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간 성적 친밀감 지지’ 英 교회 수장, ‘사퇴 압박’받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협력단체 “사실상 교리 변화… 교단 내 동등한 교구 설립”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flicker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 ⓒflicker

영국성공회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가 동성애 관계에서 성적 친밀감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이후 영국 전역의 기독교인들이 그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웰비 대주교는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안정적이고 헌신적이며 신실한’ 관계에서는 성적 친밀함이 도덕적으로 허용된다”고 말했고, 이는 곧 교단 내 복음주의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웰비 대주교의 발언이 영국성공회의 결혼과 성윤리에 대한 교리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앵글리칸 잉크’(Anglican Ink)에 따르면, 성윤리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고수하는 영국성공회 그룹의 협력단체인 얼라이언스(Alliance)는 대주교와 주교들에게 우려를 표명하는 문서를 보냈다. 얼라이언스는 “(웰비 대주교가) 현재 합의된 교리에서 벗어나거나 전례를 변경하는 데 있어 올바른 헌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얼라이언스는 “신실한 성직자들이 신실한 주교의 감독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해당 언급이 사실상 교리의 변화로 인식되는 것으로 인해 “그에 대응해 영국성공회 내 사실상 동등한 교구를 설립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영국성공회의 공식 교리는 “성적 교류는 충실한 친밀함의 표현으로서, 결혼 생활에서만 적절하게 속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평생 결합으로 정의한다. 2023년에 제시된 ‘사랑과 신앙의 기도문’은 이 입장을 반복하며, “결혼 생활 내에서 성적 친밀함이 적절한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확언하고 있다.

한편 웰비 대주교의 사무실은 이번 논란에 대해 그의 견해를 자세히 설명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는 “저스틴 대주교는 성적 친밀감에 대한 그 자신과 요크 대주교, 그리고 다른 많은 주교들의 현재 입장을 반영하는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기도와 신학적 성찰을 통해, 특히 ‘사랑과 믿음 안에서의 삶’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진화했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며, 그는 이제 진심으로 이 관점을 갖게 됐다. 이는 성소수자들을 교회 생활에 더욱 온전히 환영하고, 사랑하며, 포함시키려는 그의 헌신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웰비 대주교는 “이 문제에 대해 주교들 사이에 합의가 없으며, 교회는 여전히 깊이 분열돼 있다”고 인정한 뒤, “‘영국교회에서 완전하고 의심할 여지 없는 위치를 가진, 전통적 관점을 견지하는 이들’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을 강조했다.

이에 영국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의 공공 정책 책임자인 팀 디에프(Tim Dieppe)는 사설에서 “영국성공회의 ‘명확하고’ ‘모호하지 않은’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주교는 사임해야 한다. 아무리 진실되게 믿음을 지켰더라도 영국교회에 설 자리가 없는 것은 바로 그들이다. 진실한 무신론자는 주교가 될 수 없다. 영국성공회 교리를 불신하는 진실성은 주교로 남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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