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다수 가톨릭이지만 개신교계 노력으로 제정
아르헨티나 복음주의 교회(Evangelical churches in Argentina)가 올해 10월 27일(이하 현지시각) 종교개혁주일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복음주의 및 개신교 교회의 날’(Day of the Evangelical and Protestant Churches)을 기념했다.
아르헨티나는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지 개신교회들이 20년간 노력한 끝에, 아르헨티나 의회는 지난 4월 18일 이 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루터의 종교 개혁이 있었던 10월 31일을 연례 기념일로 지정하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빅토리아 비야루엘(Victoria Villarruel) 부통령, 기예르모 프랑코스(Guillermo Francos) 내무부 장관, 디아나 몬디노(Diana Mondino) 외무부 장관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저녁 행사는 아르헨티나 복음주의 공동체의 중요한 영적·사회적 활동을 강조하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여기에는 “교육과 문화에 기반해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도밍고 파우스티노 사르미엔토(Domingo Faustino Sarmiento) 당시 대통령의 요청에 응답한 최초의 여성 교사들이 포함됐다. 그는 이 복음주의 여성들과 함께 공립학교를 설립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복음의 씨앗을 심고 열매를 거둔 선교사들을 기렸다. ‘이단자’라는 낙인 속에서도 인내하며 수년간 헌신해 온 복음주의 교회는, 정부로부터 종교 및 기관으로서 처음으로 공식 인정된 날을 기렸다.
아르헨티나복음주의교회연합(이하 ACIERA) 회장인 크리스티안 후프트(Christian Hooft) 목사는 연설에서 “오늘은 종교적인 명절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수백만 아르헨티나 국민의 신앙의 역사적 정체성을 기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 기독(개신)교 신앙은 전 세계적으로 약 7억 명의 신도를 두고 있다. 2019년 국립과학기술위원회(CONICET) 데이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인구의 15.3%가 복음주의자로 확인됐으며, 전국에 25,000개가 넘는 교회가 있다. 이러한 공동체는 국가의 영적·사회적 삶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하며, 연대, 이웃 사랑, 정의, 생명, 자유, 평화와 같은 가치를 증진한다”고 덧붙였다.
후프트 목사는 “아르헨티나는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 빈곤 수준이 높고 문화적·도덕적 타락이 극심한 위기가 수년간 이어졌다. 우리는 하나님께 대한 믿음은 있지만, 요행적인 사고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 모든 사람의 헌신을 비롯해 전능하신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후프트 목사는 “용서, 정의, 개인의 자유에 대한 존중 없이는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분열된 국민은 승리할 수 없다. ‘친구 또는 원수’라는 논리에서 벗어난 이를 폄하하는 것은 우리 국가를 마비시키고 억제한다. 아무것도 이룰 수 없도록 모든 것을 해체하려는 이러한 경향은 우리를 어디로도 이끌지 못한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부르고, 방해를 피하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적 편견이 없는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를 역사의 올바른 편으로 인도한다. 그것은 우리가 매주 교회에서 전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말씀으로 우리를 창조주께 더 가까이 데려가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영감을 준다. 그것은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에 대해 가르쳐 주는 십자가의 메시지다. 그분은 우리 모두를 위해 자신을 바쳤다. 그것은 또한 평화의 메시지이기 때문에 화해를 요구한다. 그분은 ‘내가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평화의 왕이자 모든 이성과 정의의 근원이신 분이 앞으로 어려운 길에서도 우리를 인도하고 강화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기예르모 프랑코스(Guillermo Francos) 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아르헨티나 복음주의 교회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그들의 명확한 사명은 급식소, 재활 센터, 교도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중요한 작업을 통해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영적 지원도 있다. 저는 사랑과 기독교적 이해에서 영감을 받은 가톨릭과 복음주의자가 공유하는 이러한 사회적·영적 과제가 더욱 정의롭고 자비로운 아르헨티나를 건설하는 데 근본적인 기둥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기독교적 가치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가치는 우리에게 가족의 역할을 보호하고, 우리 신앙과 사회의 필수 원칙인 생명을 수호하도록 매일 영감을 준다. 공공 영역에서 이러한 가치는 근본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시험을 받는다. 가톨릭과 복음주의자를 모두 포용하는 기독교 신앙은 한계가 있으며, 각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는 이러한 근본적인 가치를 부정하는 모든 이념을 거부한다”고 했다.
ACIERA에 따르면, 이번 회의는 모든 계층의 다양한 정부 관계자와 다른 종교단체의 권위자들이 가장 많이 참석한 회의이기도 했다. 행사에는 아르헨티나 유대인 커뮤니티에 속한 AMIA와 DAIA를 비롯해 아르헨티나주교회의(CEA), 이슬람센터, 라틴아메리카유대인의회, CONIN(어린이의 건강한 영양 섭취를 돕는 NGO), 카리타스(가톨릭사회조직), 루터교, 성공회, 장로교, 감리교, 아르헨티나복음교회연합(FAIE), 복음오순절연합(FECEP), 컨버전스 재단(Fundación Convergencia), 아르헨티나농촌사회(Sociedad Rural Argentina)등 다양한 단체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