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2>: 교회 이미지 희화화와 자정능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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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SBS 드라마 <열혈사제 2> (2)

천주교 신부들이 주인공인 SBS 드라마 <열혈사제2>가 시작됐습니다. 김남길(김해일) 신부와 박경선(이하늬)을 비롯해 김성균(구대영), 백지원(김인경) 등 <열혈사제> 1편 출연진들 외에 성준(김홍식), 서현우(남두헌), 김형서(구자영), 김원해(고독성), 고규필(오요한), 안창환(쏭삭), 한성규(전성우), 양현민(박대장) 등이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전직 국정원 요원이 가톨릭 사제가 돼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는 활극을 담은 드라마, &lt;열혈사제&gt; 시리즈.

▲전직 국정원 요원이 가톨릭 사제가 돼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는 활극을 담은 드라마, <열혈사제> 시리즈.

교회·국가 모두 자정능력 상실
‘힘숨찐’ 주인공 활약 필요해져
교회, 신앙·윤리교육 책임 방기
친교 중심 모임 통해 전도해도
진지·엄숙 태도로 변화 이끌길
목회와 교육 방침 다시 설정을

경박한 신앙공동체: 즐거운 친교를 위해 희생되는 경건하고 진지한 신앙심

드라마 <열혈사제>는 선량한 기독교 신앙 공동체 구성원들(교역자 및 신자들)에게 친근한 ‘허당’ 이미지를 덧입히는 최근의 대중문화 속 종교묘사 동향을 반영한다. 이는 기독교계 전반에 일방적으로 사이비나 위선자 이미지를 덧씌우던 <오징어 게임>이나 <수리남>보다 우호적 태도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런 묘사방식 역시 신실한 신앙인들의 진지하고 절박한 신앙생활의 본모습을 은폐하고 왜곡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적절치 않다. 교회를 비롯한 기타 종교 공동체가 대중에게 경박한 집단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면, 대중이 종교 공동체에 기대하는 바 또한 유머, 웃음, 친교, 그리고 무익한 위로만 남게 된다.

신앙 공동체는 분명 웃음과 위로를 선사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각자의 삶을 진지하게 반추하여 믿음과 회심에 이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우습고 즐거운 것이 아니라 대개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따랐던 온갖 말초적 습성과 자기중심적 사고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쉽고 달가울 리 없다.

개신교든 가톨릭이든 불교든, 종파를 막론하고 이 과정을 피할 수 있는 고등종교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위로만 선사하는 종교공동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신자들의 세속적이고 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사이비 단체일 것이 분명하다.

대중문화 속에 묘사된 친숙한 신앙공동체의 모습, 웃음과 위로, 포용의 정서가 흘러넘치는 분위기를 바라고 교회나 성당을 찾는 이들은, 이내 기초 신앙교육을 받으며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영적 유익을 위해서는 험난한 종교적 ‘자기객관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대했던 신앙 공동체 가입의 ‘보상’이 즉시 수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들은 이내 실망을 느끼고 “사랑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며 그곳을 떠나게 된다. 이는 신앙공동체에 대한 이미지가 희화화된 사회에서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현상에 대한 개신교와 천주교 공동체의 대응 또한 적절하지 못했다. 양쪽 모두 희화화된 신앙 공동체 이미지에 편승하는 쪽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유머와 웃음이 넘치는 설교, 삶의 어두움과 고난에 대한 고민 회피, 권고와 권면 기피, 친교와 레크리에이션 중심의 모임 활성화 같은 방안들이 교인 아닌 이들을 교회로 초대하기 좋은 환경과 분위기를 마련해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친숙하고 즐겁기만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교회를 찾아온 이들은 영적 유익과 직결된 성경교육이나 생활지도 같은 단계로 들어서자마자 신앙공동체 바깥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인간이 처음 하나님을 찾을 때 갖춰야 할 경외심, 진지함, 엄숙함이 교회에서 즐거움만 기대한 이들에게 큰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는 교회를 친숙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여러 목회적 방안들이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장애요인으로 변하고 만다.

▲친숙하고 즐겁기만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교회를 찾아온 이들은 영적 유익과 직결된 성경교육이나 생활지도 같은 단계로 들어서자마자 신앙공동체 바깥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친숙하고 즐겁기만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교회를 찾아온 이들은 영적 유익과 직결된 성경교육이나 생활지도 같은 단계로 들어서자마자 신앙공동체 바깥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무능한 신앙공동체: 도덕적 자정능력을 상실한 생명력 없는 교회의 표상

이 밖에 드라마 <열혈사제>의 신앙공동체 묘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교회가 내부 자정작용을 상실했다는 비판의식이다. <열혈사제>에서 교회 갱신과 사회정의 구현을 주도하는 주인공 김해일 신부(김남길 분)는 정통 성직자가 아니다. 그는 과거 국정원 대테러 요원으로 활동하던 인물로, 어려서부터 시작되는 체계적 사제교육을 받은 적 없다.

