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해자와 피의자 격리한 뒤 진술 듣고 판결
파키스탄 법원은 무슬림 남성에게 납치당해 강제로 결혼 및 개종한 기독교인 소녀의 양육권을 부모에게 돌려 줬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디야 이프티카르(Diya Iftikhar)는 지난 9월 12일(이하 현지시각)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 지구 자란왈라의 차크 126-GB 셰로아나 마을에 있는 자택에서 가잘 주트(Ghazaal Jutt)와 아프잘 주트(Afzal Jutt), 람잔 주트(Ramzan Jutt)에 의해 납치됐다고 그녀의 부모가 말했다.
자란왈라 추가세션 판사인 이크발 란자(Iqbal Ranjha)는 피해자 소녀의 어머니인 샤히다 이프티카르(Shahida Iftikhar)가 제기한 양육권 회복 청원을 승인했다.
피해자 가족에게 법적 지원을 제공한 ‘크리스천 트루 스피릿’(CTS) 최고경영자인 애셔 사르프라즈(Asher Sarfraz)는 “디야 이프티카르는 자라왈라의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가잘 주트의 표적이 됐다”며 “그 소녀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납치됐으나, 이슬람 개종과 주트와의 결혼이 자발적이었다는 진술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사르프라즈는 “CTS가 디야의 회복을 위해 라호르 고등법원에 인신보호명령 청원을 제기했지만, 디야가 납치범의 압력에 굴복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하면서 법원이 10월 10일 청원을 기각했다”고 말했다.
사르프라즈는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모닝스타뉴스(MSN)에 “디야가 납치범들의 학대와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납치범들은 결혼과 개종을 자기 보호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CTS는 자란왈라 세션 법원에 또 다른 인신보호령 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프라즈는 “판사는 디야의 두려움과 불안을 알아차리고 모든 참관인들에게 법정에서 나가라고 명령한 후 소녀가 자유롭게 진술을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며 “디야가 안전하다고 느낀 후, 그녀는 법원에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개종하고 결혼했으며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법원은 그녀의 양육권을 부모에게 넘겼다”고 했다.
사르프라즈에 따르면, 경찰은 용의자와 그의 가족이 소녀와 부모를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들을 법원에서 집까지 호송했다고 한다.
사르프라즈는 “디야는 법정에서 납치범죄를 폭로할 용기를 가진 몇 안 되는 소녀 중 한 명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너무 겁에 질려 가해자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판사가 디야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법정을 안전하게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한다. 다른 피해자들도 법정에서 비슷한 환경을 제공받는다면, 두려움 없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은 마을에 살고 있고, 디야가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또 아이가 한 달 동안 겪은 심리적·신체적 트라우마가 매우 우려되며, 그녀에게는 상담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부모인 이프티카르는 CDI-MSN에 “CTS가 법적 지원을 해준 것에 감사하다. 그들은 딸이 겪은 시련 속에 가족의 목소리를 대변해 줬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과 저는 디야를 위해 기울인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그녀는 가족과 함께 돌아와서 매우 행복해한다. 그녀는 많은 고통을 견뎌냈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은총이 그녀가 회복하고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인권운동가들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10살에 불과한 소녀들이 납치돼 이슬람으로 개종하도록 강요당하고 ‘결혼’이라는 명목으로 강간당한 후 납치범에게 유리한 거짓 진술을 하도록 압박받는 일은 일반적이다. 판사들은 아이들의 나이와 관련 서류 증거를 일상적으로 무시하고, 그들이 납치범의 ‘합법적인 아내’라며 돌려보낸다.
사회정의센터(Center for Social Justice)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 2023년에 납치 및 강제 개종 사례가 13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110명의 힌두교 소녀가 신드 주에서, 26명의 기독교 소녀가 펀자브주에서 납치됐다. 대부분의 사건은 신드에서 발생했으며, 납치된 여성의 77%가 18세 미만이었다. 비공식적인 소식통에 따르면, 강제 결혼과 연관된 개종으로 인해 매년 최대 1천 명의 소수종교인 소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다.
교회 지도자와 인권 운동가들은 “파키스탄이 강제 결혼 및 개종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결하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가해자들을 기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오픈도어가 발표한 2024년 기독교 박해국 순위에서 파키스탄은 전년과 마찬가지로 7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