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로잔대회 개최한 한국교회,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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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제4차 서울-인천 로잔대회 평가 (Ⅳ·끝)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 50주년 기념행사 참가자들. ⓒ한국로잔

▲2024 서울-인천 제4차 로잔대회 50주년 기념행사 참가자들. ⓒ한국로잔

VII. 4차 로잔대회는 지난 3차례 로잔대회 정신을 갱신하면서, 오늘날 세계 교회에게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는’ 세계 선교 사명에의 헌신을 재확인했다

4차 로잔대회 ‘서울 선언문(The Seoul Statement)’은 로잔 언약(1974), 마닐라 선언(1989), 케이프타운 서약(2010)을 충실히 따르며 복음의 중심성(I. 복음: 우리가 살고 전하는 이야기)과 신실한 성경 읽기(II. 성경: 우리가 읽고 순종하는 성경)에 대한 헌신을 갱신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곳,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III. 교회: 우리가 사랑하고 세우는 하나님 백성, IV. 인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고 회복되는 존재, V. 제자도: 거룩함과 선교에 대한 우리의 소명, VI. 열방의 가족: 우리가 인식하고 그들의 평화를 위해 섬기는 분쟁 중인 민족들, VII. 기술: 우리가 분별하고 관리하는 가속적 혁신)고 확언하였다.

로잔이 걸어온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50년을 향해 나아가면서 또 한 번 복음을 온 인류에 선포하며,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고 분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할 것을 결심하고, 이 일을 위해 협업할 것을 결의하였다.

국제로잔 대표 마이클 오는 폐회사에서 “벌과 같이 아름다운 것을 찾아 더 널리 퍼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자. 하나님의 백성들, 아름다운 백성들의 몸이여, 함께 일어나 겸손히 용기를 가지고 일어나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자. 의식과 목적, 집단적 공동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민족과 열방에, 사회 모든 곳과 세계에 그리스도를 나타내자”고 제언하였다.

그는 앞으로 로잔운동 50년을 이끌고 나갈 전략으로 제자 삼고(disciple-making) 양육하는(disciple-maturing) 제자도 실천, 그리고 디지털 도구(digital tools)의 창의적 사용을 제시하였다.

마이클 오의 메시지는 4차 로잔대회의 성격을 잘 나타냈으며, 참가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세계 선교를 위해 연대하도록 해주었다. 그는 제자 삼고 양육하는 제자도의 역동성을 강조하였고, 미종족에 이르는 복음 전파에는 첨단 미디어 사용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열두 돌이 모두 등장한 피날레 무대. ⓒ한국로잔

▲열두 돌이 모두 등장한 피날레 무대. ⓒ한국로잔

한국로잔위원회 대표 이재훈 목사와 동역자들, 그리고 국제로잔 마이클 오와 동역자들의 순수한 복음적 열정과 헌신이 이번 4차 로잔대화의 무난하고 성공적인 진행과 끝맺음의 모든 일들을 가능케 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4차 로잔 세계복음화대회 이후,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이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한국 부산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중동,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100여 명의 선교 지도자들이 모여 진행한 COALA 2.5 회의를 보도했다.

COALA는 ‘Christ over Asia, Africa, and Latin America’의 약자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주도(主導)로 선교의 새로운 중심을 형성하자는 운동이다. 서구에서 주도해 온 ‘기독교 세계’ 중심의 선교 시대에서 벗어나, 오늘날 다중 중심적 선교 시대, 즉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선교를 지향하는 남반구 주도의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선교 운동의 중심에는 서구 중심의 ‘기독교 세계’ 선교 패러다임에서 최근 몇 년간 부상한 새로운 다중 중심적 선교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자리잡고 있다.

다중 중심적 선교의 부상과 더불어, 새로운 선교중심지가 부상했다. 과거에는 예루살렘, 로마, 콘스탄티노플, 런던, 제네바, 뉴욕이 중심지였다면, 오늘날에는 서울, 상파울루, 상하이, 싱가포르, 케이프타운, 나이로비 등이 그 중심이 됐다. 1989년 제2차 로잔 마닐라 대회, 2010년 재 3차 로잔 케이프타운 대회, 2024년 제4차 로잔 서울-인천 대회가 이러한 새로운 다중 중심적 선교 패러다임과 새로운 선교중심지들을 확인해주고 있다.

