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주제로 생명윤리세미나 개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2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교과서 개정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세미나를 통해 이 땅에 생명 존중의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일수 명예교수(고려대)는 축사에서 “생명의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게 우리 기독교인들의 고백”이라며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생명윤리 차원에서 성에 관한 교육도 어려워졌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5일 경기도의회에서 처음 제정된 이후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등 6곳에서 제정됐으며, 거의 유사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지난 4월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기하기로 결의했으나, 조희연 당시 서울시교육감이 제기한 조례 집행정지 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여 현재까지도 이 조례는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제정됐으나, 학교의 장이나 교직원이 지켜야 할 매우 구체적인 사항까지 적시하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는 어떠한 다른 법률보다 실제적인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 조례에 근거해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이 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이 학생 인권을 침해했음을 지적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권고문을 고시하기도 했다. 권고 자체에 대한 강제력은 없지만, 권고문에 의거해 교육청이 취하는 조치로 종교 사학들이 다양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날 이명진 원장(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명이비인후과)은 세미나 취지를 밝히며 “한 여자중학교에서 흡연을 하는 학생을 적발했더니 담뱃갑에서 콘돔이 나왔다. 훈계하려니 ‘담배는 지도할 수 있지만 콘돔은 지도할 수 없다’더라.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너희 몸을 보호하기 위해 콘돔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인권은 성윤리를 타락시키고 생명윤리를 위협한다”고 했다.
“교육 ‘3주체’ 각자 인권만 주장해 힘 겨루는 장 아냐”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종교(기독교) 교육적 진단과 대응 방안’을 제목으로 발제한 박상진 석좌교수(한동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는 “교육의 3주체는 학생 외에도 교사, 학부모가 공존하고 궁극적으로 학생의 진정한 성숙과 전인교육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교육공동체이지, 각자의 인권과 권리만을 주장해 힘을 겨루는 각축장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 절차와 토론을 거쳐 학칙을 정해 교육자치·학교자치를 이뤄갈 수 있음에도, 조례라는 법규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규제하는 방식은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와 사상, 종교와 이념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이며, 교육은 이런 다양성을 존중하되 특정 이념으로 획일화시키거나 주입하려고 해선 안 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성년인 학생을 대신해 올바른 교육을 택하기를 원하는 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사립학교 체제는 존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중등교육은 평준화제도로 실제적으론 공립학교만 존재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바 ‘종교의 자유’가 철저하게 무시된 채 학교 안에서 학생의 ‘종교적 인권’이 실현되기만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가 방임이나 방종, 이기적 욕망으로 전락해 인생 전체로 볼 때 진정한 의미에서 학생의 인권이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닌 일종의 ‘유사 인권 보호’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도 미성년들에 적절한 감독 의무 규정”
‘학생 인권과 미성년자의 기본권 행사 능력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한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보유 또는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권 능력’이라 하고, 기본권의 주체가 독자적으로 그리고 자기 책임 하에 자신의 기본권을 현실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권 행사 능력’이라고 한다. 기본권의 주체가 모든 기본권의 ‘행사 능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
이어 “학생인권조례가 근거한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아동이 협약에서 인정되는 권리를 행사함에 부모 등이 적절한 감독과 지도를 행할 책임과 권리 및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했다”며 “육체적·정신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은 온전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기에 ‘기본권 행사 능력’이 제한된다”고 했다.
또 “조례가 인권·권리를 적극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면,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부모 등 교양권을 보장하는 다른 법령과 충돌된다”며 “반면 다른 법령에 있는 권리를 확인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면 이미 <헌법>,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아동복지법>등 다른 법령에서 보장하고 있고 상호 중복되기에 <행정기본법> 제38조 제2항 제2호와 배치돼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지 변호사는 “학생인권조례는 아동·청소년에게 ‘자기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나이, 임신·출산’ 등을 차별금지사유로 열거하면서 미성년인 학생에게도 성(性) 인권, 성적 자기결정권 등 기본권 행사 능력이 있는 것처럼 부추기려 한다. 이와 같은 조례는 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보호·양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만 강조 말고 권리·의무에 대한 규정 필요”
‘교권 확립과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발제한 김형철 대표(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전 초등학교 교감)는 “교육은 학생과 상호 작용하며 밝은 미래를 꿈꾸고, 인재를 기르고 더 나은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며 “교권과 학생인권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소통하는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만 강조하고 있어 교권과 갈등의 소지가 있다. 지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지켜야 할 권리와 의무에 대한 학생생활규정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성적지향을 적시함으로 동성애, 양성애, 성전환자까지 인권의 범주에 포함시켜 합법화하려 한다. 자라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성적 정체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토론은 신효성 박사(명지대 객원교수, 학생인권조례폐지 전국네트워크 서울부운영위원장)을 좌장으로 이혜경 대표(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육진경 공동대표(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가 진행했으며, 자유토론 후 모든 순서를 마쳤다.
앞서 1부 예배에서는 이승구 교수(합신대 명예교수, 언약교회 담임)가 ‘우리의 사명과 교육’을 주제로 설교하고 김길수 목사(복죽교회)가 축사했다.