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낙태 시술소나 진료소 앞에서의 시위를 금지하는 소위 ‘완충지대법’이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각) 발효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이 법안에 따라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낙태 시술소나 진료소 인근 150m 내에서 기도와 실질적 지원이 불법화됐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 법안은 의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후 2023년 공공질서법을 통해 도입됐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지난 9월부터, 북아일랜드에선 지난해부터 비슷한 법을 시행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경우 이 법이 지난해 상반기 보수당 정부가 추진한 ‘공공질서법’의 하나로 통과됐으나, 그 시행 방식을 둘러싼 논란과 총선 등으로 시행이 늦어졌다.
법은 시행됐지만 낙태 시설 인근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기도하는 방식’의 시위가 단속 대상인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왕립검찰청(CPS)은 이런 행위가 반드시 범죄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고, 경찰은 각 사건별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낙태 서비스 제공 업체인 ‘MSI 재생 선택’ 관계자는 “진료소 바로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 때문에 괴롭다는 여성의 증언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잉글랜드와 웨일스 가톨릭 주교협의회 존 셰링턴(John Sherrington) 주교는 “정부가 종교의 자유에서 후퇴했다”며 “종교의 자유에는 낙태 시설 밖을 포함해 공개적으로 개인의 신앙을 표현할 권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영국 생명권(Right To Life UK) 대변인 캐서린 로빈슨(Catherine Robinson)도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지원이 필요한 여성과 태아에게 비극적인 날”이라며 “수년에 걸쳐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 시술소 밖에 있는 친생명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지원은 임신 중절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 완충지대를 도입하면 낙태 시술소 밖에서의 지원 제안이 범죄화될 것이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이러한 지원은 여성에게 진정한 선택권을 줄 뿐 아니라, 강압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며 “이것이 없다면 많은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 중절을 겪게 될 것이고, 더 많은 아기의 생명이 비극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는 임신 24주까지 의사 2명의 승인을 받으면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다. 2022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낙태 건수는 25만 건으로, 전년보다 17% 늘어 1967년 관련법 제정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