VIII. 앞으로 한국교회의 방향: 말씀과 성령에 힘입어 성숙하고 섬기는 선교적 교회

한국교회는 4차 로잔대회의 성과를 반추하면서, 1907년과 1970년대 한국교회 부흥의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2020-2022)으로 인한 선교와 예배 침체의 후유증을 회복하고, 말씀과 성령에 입각한 성숙과 선교적 교회의 모습을 갖추게 되기를 희망한다.

1. 자기를 개혁하면서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는 교회

한국교회는 4차 로잔대회를 계기로 교회사(종교개혁, 17세기 경건주의, 18세기 영국과 미국 뉴잉글랜드 부흥, 19세기 부흥운동, 그리고 20세기 초 영국, 미국, 그리고 한국 1903년 원산과 1907년 평양)에서 일어난 성령의 지속된 사역을 다시 한번 반추(反芻)하고, 말씀과 성령 안에서 영적 각성 및 부흥의 불길이 일어나 신앙과 삶의 역동적 갱신으로 이어지기를 전망한다.

지난 50년(1974-2024)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복음적 토대를 잘 지켜 왔던 로잔대회의 정신을 계승하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침체된 한국교회가 1907년과 1973년의 역동성, 말씀과 성령의 지속적 사역으로 되돌아가는 힘을 되찾기를 소망한다.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는 데는 먼저 교회의 선교와 각 신자 개인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1세기에는 로마 군대를 통해 전 지역으로 통하는 복음의 길을 마련하신 주님께서, 오늘날 21세기에는 인터넷 미디어 정보고속로를 통해 전 세계 미지의 영역까지 나아가는 복음의 길을 닦으셨다.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복음 전파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21세기를 맞아, 글로벌 교회는 미디어를 복음 전파에 사용해야 한다.

제4차 로잔대회 이후 후속 모임으로서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 목동 한사랑교회에서 ‘로잔 미디어 인게이지먼트 포럼(Lausanne Media Engagement Forum)’이 개최됐다. 이 포럼은 글로벌 교회가 미디어 사역에 전략적으로 참여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임이었다.

‘미디어 인식, 미디어 존재, 그리고 미디어 사역’이라는 주제로 세부적 논의가 이뤄진 것은 로잔 서울선언문이 천명한 미디어 선용이 선교에 있어 구체화되는 것을 보여줬다.

▲마지막 날 폐회예배에서 ‘협업 행동 서약서’를 작성한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협업 글로벌 디렉터 주리 크리엘(Jurie Kriel), 대회 운영위원장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t), 유지영 자매, 마이클 오 총재. ⓒ한국로잔

▲마지막 날 폐회예배에서 ‘협업 행동 서약서’를 작성한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협업 글로벌 디렉터 주리 크리엘(Jurie Kriel), 대회 운영위원장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t), 유지영 자매, 마이클 오 총재. ⓒ한국로잔

2. 복음 전파와 더불어 세상의 아픔과 고통에 참여하고 섬기기 위해 서로 연대하는 교회

이번 로잔대회를 통해 현장과 온라인 총 1만여 명의 엄청나게 다양한 인종과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연합해 간증, 교제, 그리고 대회의 순조로운 진행을 이뤄냈다. 이는 놀라운 일로, 한국교회로 하여금 세계교회를 섬길 수 있는 잠재력과 안목을 열어주었다.

여태까지 효율성과 신속성, 일사분란하고 완벽한 진행에 익숙해 왔던 한국교회가 이제 느슨한 연대, 여유와 상호 존중, 신뢰, 연합의 방식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대회 가운데 박해받는 나라들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하여 기도한 시간은 의미 있었다. 그러나 대회 기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전쟁과 고통의 소식이 들려왔음에도, 탄식과 애통과 회개의 시간을 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제 한국교회는 더욱 세상의 분쟁과 고통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탄식과 애통과 회개와 중보기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요청된다.