그러니 일반 성직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톨릭 교회 내 관료제의 폐해와 부패, 부조리에 저항한다. 그는 교회 신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을 직접 수사해 처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무력으로 교회를 지켜나가는 인물인 셈이다.

사실 중세 유럽 수도사들 가운데는 이런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왕실이나 지방 귀족 영주들의 행정력이 향촌 곳곳에 미치지 못하던 시기였기에, 수도원들이 각 지역의 행정, 치안, 의료, 복지 업무를 대행하던 일이 많았다.

그래서 수도사들 가운데는 교회와 교구 신자들을 위협하는 외적의 침입이나 바이킹 해적들의 약탈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전투기술을 익힌 이들이 여럿 존재했다. 한국도 유사하게 사찰과 신도들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불무도(佛武道)를 익힌 숭려들이 여럿 있었다. 이들은 외적 침입시 승병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중세 유럽 수도사들 가운데는 교회와 교구 신자들을 위협하는 외적의 침입이나 바이킹 해적들의 약탈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전투기술을 익힌 이들이 여럿 존재했다.

▲중세 유럽 수도사들 가운데는 교회와 교구 신자들을 위협하는 외적의 침입이나 바이킹 해적들의 약탈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전투기술을 익힌 이들이 여럿 존재했다.

▲중세 유럽 수도사들 가운데는 교회와 교구 신자들을 위협하는 외적의 침입이나 바이킹 해적들의 약탈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전투기술을 익힌 이들이 여럿 존재했다.

그런데 중세 유럽의 전투 수도사나 전근대 한반도의 무술을 익힌 승려들은 원칙적으로 사제로서 충분한 종교적 소양을 갖추고서 교회를 지키는 일을 담당해야 했다. 즉 이들은 각 종교공동체가 자체적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내부 역량을 갖추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반면 <열혈사제>에 등장하는 전투에 능한 사제 김해일은 사실상 사제로서의 교양이나 지식, 훈련은 크게 부족한 인물이다. 사제 옷만 입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교회에 파견된 전직 국정원 요원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인물이 주도적으로 가톨릭 교회, 검찰, 그리고 경찰에 정의구현을 위한 개혁의 물결을 일으킨다는 <열혈사제>의 서사는, 결론적으로 교회와 사법집행기관 모두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교회가 신실한 교역자나 신도들을 보호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역량을 상실했으니, ‘힘을 숨긴’ 전직 국정원 요원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드라마 서사의 골자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열혈사제>의 서사는 교회가 희극적 공동체일 뿐 아니라 도덕적 자정능력을 상실한 무력한 공동체라는 세간의 인식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개신교회와 가톨릭 할 것 없이 모두 책임이 있다. 기독교 교역자들이나 신자들이 교회를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종교집단으로 보이게끔 물의를 일으킨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위에서 제기한 교회 이미지 희화화 문제와 다시금 얽히게 된다. 교회가 내부적 자정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은 신앙과 윤리교육의 책임을 방기해서 초래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자들, 특히 교회에 처음 나온 이들이 구습을 버리고 신앙인으로서 믿음과 양심을 지키는 삶을 살도록 교육하려면, 진지하고 엄숙한 태도로 회심과 삶의 태도 변화를 종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책무는 웃음과 유머와 위로 넘치는 교회 이미지와는 정면으로 상충되기에, 결국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신앙생활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신앙의 질적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교회들이 이런 어려움과 부담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믿음을 갖고 도덕적 양심을 실천하는 삶을 살도록 가르치는 데 전념했다면, 양적 성장에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신실한 믿음과 온전한 도덕성을 기반으로 충분한 자정능력을 갖춘 신앙공동체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lt;열혈사제&gt;의 서사는 교회가 희극적 공동체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자정능력을 상실한 무력한 공동체라는 세간의 인식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열혈사제>의 서사는 교회가 희극적 공동체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자정능력을 상실한 무력한 공동체라는 세간의 인식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러니 <열혈사제>가 보여주는 기독교 공동체의 이미지는 기독교인 입장에서 긴장감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교회가 스스로를 즐겁고 우스운 공동체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도덕적 자정능력을 상실한 무능한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참담한 현실이 드라마 속 교역자와 신자들의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풍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이렇게 굳어져버린 이미지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에 걸친 반성과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 진지한 회심과 경건을 위해 목회와 교육 방침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시급한 책무가 우리 한국교회에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이들이 깨우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 좁은문은혜교회에서 목회자로 섬기면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 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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