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2>: 사회가 보는 종교인들 이미지, 위선과 우스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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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SBS 드라마 <열혈사제> (1)

천주교 신부들이 주인공인 SBS 드라마 <열혈사제2>가 시작됐습니다. 김남길(김해일) 신부와 박경선(이하늬)를 비롯해 김성균(구대영), 백지원(김인경) 등 <열혈사제> 1편 출연진들 외에 성준(김홍식), 서현우(남두헌), 김형서(구자영), 김원해(고독성), 고규필(오요한), 안창환(쏭삭), 한성규(전성우), 양현민(박대장) 등이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전직 국정원 요원이 가톨릭 사제가 되어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는 활극을 담은 드라마, &lt;열혈사제&gt; 시리즈.

▲전직 국정원 요원이 가톨릭 사제가 되어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는 활극을 담은 드라마, <열혈사제> 시리즈.

종교인, 코믹 캐릭터가 대부분
긴장 푸는 재료 소비 안타까워
‘신앙인들 우습다’ 인식될 우려
참된 신앙인, 진지한 태도 유지
유머로 위안 얻는 일반과 달라
코미디 기법, 신앙 은폐·왜곡해

드라마 속 신앙인: 부패한 위선자 혹은 선량한 ‘허당’

지난 2019년 방영된 드라마 <열혈사제> 두 번째 시즌, <열혈사제 II>가 11월 8일 방영을 시작했다. 이 드라마는 국정원 대테러 요원직을 그만두고 가톨릭 사제로 전직한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의 범죄수사 활극을 중심 서사로 삼는다. 근래 유행하는 ‘힘을 숨긴’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첫 시즌 줄거리는 부패한 검사, 구청장, 그리고 지역 조직폭력배가 결탁한 재개발 범죄 카르텔과의 싸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김해일이 은인으로 여기는 선량한 성직자 이영준 사제(정동환 분)가 이 범죄 카르텔에게 협박을 받고 살해된다. 이에 김해일과 그를 돕는 검사, 경찰, 성당 식구들과 동료들이 정의구현과 복수에 나선다.

시즌2의 줄거리는 마약 카르텔과의 싸움이다. 역시 부패한 정치인, 검사, 조직폭력배가 얽힌 카르텔이 등장한다. 주인공이 담당한 성당의 한 청소년 신자가 이 카르텔이 유통한 마약의 피해자가 되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진행된다. 최근 일반인, 특히 청소년층에 빠르게 퍼져나가는 마약 문제를 다루기 위한 서사 설정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2019년 최종화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리고 지난주 두 번째 시즌 첫 화가 방영되자 시청률 11%를 기록하며 국내 드라마 인기순위 2위를 차지했다. 첫 번째 시즌과 마찬가지로 짜임새 있는 서사 설정, 호쾌한 액션, 뚜렷한 캐릭터 구축이 이루어진다면 5년 전의 인기를 다시 한 번 누릴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열혈사제> 시리즈에서 눈길을 끄는 요인은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종교 공동체 성직자들과 신자들의 캐릭터와 대사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종교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선량하면서 유머 넘치는 이들과 위선적이면서 부패한 자들. 위선적이고 부패한 사이비 종교인들의 모습이야 이미 대중매체에 워낙 많이 등장한 터라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런데 선량하면서 유머 넘치는 종교인들의 모습이 최근 국내 드라마 업계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듯해 눈길을 끈다.

과거 영화 <할렐루야>(1997)나 <달마야 놀자>(2001) 같은 작품에서 우습기 그지없는 성직자들의 모습이 등장하기는 했으나, 이들은 실상 해당 종교 교의에 깊게 감화된 자들이 아니라 사기를 치거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종교 공동체로 숨어들어온 이들이다. 즉 작중 설정상 ‘독실한’ 성직자나 신자가 아닌 것이다.

반면 <열혈사제>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김해일 신부와 그와 함께하는 성당 식구들은 모두 가톨릭 공동체 관점으로 볼 때 가톨릭 교의에 깊게 감화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선량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이 모자란, 흔히 유행하는 말로 ‘허당끼’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

▲&lt;열혈사제&gt;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김해일 신부와 그와 함께하는 성당 식구들은 모두 가톨릭 공동체의 관점으로 볼 때 가톨릭 교의에 깊게 감화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선량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이 모자란, 흔히 유행하는 말로 &lsquo;허당끼&rsquo;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

▲<열혈사제>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 김해일 신부와 그와 함께하는 성당 식구들은 모두 가톨릭 공동체의 관점으로 볼 때 가톨릭 교의에 깊게 감화된 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선량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이 모자란, 흔히 유행하는 말로 ‘허당끼’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

대중문화 속 신앙인: ‘코메이디아’의 재료로 소비되는 신앙인의 이미지

선량한 종교인이나 신앙인들의 우스운 모습이 대중문화 속에서 점차 하나의 전형(stereotype)으로 굳어지는 듯하다. 이 작품 직전 방영된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도 이렇게 희화화된 신앙인과 교회의 모습이 묘사된다. 여기 등장하는 장명숙 권사(김재화 분)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늘 선행과 전도에 힘쓰는 모범적인 신자다.

