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함께 기도하는 교회는 결코 죽지 않는다
우리 교회는 기도합니다
폴 밀러 | 이제롬 역 | 생명의말씀사 | 376쪽 | 26,000원
종종 한국교회는 기도하는 교회로 유명 복음주의 저자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다(대표적으로 데이비드 플랫). ‘새벽기도’가 특별히 주목을 받는데, 주중에 한 번 모여 기도하는 것도 점차 힘을 잃고 사라지고 있는 현실 가운데 매일, 그것도 꼭두새벽에 모여 도전적인 말씀을 듣고 함께 뜨겁게 기도하는 일에 힘쓰는 성도들이 있다는 것, 나아가 ‘특새’라고 불리는 특별한 기도 모임까지 하면서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 있는 기독교 저자나 인도자들에게 부럽기도 하고 또 대단한 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이 바로 성경이 묘사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니던가. 초대교회 사도들은 무엇보다 기도하는 일에 전념하기를 원했고, 성도들 또한 매일 성전에서 함께, 그리고 집마다 모여 함께 기도하는 일에 힘썼다. 교회는 왜 함께 기도하는 것을 점점 기피하고, 또 그렇게 기도해야 할 필요성을 갈수록 느끼지 못하며, 기도해도 별로 효과가 없다는 불신의 마음이 더 깊게 뿌리내리게 된 것일까?
폴 밀러는 <일상기도>라는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개인의 기도 생활을 크게 개선하는 데 많은 유익을 준 저자다(CUP, 2011). ‘씨지저스’라는 사역단체를 운영하면서 성경 연구를 통해 모든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보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그가 쓴 몇 권의 책을 보면, 성경 본문을 통해 그리스도의 인격과 삶을 보게 하고 그것을 닮아 실제 삶에 적용하게 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또 그렇게 돕는 일에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룻기를 통해 설명한 관계의 문제, <사랑하다, 살아가다>가 있다(복있는사람, 2015).
밀러는 이번에 개인 기도가 아니라 공동체 기도를 다룬 책 <우리 교회는 기도합니다>를 썼는데, 한국에 제법 많이 알려진 저자인 J. D. 그리어는 폴 밀러의 <일상기도>를 통해 자기 교회 성도들이 개인적으로 기도를 배우는 일에 많은 유익을 얻었다면서, 이번에 밀러가 쓴 새로운 책이 교회가 함께 기도하는 일에 있어서 큰 유익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이 책은 조직적이거나 체계적으로 쓴 책은 아니지만, 폴 밀러의 <일상기도>처럼 그의 간증과 여러 관찰 하거나 경험한 내용, 무엇보다 성경 본문의 가르침을 통해 교회가 왜 함께 기도해야 하는지 신선하고도 탁월한 관점을 제시한다.
먼저 밀러가 이 책을 통해 필자에게 주는 분명한 도전은 기도가 교회의 수많은 사역 중 하나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모든 사역의 핵심 동력을 제공하는 가장 근본적인 사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교회는 말씀과 돌봄은 강력하지만, 기도가 약하다’는 말은 틀렸다. 기도가 약한 교회는 실상 말씀과 돌봄 역시 성령이 가져다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하지 않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혜와 실천력으로 뭔가 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교회에서 하는 모든 사역은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하나도 참된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
그래서 두 번째로 이 책을 통해 밀러가 말하는 바는 기도가 성도의 간구를 통해 성령께 구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받는 행위라는 것이다. 서문을 쓴 데인 오틀런드는 “기도-성령님-예수님-경이로움의 단순성을 깨닫게 된다면, 함께 기도하는 일이 또 다른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의 모든 짐을 변화시키는 활동이 될 것이다(18쪽)”고 말했다.
기도는 실제로 하늘과 땅의 모든 능력을 받으신 그리스도께 구하여 경이로운 일을 행하시는 그분의 역사를 맛보게 하는 능력이 있다.
세 번째로, 밀러는 종종 이 책에서 종교개혁 이후 교회가 설교를 지나치게 높은 자리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이것은 그가 설교를 폄훼하는 것이 절대 아니고, 그만큼 공동체의 기도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생각하는 교회가 기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성도가 서로의 삶에서 그리스도의 능력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전혀 나누지 않기 때문에, 기도 제목을 서로 공유는 하지만 기도로 교회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풍성하게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고 바르게 지적했다.
기도를 하기는 하지만 기도가 만들어내는 역사에 관하여 나누지 않기 때문에, 기도의 효력을 불신하게 되고 기도하지 않게 된다고 비판한 것이다. 밀러의 이 통찰은 현대 교회에 매우 중요한 도전을 준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그들 중에 계신 하나님을 더 자주 볼 수 있게 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밀러는 삶에서 경험하는 사망의 캄캄한 그늘, 죽음의 고통 중에서 오히려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J 곡선으로 일으키실 하나님의 구속 원칙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인생의 어려운 순간마다 성도는 항상 감사함으로 모든 것을 아뢸 수 있고, 또 아뢰어야 한다. 그때가 주님이 우리를 견고하게 하시고 이기게 하시고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게 하시고 구원을 경험하게 하시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복음주의자들이 종종 칭찬하는 한국교회는 밀러가 강조한 기도하는 교회의 특징을 갖추고 있을까? 주님께 철저히 의존하고자 하는 마음과 주께 능력을 구하여 삶 가운데 나타나게 하시기를 간구하는 마음,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을 이뤄 달라고 간청하는 수준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성도의 삶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고 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보여주는 공동체적 기도의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다만 어려움을 피하게 해달라고, 좋은 일이 생기게 해달라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모든 것을 합력하여 구원이 기도 하는 교회 안에 먼저 이루어지며, 그 역사를 따라 세상 가운데 빛과 소금으로 나타나게 해달라고 구하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가?
밀러는 이 책에 이런 부제를 달았다: ‘냉소적인 세상을 밝히는 소망의 공동체 되기’. 정말 교회가 그런 공동체가 되려면 하나님에 관하여 먼저 있던 냉소를 버리고, 사랑과 신뢰와 소망의 마음을 그리스도 안에서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기도가 바로 그 믿음을 가져다주는 호흡이고, 교회가 함께 숨을 쉴 때, 분명 더 큰 역사하는 생명력을 일으키실 것이라 믿는다. 폴 밀러의 <우리 교회는 기도합니다>를 통해, 정말 기도하는 교회가 많이 일어나기를 간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