한국교회는 배타주의적 자기 독선에 빠지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고 연대하면서 하나님 말씀 안에서 세상의 아픔과 고통에 동참하고 세상을 섬기는 성숙한 선교적 교회가 되어, 자기와 다름을 거부하는 배타적 칭의론에 머물지 않고 타자에 대해 열리는 환대적 칭의론의 교회로 성숙해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

3. 근본주의의 편협성과 자유주의의 이탈성에서 벗어난 균형잡힌 예수 그리스도 교회

한국교회는 사도적 종교개혁적 복음주의의 중심을 갖고 우(右)로 편협적으로 가는 근본주의와 좌(左)로 이탈하는 자유주의 양 극단을 피하고, 사도적 종교개혁적 복음의 균형잡힌 길을 가기를 바란다.

보수주의가 강한 한국교회에서는 자기 신앙과 신조를 절대화하면서 자기와 다른 단체나 대회를 근거없이 비방하고 적대시하는 면이 있는데, 이번 대회 과정에서도 작은 소수이기는 하나 있었다. 이러한 태도는 근본주의적 사고로서 배격돼야 한다.

4차 로잔대회는 복음주의 선교의 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근본주의는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분리하고 자유주의는 둘을 혼동하나, 종교개혁 신앙은 이 둘을 분리하거나 혼동하지 않고 복음전도의 우위성 안에서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한다.

종교개혁 신앙은 분리주의적 이원론을 극복하고 자유주의적 혼합을 경계하며, 하나님의 선교를 영혼 구원과 참된 사회적 삶의 회복으로 구현한다. 이것이 한국교회가 반추해야 할 로잔운동의 총체적 선교의 의미다.

▲한국로잔 대표 이재훈 목사와 일본로잔 대표 마사노리 쿠라사와 목사가 함께 성찬을 집례하고 있다. ⓒ한국로잔

▲한국로잔 대표 이재훈 목사와 일본로잔 대표 마사노리 쿠라사와 목사가 함께 성찬을 집례하고 있다. ⓒ한국로잔

맺음말

제4차 로잔대회는 에베소서 4장 1-6절을 인용하면서 참가자와 지구촌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너희가 부르심을 받은 일에 합당하게 행하라”는 선교적인 삶을 촉구하였다.

4차 로잔대회는 실제적으로 지구촌 202개국에서 5,394명이 현장에서 직접 참여하고, 온라인으로 101개국 2,000여 명이 참여했으며, 온라인 생중계로 161개국 약 3만 5,000여 명이 시청했다.

로잔대회 참석자들은 7일간의 강의, 이슈 네트워크, 갭스(Gaps)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성령의 살아계심과 역사하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오순절 성령강림이 21세기 오늘날 아프리카 전역과 남미 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지역 지도자들의 증언은 하나님 약속의 진실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4차 로잔대회는 세계 교회의 지형이 북미와 서구에서 남반구와 동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4차 로잔대회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매일의 삶과 직장에서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는 삶과 전도 방식을 나누고 선교 지상명령 헌신을 갱신하는 지구촌 연대를 다지는 소중한 모임이었다. 이번 대회는 세계교회가 그리스도를 함께 선포하고 나타내는 일에 마음과 뜻을 모으는 자리였다.

앞으로 5차 로잔대회는 남미 브라질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준비되고 있다. 4차 로잔대회에서 그동안 WCC에 의해 정치사회 해방적으로 해석되어 오도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호켄다이크)’ 개념이 본래 선교 주체이신 하나님이 행하시고, 선교사는 그의 도구로서 보내심을 받은 미종족을 향한 복음 선교와 헌신과 봉사라는 개념으로 다시 한 번 명백하게 정의됐다. 이제 로잔운동 반대자들은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복음 전파와 사회적 책임의 ‘총체적 복음(holistic Gospel)’을 선포하는 1974 로잔 언약(Lausanne Covenant) 정신이 오늘날 21세기 당면한 세계의 이슈와 관련해 서울선언에서 구현됐다.

하나님이 일반은총으로 허락하셔서 지구촌에 K-문화가 국제적 인정받는 가운데, 한국 복음주의 기독교도 세계 기독교와 지구촌 인류의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로잔 서울선언문이 로잔대회 참석자들과 지구촌 그리스도인들의 언어가 되고, 한국교회와 성도의 삶의 현장에서 삶의 언어로 통용되고 실천되기를 바란다.

김영한 박사
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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