하지만 작중 장명숙 권사가 맡는 역할은 전형적인 코믹 릴리프 캐릭터(comic relief character)다. 그녀는 극의 분위기가 무거워지려 할 때마다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대사를 통해 시청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캐릭터는 <열혈사제>나 <지옥에서 온 판사>와 같은 킬링타임용 드라마의 흥행을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을 갖는다.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각각의 교의나 사회윤리 관점으로 볼 때 선량하고 정의롭게 묘사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믿음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진정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다만 작품의 인기 유지를 위해 이런 선량하고 신실한 성직자나 신앙인들의 이미지가 코믹한 분위기 연출을 위한 재료로 쉽게 소비되어 버리는 행태는 안타깝게 여겨진다.

신앙인 캐릭터의 이 우스꽝스러움과 어설픔이 마치 신앙을 가진 이들이 당연하게 갖추어야 할 모습이나 덕목으로 인식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인들의 진지한 믿음의 삶을 은폐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작품의 인기 유지를 위해 선량하고 신실한 성직자나 신앙인들의 이미지가 코믹한 분위기 연출을 위한 재료로 쉽게 소비되어 버리는 행태는 안타깝게 여겨진다.

▲작품의 인기 유지를 위해 선량하고 신실한 성직자나 신앙인들의 이미지가 코믹한 분위기 연출을 위한 재료로 쉽게 소비되어 버리는 행태는 안타깝게 여겨진다.

기독교를 비롯해 모든 종교는 원래 초월성 혹은 무한성을 자각하도록 삶을 이끈다. 이것은 사람이 자기 임의대로 판단하고 좌우할 수 없는 경이롭고 두려운 것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특정 교의에 깊게 감화된 자들은 초월성과 무한성의 현현 앞에서 매우 진지한 심정을 갖게 된다. 특히 이 초월성과 무한성이 인간의 여러 결핍과 유한성을 절감하게 할 때 더욱 그러하다.

신앙을 가진 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삶, 그리고 타인에게는 윤리적 삶을 살고자 하는 이유는 단지 내세의 보상을 바라거나 공동체 내부에서의 인정을 받으려는 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이러한 바람에 더해 ‘무한의 현현(현상학자 레비나스의 표현을 빌리자면)’을 체험한 이들이 느끼는 숭고함과 경이로움이 신앙인들의 선행과 윤리적 헌신을 유도한다.

그래서 참된 신앙인은 교단, 교파, 종파에 상관없이 거의 반드시라고 할 만큼 매우 진지하고 열심 있는 삶의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힘쓴다. 이런 모습은 유머를 통해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즐거움을 통해 삶의 위안을 얻는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삶의 방식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대중문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데 지배적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대중문화의 이런 정서적 지배력의 핵심에는 ‘코모이디아(komoidia)’와 ‘에로스(eros)’가 자리잡고 있다.

‘코미디’의 그리스어 어원인 코모이디아는 흥청거리는 술잔치를 뜻하는 ‘코모스(komos)’와 흥겨운 노래를 뜻하는 ‘오이데(oide)’가 합쳐진 말이다. 이는 술과 노래, 흥겨움과 흥청거림이 주는 즐거움이 희곡의 핵심 가치라는 것을 알려주는 용어다.

코모이디아 없이는 대중문화가 지탱되지 않는다. 대중문화 콘텐츠 가운데 진지함을 담은 작품 수가 적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진지함이 대중문화 전체 분위기를 대표할 수는 없다. 결국 대중문화는 술과 노래처럼 사람을 취하고 흥겹게 만드는 힘을 가질 때 대중에게 사랑받게 된다.

그러니 오늘날 대중문화가 신앙의 진지함을 잘 다루려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신, 타인, 그리고 자기 존재에 대한 절박한 자각과 진지함은 신앙의 정서적 필수요소다.

그러니 대중문화가 종교 공동체와 신앙인을 묘사할 때 활용하는 여러 코미디 기법들은 실상 신앙인들의 참된 삶의 방식과 모습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데 일조할 뿐이다. 신앙인들을 친숙한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그들의 현실적 삶을 임의로 채색하는 조작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대중문화가 종교공동체와 신앙인을 묘사할 때 활용하는 여러 코미디 기법들은 실상 신앙인들의 참된 삶의 방식과 모습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데 일조할 뿐이다.

▲대중문화가 종교공동체와 신앙인을 묘사할 때 활용하는 여러 코미디 기법들은 실상 신앙인들의 참된 삶의 방식과 모습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데 일조할 뿐이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 좁은문은혜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기면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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