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학부모 시민단체들, 낙태죄 관련 조속한 입법 촉구
형법의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법 입법 공백이 4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생명윤리·학부모·프로라이프 단체들이 일제히 조속한 관련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6월 ‘36주차 임신 중단(낙태)’ 브이로그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지만, 현재 이 같은 행위를 ‘낙태죄’로는 처벌할 수 없는 상황. 경찰은 지난달 31일 압수물과 의료진 진술, 의료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해 태아 출생 전후 생존 가능성에 대한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수술에 참여한 병원장 윤모 씨와 집도의 심모 씨에 대한 살인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경찰은 병원장과 집도의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3일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가 상당 부분 수집된 점, 피의자 주거가 일정한 점, 기타 사건 경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헌재는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 조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 입법이 이뤄져야 했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19일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4년 이상 입법 공백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낙태를 공공연히 광고하고 있으며, 36주 아이를 수술로 낙태시키는 비극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생명을 존중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기독교 정신과 윤리에 반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실제 인터넷 포털에서는 ‘임신중절수술’, ‘낙태 잘하는 곳’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산부인과 혹은 여성병원들의 홍보 글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임신중절수술은 합법이다”, “개정 입법 기한이 넘어가 낙태죄는 완전히 폐지됐다”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낙태죄가 입법 공백 상태를 맞았지만, 아직 모자보건법 14조 관련 시행령은 남아 있다. ‘배우자의 우생학적, 유전학적 장애/질환’, ‘배우자의 전염성 질환’, ‘강간이나 준강간 등 범죄에 의한 임신’, ‘혼인 불가능한 혈족, 인척 사이 임신’, ‘임신 지속에 모체에 심각한 해가 될 경우’에 속하며 임신 24주 이내일 경우에만 낙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벗어나도 입법 공백으로 딱히 처벌할 수 없는 상황.
생명윤리협은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낙태죄 개정안과 태아생명존중 법안 등을 조속히 만들어 생명이 경시되는 사회 풍조에 쐐기를 박고, 생명을 존중하며 지키는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도 “태아는 임신 초기부터 독립적인 생명으로 성장해 가는 존재이며, 그 생명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과학은 임신 초기부터 태아의 심장 박동이 시작되고, 신경계가 형성되며, 성장하는 태아는 생명체로서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학생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윤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과정이 확고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죄 폐지론자들의 “낙태 처벌은 임신 중단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케이프로라이프는 “1970년대 정부의 급진적 가족계획 정책이 낙태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약화시켰고, 결국 ‘법의 실효성이 떨여졌다’는 논리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만으로 바라보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낙태가 여성의 권리로만 강조될 경우, 사회는 생명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태아가 과학적으로 인간 생명이라는 사실은 이념이나 신념의 문제가 아닌 과학적 진리”라고 했다.
또 “어린아이가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듯이, 태아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보호받으며 자라는 가장 연약한 단계의 생명”이라며 “만약 태아가 약하다는 이유로 생명권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는 영유아, 장애인, 환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생명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