의 변호를 맡은 영국 자유수호연맹(이하 ADF UK)은 이번 판결에 큰 충격을 나타냈다. ADF UK의 법률고문인 제레마이어 이구누볼레(Jeremiah Igunnubole)는 “법적으로 큰 변곡점”이라며 “오늘 한 남성이 영국의 공공 거리에서 자신의 생각, 즉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내용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영국사회가) 표현과 사상의 자유라는 기본적 자유를 소홀히 한 결과 최악으로 타락했다”며 “우리는 판결을 자세히 살펴보고 항소를 고려 중이다. 인권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으로, 낙태에 대한 견해와 상관없다”고 했다.

이 판결은 오는 10월 31일 영국과 웨일스의 모든 낙태시설에 완충 구역이 적용되기 불과 몇 주 전 내려진 것이다. 영국 의회는 공공질서법 2023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안전 접근 구역’을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낙태시설의 150m 반경 내에서 친생명 활동과 시위를 금지하며,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무제한 벌금을 부과한다.

이구누볼레는 스미스-코너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그는 “합의된 대화를 하거나 묵묵히 기도할 권리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제법 조항에 의해 보호받는다. 그러나 법률의 명확성이 부족하면 아담의 경우처럼 더 많은 시민들이 단순히 침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심문을 받거나 심지어 기소될 수 있다”며 “이것은 영국의 자유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며, 국민은 이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재판에 대해 논평한 하원의원 에드워드 리(Edward Leigh) 경은 “2024년 영국에서 누군가가 머릿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영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표현하는 것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사례가 반복해서 나타났다”며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없다. 정부는 사상의 자유가 기본적 인권으로 보호된다는 것을 속히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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