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형 칼럼] 인간 뛰어넘는 인공지능?
인간 수준 뛰어넘었다 판단하려면
특정 능력 아닌 전 분야 비교 필요
AI, 인간의 ‘양심’도 학습 가능할까
윤리적·도덕적 지식만으로 안 돼
하나님 내려주신 것… 반성·성찰
인류 영향 고려해 ‘양심’ 발휘해야
인공지능은 특정 업무 수행에 특화된 인공지능(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ANI), 인간 수준의 지능을 목표로 하는 인공지능 일반화(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그리고 이론적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으로 확장되는 인공지능 초지능(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ASI)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은 주로 ANI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인간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그 분야는 첫째,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기억하고 검색하는 분야입니다. 정보는 가치 있는 자료를 의미합니다. 물론 자료는 거짓 내용이 담긴 자료도 포함돼 있어 인공지능이 거짓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방대한 자료를 매우 빠르게 처리하는 분야입니다. 초당 수십억 개의 연산(복잡한 계산과 논리적 처리)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방대한 자료 내에 포함된 패턴과 변수들을 분석함으로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탁월한 성능을 보입니다.
이를 위해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여러 가지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고 이해하는 능력) 기술은 물론, 인공지능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자율적으로 수집하고 학습하는 능력 등을 갖추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GI나 ASI 로봇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더라도 이들 로봇이 인간 수준 또는 인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여러 감각을 통해 받아들어진 정보는 뇌의 다양한 부분에서 처리됩니다. 시상, 대뇌 피질, 그리고 해마 등과 같은 뇌의 여러 영역이 서로 협력하여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합니다.
이러한 감각 경험이 기억에 축적되면서 과거의 경험과 비교하거나 새로운 생각을 유도하는 기초가 됩니다. 인간은 생각 외에 생각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신 세계도 있고, 의식과 무의식 세계도 있습니다. 인간의 이러한 면을 인공지능 기술이 커버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인간의 수준과 같아지거나 뛰어넘는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특정 분야만의 능력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수준에 진입했는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가 양심입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과 인간을 비교해 우수한지 판단하려면 인공지능도 양심이라는 기능이 동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양심이 윤리적·도덕적 지식만으로 형성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양심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내려주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거나 인간을 뛰어넘으려고 하면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인공지능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에도 양심을 부여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 기술자들에게 묻는다면, 그들은 인공지능이 양심이라는 기능을 갖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인간이 양심을 느꼈을 때 행하는 모든 패턴을 분석해 그 패턴에 의해 인공지능이 행동한다면, 인공지능에도 양심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양심은 단순한 1차원, 2차원적 패턴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양심의 발휘는 죄책감, 수치심, 후회, 자부심 등 다양한 감정을 통해 이뤄집니다. 순간순간 변하는 다양한 감정들의 복합체인 양심을 어떻게 인공지능이 가질 수 있도록 구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양심은 자기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나은 자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에게 이러한 것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이러한 부분까지 공식화·패턴화시키는 것이 가능할까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인간이 가지는 모든 부문을 나열해 놓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부문과 뛰어넘을 수 없는 부문에 대해 부문별로 자세히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정체성과 인공지능의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이 창조된 출발점과 인공지능이 개발된 출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문별로 자세히 주장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전문가와 개발자들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현재 고액의 급여를 받는다고 그것에 만족하지 말고, 자신의 연구와 개발의 결과가 향후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다른 길을 선택하는 전문가의 ‘양심’을 발휘하시길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